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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사업 ‘외압’ 폭로 조주형 대령 법정 최후진술

“미국만 쳐다보는 군 수뇌부에 문제있다”

F-X사업 ‘외압’ 폭로 조주형 대령 법정 최후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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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사업의 기종결정 단계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우리의 단 하나 군사 동맹국인 미국의 자국 이기주의와 우리나라 지도층 일부의 사대주의가 원인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미국의 이익과 우리의 이익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면 다행이겠으나 우리나라가 미국의 이익에 밀려서 큰 이익을 버리고 작은 이익에 감사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이 얼마나 비겁한 모습입니까?

지난 50여 년간 미국은 우리나라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고, 우리는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게 됐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해방 후 미 군정시절부터 한국전쟁을 치르는 동안 미국의 세력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았습니다. 한국전쟁 중에 이승만 대통령이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을 전쟁기간에 맥아더 사령관에게 넘겨주었고, 휴전 이후 체결된 한·미 방위조약에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유엔군사령관에 부여하는 조항을 삽입함으로써 그때부터 50년 가까이 미군이 우리 군의 작전통제권을 행사해왔습니다.

또한 한·미 방위조약에 의해 한국에 주둔할 권리를 획득한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면서 무상 군원으로 시작한 미국 무기체계는 마약처럼 우리 군에 스며들었고, 점차 유상으로 전환된 후 우리 군의 모든 체제는 미군 체제에 동질화됐으므로 미국 무기 외에는 사용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됐습니다. 냉철하게 따져보면 식민지라는 것이 따로 없습니다. 일제처럼 나라를 통째로 다스리지 않더라도 경제적, 군사적으로 통제할 수 있고 기술적으로 종속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식민지와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1946년부터 1973년까지 우리나라의 경제와 국방을 위해 약 10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미국의 지원이 우리의 경제부흥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100억달러 상당의 무기를 구입했습니다. F-X사업으로 40억달러 이상을 미국에 지불하게 됐으며, 이지스함, 지대공 유도무기,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10년 내에 또 그 이상의 무기대금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미국은 우리나라를 군사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계획을 철저하게 준비했고, 우리는 그 올가미에 걸려 있으면서도 걸린 줄도 모르고 그것이 최상의 선택인 것처럼 생각해왔습니다. 주한 독일대사를 10년 이상 지냈던 유르겐 클라이너씨는 그의 저서 ‘시련 속의 한국’에서 냉전시대의 한국 상황을 미국의 ‘억제정책’의 시험무대였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억제정책이라 함은 양쪽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 도발을 감행할 수 없을 만큼 군사력의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전쟁발생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을 포함한 남한의 전력과 북한의 전력이 비슷한 대칭을 이루도록, 미국은 무기는 팔면서도 첨단무기의 공급은 제한하고, 정보 전력 같은 것은 한국군이 보유하는 것을 적절히 차단함으로써 전적으로 미군에 의지하도록 만들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구 소련이 붕괴되기 전까지 미국과 소련이 남한과 북한에 무기를 경쟁적으로 공급했던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클라이너씨는 1985년에 미군방송(AFKN)이 발표한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는 바,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은 북태평양 주둔 미군의 본체였고 지금도 그러하며, 태평양을 ‘미국 해양’으로 만드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클라이너씨는 “한국의 지도층은 미국에 종속돼 있고, 미국은 자국의 안보적 이해관계에 따라 습관적으로 한국을 좌우하려 했다. 주한미군의 역할을 단순하게 북한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변화시키면 이런 일은 감소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미국이 한국군 전력을 절름발이 형태로 이끌어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단순히 미국만의 잘못도 아닙니다.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한국군은 지상군 위주로 육성하고 해·공군 임무는 주로 미군 전력이 담당하겠다고 한국군에 제안했습니다. 한국 육군은 현대전이 해·공군력 위주로 수행되는 것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기에 어떻게든 자기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미군의 주장을 바이블처럼 믿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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