2002년 8월호

‘G이펙트’가 지역성 누른다

정치학자가 보는 2002 대선

  • 강원택 < 숭실대 정외과 교수 > kangwt@ssu.ac.kr

    입력2004-08-31 1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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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정치에서 지역성은 퇴조하고 세대별로 지지 정당을 달리하는 세대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세대효과는 나이에 따라 정치성향이 변해가는 연령효과에 더해져 올해 말 대통령선거를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에서 세대효과를 보이는 연령대는 ‘386세대’로 불리는 젊은층이다. 보수층을 지지하는 노년층의 선호도는 쉬 변하지 않지만, 젊은층은 투표 참여율이 낮고 반대로 가변성은 매우 강하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 후보라면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를 들끓게 한 월드컵 기간 동안 우리 팀의 경기를 제외하고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역시 붉은악마들의 길거리 응원이었을 것이다. 서울에서는 광화문과 시청 앞 등 대부분의 중심부가 붉은 티셔츠를 입은 젊은이들로 메워졌다. 그들은 그곳을 ‘점거’하고 함께 경기를 관전하며 즐겼다.

    젊은이들의 이러한 월드컵 응원 모습을 보는 ‘나이 든’ 세대들의 느낌은 남달랐을 것이다. 1970년대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세대들에게 광화문과 시청 앞은 권위주의적 지배체제를 상징하는 공간이자 독재 타도를 위한 투쟁의 공간이었다. 그 시절 지하철 입구마다 전경들이 삼엄하게 배치돼 가방을 수색했다. 그러한 경계를 헤집고 한 젊은이가 유인물을 뿌리며 “독재 타도”를 외치면 어디에선가 사복과 정복의 경찰들이 달려오던 곳이었다. 그런 투쟁의 공간이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는 ‘놀이터’로 변모했으니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52년 전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바로 그날 한국과 독일의 준결승전이 열렸다. 그날도 광화문과 시청 앞은 어김없이 붉은 물결로 넘쳐났다. 한국전쟁과 냉전을 기억하는 세대들은 붉은 색을 불쾌하고 위험스러운 느낌을 갖게 하는 정치적인 상징으로 여겼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이들은 강렬함과 열정을 상징하는 색으로 인식하며 ‘Be the Reds’라고 외친다. 월드컵은 우리 국민 모두가 즐긴 축제였지만, 그속에는 엄연히 세대간의 간극이 존재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시각 차이가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조금씩 감지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세대간의 정치적 시각 차이가 부각된 좋은 사례는 연초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나타난 노무현 돌풍이다. 지역주의가 모든 것을 결정했던 과거의 선거와 달리, 이 경선에서는 정치적 지지의 패턴이 세대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 말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에서도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세대적 요인은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것일까?



    연령에 따라 정치적 성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20대 때 혁명을 꿈꾸어보지 않았거나 4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혁명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리석은 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말은 사람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연히 보수적으로 변화하게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대개 젊은 층은 진보적이고, 나이 든 세대는 보수적이다.

    정치적 참여와 관련해서도 연령별 차이가 발견된다. 지난 6·13 지방선거는 50%도 안 되는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의 기권율이 높았다.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도 투표율을 낮춘 한 요인이었지만, 젊은층의 낮은 투표율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 오랜 민주주의의 역사를 갖고 있는 서구 국가들에서도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영국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1987년 총선의 투표율은 75.3%였는데, 18∼24세의 투표율은 66%였다. 1992년 총선 투표율은 77.7%였으나 젊은층의 투표율은 61%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령별 투표율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40대 이상의 투표율은 72.4%였으나, 30대는 50.6%, 20대는 36.8%에 불과했다.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낮은 것은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존 정당이나 정치인과의 정치적 연대감이나 충성도가 약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존 정치체제에 대한 만족도나 순응도가 낮은 것도 투표율을 떨어뜨린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연령에 따라 정치적 성향이 바뀌는 것이 어느 사회에서나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면, 연령별·세대별 정치 성향의 차이가 내포하는 의미는 대단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정치적 성향이 바뀌어가는 ‘연령효과(period effect 혹은 ageing effect)’와, 각 세대가 겪은 독특한 사회적·문화적·정치적 경험으로 인해 생성된 그 세대만이 갖는 특유한 성향을 지칭하는 ‘세대효과(gene-ration effect)’를 구분해야 한다.

    세대효과는 한 세대집단이 성장하면서 공동으로 겪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정치사회화가 이뤄지고 그로 인해 일정한 정치적 태도와 성향을 공유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보수화하는 연령효과와는 다르다.

    잉글하트(Inglehart)는 유럽 사회에서 녹색당의 등장을 가능하게 한 정치적 배경이 세대효과에 있다고 본다. 잉글하트는 2차세계대전 이후 변화된 환경에서 성장해온 새로운 세대가 갖는 가치의 변화에 주목했는데, 녹색당의 성공은 이처럼 새로운 가치를 갖는 신세대의 등장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차세계대전 이후 서유럽에서 일어난 급속한 경제성장에 주목했다. 이러한 발전을 기반으로 서유럽 국가들은 분배문제에 적극 개입하면서 복지국가 건설에 매진하였고, 그로 인해 서유럽 국가에서는 최소 수준의 물질적 욕구가 해소되었다. 잉글하트는 이러한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는 과거 세대와는 다른 정치적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고 보았다.

    산업혁명과 함께 도래한 근대사회가 물질적 가치의 분배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 다시 말해 노동자와 자본가로 상징되는 계급대립을 초래했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세대는 환경 보존·여성 권익 신장·소수 인종의 권리 증대 등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가치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러한 가치는 후기산업사회(post-industrial society)가 갖는 ‘탈근대적(post-modern)’이고 ‘탈물질적(post-material)’인 가치다.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는 세대가 등장함으로써 녹색당은 정치적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고 잉글하트는 주장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세대와 정치현상을 연결시킨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연결은 한 세대가 공유한 새로운 가치보다는, 그 세대가 겪었던 특정한 사건과 연관지어 구분해왔다. 4·19세대라든지 6·3세대 같은 표현이 그러한 예에 해당한다.

    이런 점에서 386세대라는 표현은 특정한 정치적 사건을 표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예외적이다. 386은 경제개발이 시작된 1960년대에 태어나 대학이 민주화 투쟁과 이념 열풍으로 정치화된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현재 30대인 세대의 공통점을 부각시키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386세대가 정치적 의미를 가지려면 성장기 때 겪은 동일한 경험이 그들 세대만의 독특한 정치적 가치로 이어져야 한다. 386세대가 투표 패턴이나 이념적 성향, 혹은 북한에 대한 인식 등에서 다른 연령 집단과 특별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 386세대라는 표현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정치의식에서 386세대는 과연 다른 세대와 구분되는가?

    386세대를 포함한 우리 사회에서 세대요인이 정치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이른바 ‘노풍’ 현상 때문일 것이다. 노무현 돌풍의 주역인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은 세대적 요인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당에 당비를 납부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진성 당원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 정치인의 팬클럽이라고 할 수 있는 노사모에 1만명 이상의 사람이 모였다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노사모는 20대에서 40대까지가 주축 세력이다. 인터넷을 통한 모임에서는 대개 20대가 적극적인데 노사모는 인터넷을 통한 모임임에도 386세대에 속한 회원들이 적극적이었다. 노사모 회원의 절반 정도가 30대인데,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오프라인의 노사모 모임에 나타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몇몇 여론조사는 매우 흥미로운 386 세대의 정치적 성향을 보여준다. 조선일보·한국조사연구학회·한국갤럽이 공동으로 실시한 국민의식조사(2002년 5월3일)는 -50(진보)에서 50(보수)까지의 척도를 사용해 이념 성향을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20대는 1.3점, 30대는 1.6점, 40대는 4.6점, 50대 이상은 8.4점으로 나왔다. 그리 큰 차이는 아니지만, 연령이 낮을수록 좀더 진보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안보와 남북관계, 질서 및 안정과 관련된 ‘정치 이념 성향’의 결과만 따로 떼어 살펴보면, 에서 보듯이 30대가 가장 진보적으로 나타났다.

    30대의 진보성은 20대보다 더욱 두드러졌다. 국가보안법 존폐여부를 묻는 질문에 50대 이상은 67.8%가 ‘반대’했고, 40대에서는 55.3%가 반대했다. 예상 밖으로 20대에서도 60.2%가 반대한다고 밝혔지만 30대에서는 49.6%가 반대한다고 밝혔다. 30대는 대북 지원에 대해서도 ‘아무 조건 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의 조사(2002년 6월8일)에서도 비슷하게 확인된다. 자기 이념 평가에서는 연령이 높을수록 보수성향이 강해지는 추세를 보였지만, 국가보안법 폐지·대미관계에 대해서는 30대가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386세대는 다른 세대집단에 비해 정치적으로 개혁 지향적이고 진보성이 강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앞서 잉글하트는 후기 산업사회에서는 탈물질주의적 가치를 갖는 정치세대가 등장한다고 언급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세대요인에 주목한 연구가 있었다.

    정진민 교수는 1930년 이전 출생자부터 1970년 출생자까지 10년 단위로 구분하여 각 집단의 정치성향을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1961년 이후 출생한 연령 집단은 그 이전 세대와 달리 탈물질적 성향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교수는 그 이유를 그들이 상대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성장한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의 주장대로 386세대가 탈물질적 가치에 대해 좀더 수용적이라는 것은, 386세대가 이전 세대와는 상이한 정치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풍이 강하게 불던 당시 노무현의 주요 지지층은 20∼30대이고, 사회경제적 속성은 화이트칼라·대졸 이상·중산층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속성은 서유럽에서 녹색당과 환경운동을 지지하는 계층의 속성과 꽤 많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러나 현재의 20대는 386세대보다 더욱 풍요한 환경에서 성장해왔다. 따라서 20대와 구분되는 30대만의 정치적 성향을 이해하려면, 성장환경의 사회적 구조뿐만 아니라, 성장과정에서 겪은 그 세대만의 독특한 역사적 경험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386세대의 상대적 진보성은, 전두환 정권에 저항하며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198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사실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대학가는 마르크시즘을 중심으로 한 이념적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된 시기여서, 그만큼 좌파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념적 편견이 적었다.

    연령집단간 정치적 성향의 차이와 각 세대집단의 정치적 성향의 차이가 관심을 끄는 것은 다가올 대통령선거에서 후보자에 대한 지지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회창, 노무현 두 후보에 대한 선호도의 차이는 연령별로 비교적 분명하게 구분된다.

    에서 알 수 있듯이, 노무현 후보 지지층은 주로 젊은 세대들인 반면, 이회창 후보 지지층은 상대적으로 기성세대다. 노후보에 대한 20대의 지지도는 4월26일 조사 이후 압도적으로 이후보를 앞서고 있다. 반면, 노후보에 대한 30대의 지지도는 큰 차이로 앞서다가 6월16일 근소한 차이로 역전됐다.

    이때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직후였다. 노무현이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해 있던 상황이란 점을 고려하면, 노무현은 여전히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50대 이상 유권자의 이회창에 대한 지지는 매우 견고해 보인다. 노풍이 거세게 불던 4월26일 조사에서도 50대 이상의 이회창에 대한 지지율은 상당한 정도로 노무현을 앞서고 있었다.

    50대는 해방 전후와 한국전쟁 시기에 태어난 세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도한 경제개발시대에 젊은 시절을 보냈고, 지금의 경제발전의 토대를 일궈낸 주역으로 현재 사회 각계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냉전 이데올로기가 절정에 달했던 시대를 거쳐온 세대이기도 하다. 연령효과나 세대효과를 고려해도 이들이 안정 지향적이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보이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가장 흥미로운 연령층은 40대다. 40대에서는 두 후보에 대한 지지가 혼재돼 나타난다. 노풍이 불던 4월 조사에서는 40대 응답자의 50%가 노무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풍이 약화된 5월 이후의 조사에서는 이회창에 대한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40대 초반은 대체로 30대와 유사한 개혁적·진보적 성향을 보여주나, 40대 후반은 보수·안정의 성향을 나타낸다. 이러한 현상은 386세대의 일부가 40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더욱 흥미있는 것은 지지 후보에 대한 연령별 차이가, 두 후보에 대한 개인적 선호 차이에 그치지 않고 정당에 대한 지지로 확대돼가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6·13 지방선거의 경우 30대의 김민석 후보와 50대의 이명박 후보가 격돌한 서울시장 선거에서 세대간 지지 후보 차이가 나타난 것은 쉽게 수긍이 간다.

    그러나 경기지사 선거에서는 상대적으로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가진 한나라당의 손학규 후보와, 나이가 많고 폭넓은 국정 경험을 가진 민주당의 진념 후보가 맞붙었다. 연령이나 이미지를 놓고 본다면 젊은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젊은 손학규 후보를 지지하고, 나이 많은 유권자들은 진념 후보를 지지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손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40대와 50대 이상에서 높게 나타났고, 진후보는 상대적으로 젊은층에서 지지도가 높았다. 5월23일 실시한 조선일보 여론조사를 보면, 손학규 후보는 40대와 50대 이상 유권자층에서 진후보보다 13.2%포인트와 16.3%포인트 가량 높은 지지를 받았다. 진후보는 20대와 30대 유권자층에서 손후보보다 13.4%포인트, 5.2%포인트 가량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선거에서는 연령에 따른 정치 성향의 차이가 지지 정당의 선택에 영향을 준 것이다.

    연령이 정당 지지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올해 말의 대통령 선거에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연령대별로 지지 정당이 구분된다는 것은 무엇보다 지역주의 투표가 과거에 비해 약화됐다는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당간 이념 차이가 확인된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김대중 정부 출범 후 대북정책이나 재벌정책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는 보수-진보간 갈등이 발생했다. 그리고 경선과정에서 제기된 노무현 후보에 대한 색깔 공방 등을 거치면서 유권자들은 정당간·후보자간의 이념적 차별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게 되었다.

    앞서 지적했듯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진보성이 강한 정당을 지지하고, 나이가 들면 보수적인 정당에 대한 지지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민주당과 노무현에 대한 젊은층의 지지와 한나라당과 이회창에 대한 노년층의 지지는 이념적 선호에 대한 연령효과를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노풍’이 거세게 불어닥친 원인은 연령효과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해 보인다. 를 보면 민주당의 국민참여경선이 시작되기 직전인 3월1일 실시된 조사 결과에서 노무현은 20대보다 30대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노풍이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노무현은 유난히 30대 유권자에게 강하게 어필했고,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노풍은 20대와 일부 40대까지로 파급되었던 것이다.

    노무현에 대한 30대의 선호가 유난히 강했던 것은 노무현의 진보적 이미지에 공감하게 하는 386세대의 공통적 속성, 곧 세대요인이 작용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몇 달 전 불었던 ‘노풍’은 386세대를 중심으로 한 세대효과에, 정당간 이념적 차별성을 드러냄으로 인해 생겨난 20대 젊은 유권자들의 연령효과가 보태지면서 생겨난 상승작용의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현재 노풍이 잠잠해진 것은 전반적인 지지의 감소뿐만 아니라, 노무현 지지의 핵심 축인 30대와 40대 초반의 유권자층이 노무현의 김영삼 방문, 그리고 경남권 지방선거와 그에 대한 신임을 연계시킴으로써 노무현의 개혁 이미지가 퇴조한 데 실망해 노무현 지지에서 이탈하게 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정치성향을 고려할 때 노무현에 대한 이들의 지지 철회가 곧바로 이회창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현재 이들은 부동층으로 남아 있거나 제3후보에 대한 잠재적인 지지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결과도 제3후보에 대한 지지율 상승은 이회창 후보보다는 노무현 후보측에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노무현 지지세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세대간의 정치적 지지도 차이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대통령선거는 유권자의 연령효과와 세대효과가 표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의는 여전히 강력하겠지만 과거만큼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나이를 먹어가게 됨에 따라 생겨나는 정치적인 성향의 변화와 우리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세대간 정치적 지지 패턴의 차이는, 대북문제를 비롯해 주요 정당간의 이념적 차별성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한국전쟁과 냉전의 시대를 겪어온 세대와, 탈냉전과 세계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 사이에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본질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선거에 임하는 각 후보자 캠프에게는 세대간의 상이한 정치적 성향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일이 될 것 같다. 특히 20대와 30대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20, 30대는 변화를 선호하지만 비판의식이 매우 높고, 정치적 일체감이나 귀속감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또한 이들의 투표율은 낮고 후보자에 대한 정치적 지지도가 쉽게 변화한다.

    이회창·노무현 두 후보는 월드컵 기간중 우리 팀의 경기가 있는 날, 붉은 티셔츠를 입고 젊은이들과 함께 거리 응원에 참여한 바 있다.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과연 어느 후보가 대선에서 젊은 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낼 것인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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