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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찰, 미군 피의자에게 질문도 못했다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

  • 황일도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hamora@donga.com

한국 경찰, 미군 피의자에게 질문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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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지위에 관한 한미행정협정’(SOFA·이하 한미행정협정)에 따르면 주한미군에 의해 공무중 발생한 사건사고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일반 법원과 미군이 ‘경합적 재판권’을 갖는다. 따라서 법률적으로 이번 사고의 진상조사에 미군과 함께 참여해야 하는 한국측 1차 당사자는 대한민국 경찰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사고 발생지역을 관할하는 의정부경찰서 교통사고처리반 사고조사계다. 이들은 어떤 식으로 ‘한미군경합동조사단’에 참여했을까.

“그 얘기라면 묻지 마십시오.”

합동조사 내용을 묻는 기자에게 담당경찰관은 “이 사건 맡고나서 고생만 엄청나게 했다”며 고개를 젓는다.

“사정이야 뻔한 것 아닙니까. 미군이 일일이 우리한테 상의하면서 조사했다고는 말 못하죠. 저도 피의자한테 질문 한번 못해 봤습니다.”

미군 이외에 사건 발생을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피해자 심미선양의 이모인 이삼숙씨로 오전 9시40분에서 10시 사이다. 그러나 의정부경찰서가 사건 발생을 인지한 것은 10시50분경. 미군은 한 시간 가량 관할경찰서에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은 셈이다.



사고조사반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한 11시10분경 사고차량 탑승자들은 이미 현장에 없었다. 이후로 경찰관 중 누구도 이들을 신문하지 못했다.

“현장에 나갔더니 미군 병사들이 비디오카메라 촬영을 막더라고요. 사진은 되지만 동영상은 안된다는 거예요. 이만하면 말 다했지 않습니까.”

합동조사단 운영방침이 발표된 이후에도 미2사단과 조사단의 조직체계나 운영방침, 역할분담 등을 상의한 일은 없었다고 담당 경찰관은 말한다. 6월17일 열린 현장검증에도 “국방부에서 합동조사단 만든다고 했으니 모양새를 위해서라도 나와달라”는 전갈을 받고 부랴부랴 참석했다는 것. 6월19일 조사결과 브리핑이 있기 전에 보고서를 검토하거나 내용을 토의한 적도 없었다.

경찰은 결국 미군측에서 넘겨받은 운전병의 진술서를 바탕으로 도로교통법에 따라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로 6월27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과실책임 규명과 관련해 경찰이 그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솔직히 군 관련 사고에서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단 관할이 아니니까요. 더구나 미군 관련 사고다 보니 접근에 한계가 있었지요. 사고현장 측정 같은 기초조사는 우리도 했지만 그 이상은 어려웠어요.”

의정부경찰서 수사 관계자의 말이다.

의정부경찰서는 6월28일 미2사단 참모장, 우리 육군 1군단 헌병대 등과 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이는 사고수습 대책회의였을 뿐, 미군측으로부터 합동조사단의 지휘체계나 역할분담 방안 논의를 제의받은 적은 없었다는 전언이다.

“광적면에 가면 경찰만 죄인이에요. 얼굴을 들 수가 없다니까.”

‘합동조사’라는 명목은 있었지만 한미행정협정과 관할권에 묶여 옴짝달싹 못했다고 이 관계자는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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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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