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는 차기전투기(F-X)사업과 관련해 군사기밀유출 등의 혐의로 구속된 조주형 대령의 최후진술문을 단독 입수했다. F-X사업의 시험평가단 부단장으로 활약했던 조대령은 지난 3월 초 한 방송에 출연해 평가과정에 외압이 작용했다고 ‘폭로’한 직후 기무사 조사를 받고 구속됐다.
조대령에 대한 재판은 모두 세 차례 열렸다. 그가 최후진술을 한 것은 6월26일 계룡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제3차 공판 때. 이날 공판에선 모두 4명의 증인이 출석했는데, 그 중 공군의 한 고위장교는 F-X사업을 둘러싸고 공군과 국방부간에 이견이 있었다고 증언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장교는 또 조대령이 자신에게 ‘외압’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으며 조대령뿐만 아니라 많은 조종사가 국방부의 기종결정과정에 불만을 품었다고 증언해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증인신문이 끝난 후 군검찰의 논고와 구형이 이어졌다. 검찰관들은 “조대령이 군사기밀 유출과 뇌물수수로 공군에 지울 수 없는 고통과 실망을 안겨줬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법정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어 변호인의 최후변론이 전개됐다. 변호인은 군사기밀 유출 혐의는 기밀의 가치가 있을 때만 적용된다는 판례를 제시한 후 “기무사와 군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성립할 수 없는 범죄혐의를 만들어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조대령의 최후진술이 있었다. 조대령은 자주국방에 대한 강한 열망을 피력하면서 군사력 분야, 특히 무기 도입과정에서의 한·미간 불평등한 관계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기술이전이 따르지 않는 미국 전투기 도입으로 한국형 전투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려는 공군의 희망이 좌절된 데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표시한 그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SLAM-ER을 F-15K에 장착하게 된 배경 등 최고의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F-X사업 관련 비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7월10일, 군사법원은 검찰의 공소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 조대령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조대령의 형량은 관할관(공군 참모총장) 확인과정에서 징역 1년6월로 경감됐다. 다음은 조대령의 최후진술 전문. 맞춤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원문을 그대로 살렸다.(편집자)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판사님! 지난 한 달 동안 온 세계가 열광했던 월드컵 대회에서 국민 모두가 단결과 화합으로 하나가 됐던 우리나라는 비록 축구경기지만 세계의 강호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우리 민족의 저력을 발휘해 강대국 대열에 당당히 설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나라가 정치나 경제, 국방, 외교 등에서도 강대국의 압력과 간섭을 배제하고 자주성을 확립해 화해와 협력,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제사회의 주역으로 활동하는 것이 우리 민족 모두가 바라는 영광된 조국의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이번 사건 때문에 구속돼 있던 4개월 동안 저 자신을 돌아보고, 처음 사관학교에 들어가서 재판장님을 비롯한 선배님들께 훈련과 지도를 받으며 순수하게 생활하던 생도 시절, 그리고 교회에서 신자들의 신앙심을 다지기 위해 실시하는 피정생활을 하는 마음으로 지냈습니다. 자신의 잘못된 점을 반성하고, 조국과 민족을 향한 뜨거운 가슴을 더욱 불태웠으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기도와 남을 용서하는 기도를 끊임없이 바쳤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박한 마음과 기도는 앞으로도 계속해야 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남북 군사대결 빨리 종식해야
F-X사업에 관해 상부의 불공정성과 부당한 점을 지적한 내용이 방송에 나가면서 저는 막 취임하신 총장님을 너무 힘들게 해드렸다는 죄송한 마음과 제 행동의 여파로 혹시 고통 받는 동료들이 생길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엄청나게 심적 고통을 느꼈습니다. 옳지 않은 것을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떳떳합니다. 이것은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보다 큰 뜻을 위한 저의 소신입니다. 이 소신대로 저는 참된 것을 위해 껍질을 과감하게 벗어 던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심적 부담감 때문에 저 혼자 희생하고 떠나면 되리라고 항사단(항공사업단) 부단장께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이 사건과 연관된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짚어볼까 합니다.
민족 중흥을 위해 우리 국민 모두가 염원하는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는 정말 요원한 것일까요? 지금까지 우리는 외세에 억압받고 내정을 간섭받으면서도 입으로만 자주국방이나 통일을 외친 것은 아닙니까? 그러나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보여준 우리 민족의 열정과 단결된 모습은 비록 주변국들이 바라지 않고 훼방을 놓는다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한반도의 통일과 항구적인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한반도의 통일에 대한 주변국들의 입장을 추측해보겠습니다. 일본은 과거의 침략사가 아직 깨끗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이 강대국이 되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또한 중국은 한반도가 통일되면 바로 조선족에게 큰 영향을 끼쳐 만주 지역에서 한민족 공동체가 형성될 것을 두려워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도 역시 동시베리아에 고려인 바람이 부는 것을 싫어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입니다. 당장 미국은 대만을 지원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한반도 통일은 중국에게 대만 흡수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으며, 통일한국에서의 미군 주둔 의미가 크게 약화됨과 동시에 한국에 대한 영향력도 감소되므로 이를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한반도의 통일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한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통일이 되지 않으면 우리 민족의 희망 찬 미래는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에 민족이 살기 위해서는 남북 군사대결을 빨리 종식하고 주변국들을 설득해서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정착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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