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3개월 전이다. ‘신동아’는 2002한일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정몽준 의원을 단독 인터뷰했다. 그는 당시 축구에 대해 열변을 토했지만, 정치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기자가 그의 향후 정치행보를 끈질기게 물고늘어지자, 정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월드컵이 끝나면 시간이 많아질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편안한 상태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고, 좀더 큰 꿈을 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의원이 10년 동안 공들여온 2002한일월드컵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한국축구는 당초 목표였던 1승과 16강을 넘어 4강신화를 달성했고, 우려했던 테러사태도 없었다. ‘한국이 일본을 6대0으로 눌렀다’는 외신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공동개최국 일본과의 간접대결에서도 절대 우위를 보였다. 정의원 자신도 월드컵 특수를 타고 유력한 대선주자로 부상했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그는 여전히 바쁜 사람이다. 인터뷰 예정시간은 7월13일 오후 2시였다. 그러나 기자는 정의원의 빡빡한 스케줄 표를 보고 그가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정의원은 정오를 넘겨가며 오전 일정을 끝내고 2시가 넘어서야 점심을 먹었다. 이 때문에 ‘신동아’ 인터뷰는 3시30분으로 늦춰졌다. 정의원의 측근들은 몹시 미안한 표정이었다. 기자는 그들과의 짤막한 대화에서 정의원의 정치적 고민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른 후보들처럼 특별히 준비하는 게 없어요. 정치판이 워낙 급변하니까 생각이 더 복잡한 것 같습니다. 아마 8·8 재보선이 끝나야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정종문 자문위원)
“결정하기까지가 어렵지, 일단 결정하면 무리없이 준비할 수 있다고 봐요. 정의원으로서는 시간을 두고 ‘이런 난장판에 들어가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따져보겠죠.”(임삼 홍보위원장)
오후 3시40분. 정회장이 축구협회 집무실에 도착했다. 기자가 “월드컵 성공을 축하드립니다”라고 인사하자,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월드컵대회의 뒤처리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중국까지 다녀온 그이지만, 조금도 피곤한 기색이 아니다. 일단 월드컵 얘기부터 시작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정의원은 이번에 한국축구가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습니까.
“대회 전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16강진출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얘기했어요. 16강에만 들어가면 그 다음부터는 탄력을 받아서 욕심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조별 예선은 리그지만 16강 이후는 토너먼트라서 홈 관중들의 열기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첫 경기인 폴란드전에서 이겼을 때죠. 첫 경기에서 월드컵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결정되거든요. 스페인전에서 페널티킥으로 이긴 것도 정말 감격적이었어요. 그날 따라 페널티킥이 다 들어갔잖아요. 홍명보 선수의 마지막 킥도 잊을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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