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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이펙트’가 지역성 누른다

정치학자가 보는 2002 대선

  • 강원택 < 숭실대 정외과 교수 > kangwt@ssu.ac.kr

‘G이펙트’가 지역성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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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정치에서 지역성은 퇴조하고 세대별로 지지 정당을 달리하는 세대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세대효과는 나이에 따라 정치성향이 변해가는 연령효과에 더해져 올해 말 대통령선거를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에서 세대효과를 보이는 연령대는 ‘386세대’로 불리는 젊은층이다. 보수층을 지지하는 노년층의 선호도는 쉬 변하지 않지만, 젊은층은 투표 참여율이 낮고 반대로 가변성은 매우 강하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 후보라면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를 들끓게 한 월드컵 기간 동안 우리 팀의 경기를 제외하고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역시 붉은악마들의 길거리 응원이었을 것이다. 서울에서는 광화문과 시청 앞 등 대부분의 중심부가 붉은 티셔츠를 입은 젊은이들로 메워졌다. 그들은 그곳을 ‘점거’하고 함께 경기를 관전하며 즐겼다.

젊은이들의 이러한 월드컵 응원 모습을 보는 ‘나이 든’ 세대들의 느낌은 남달랐을 것이다. 1970년대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세대들에게 광화문과 시청 앞은 권위주의적 지배체제를 상징하는 공간이자 독재 타도를 위한 투쟁의 공간이었다. 그 시절 지하철 입구마다 전경들이 삼엄하게 배치돼 가방을 수색했다. 그러한 경계를 헤집고 한 젊은이가 유인물을 뿌리며 “독재 타도”를 외치면 어디에선가 사복과 정복의 경찰들이 달려오던 곳이었다. 그런 투쟁의 공간이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는 ‘놀이터’로 변모했으니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52년 전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바로 그날 한국과 독일의 준결승전이 열렸다. 그날도 광화문과 시청 앞은 어김없이 붉은 물결로 넘쳐났다. 한국전쟁과 냉전을 기억하는 세대들은 붉은 색을 불쾌하고 위험스러운 느낌을 갖게 하는 정치적인 상징으로 여겼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이들은 강렬함과 열정을 상징하는 색으로 인식하며 ‘Be the Reds’라고 외친다. 월드컵은 우리 국민 모두가 즐긴 축제였지만, 그속에는 엄연히 세대간의 간극이 존재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시각 차이가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조금씩 감지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세대간의 정치적 시각 차이가 부각된 좋은 사례는 연초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나타난 노무현 돌풍이다. 지역주의가 모든 것을 결정했던 과거의 선거와 달리, 이 경선에서는 정치적 지지의 패턴이 세대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 말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에서도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세대적 요인은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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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 숭실대 정외과 교수 > kangwt@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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