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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의 현장 8|강원도 정선군

‘관광천국’으로 거듭나는 아리랑의 본고장

  • 양영훈 < 여행작가 > travelmaker@hanmir.com

‘관광천국’으로 거듭나는 아리랑의 본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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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큰 산업기반인 탄광업이 퇴락하면서 정선군의 1·2차산업 기반은 극히 취약해졌다. 하지만 때묻지 않은 태곳적 자연을 ‘보존형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 위락시설을 유치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질아질 성마령아 야속하다 관음베루지옥 같은 정선읍내 십년 간들 어이 가리아질아질 꽃베루 지루하다 성마령지옥 같은 이 정선에 누굴 따라 여기 왔나

‘정선아리랑’의 하나인 이 노래는 조선 중엽 정선군수였던 오홍묵의 부인이 지어 부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님으로 부임하는 남편을 따라 생전 처음 정선 땅을 밟게 됐는데, 지나는 길마다 어찌나 높고 험한지 한탄과 자조(自嘲) 섞인 이 노래가 절로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정선 가는 길은 그 옛날처럼 아찔하거나 지루하지도 않거니와 ‘지옥 같은’ 길은 더더욱 아니다. 얼마나 높던지, 그 마루턱에 올라 손을 뻗으면 별이 잡혔다던 성마령(星摩嶺·지금의 평창군 미탄면과 정선읍의 경계를 이루는 비행기재)에는 터널이 뚫렸고, 가도가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던 ‘꽃베루(정선군 북면 여량리 부근의 조양강변에 우뚝한 벼랑)’ 길은 이제 왕복 2차선의 아스팔트 도로로 탈바꿈했다. 적어도 길 사정만 따지자면 정선군은 더 이상 오지(奧地)가 아닌 셈이다.

그래도 태곳적부터의 첩첩산중이 하루아침에 들녘으로 바뀔 수는 없는지라, 여전히 정선지방은 온 나라에서 가장 깊은 두메산골 중 하나로 손꼽힌다. 백두대간의 허리를 이루는 태산준령들, 첩첩한 고봉들 사이로 빠끔히 열린 하늘, 구절양장의 고갯길, 태극형상을 이루며 굽이치는 강물…. 이렇듯 바라보기는 좋아도 사람 살기는 버거웠을 풍경이 정선 땅 어딜 가나 시야에 들어온다.

서울에서 정선읍내를 찾아가려면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59번 국도를 타고 가는 게 가장 빠르다. 59번 국도는 평창군 하진부와 정선군 북평면 나전리 사이의 구간에서 오대천 물길과 나란히 달리는데, 약 80리에 이르는 이 구간에서도 정선군의 전형적인 산수(山水)를 확연히 엿볼 수 있다.



오대산 우통수에서 발원한 오대천의 물길은 진부에 이르면서 제법 큰 내를 이뤄 동남쪽으로 흐르는데, 해발 1000m 이상의 고봉들 사이로 물길을 내느라 긴 협곡을 이룬다. 고려 때의 문장가인 곽충룡은 정선 땅을 두고 “냇물은 백 번이나 굽이쳐 흐르고 천층(千層) 절벽은 하늘을 가로질렀다”고 했는데, 그 수사(修辭)가 한치도 틀리지 않다.

오대천 길에서는 줄곧 거대한 산자락을 헤집고 달리기 때문에 여느 강변 길에서처럼 장쾌한 기분을 맛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암괴석과 반석(盤石)이 어우러져 곳곳마다 비경을 이루고, 짙푸른 솔밭과 오롱조롱한 외딴집들이 점점이 이어지는 차창 밖 풍경은 향토적 서정과 산촌의 한가로운 정취를 짙게 풍긴다. 이처럼 때묻지 않은 산수와 향토색 짙은 풍정(風情)이야말로 오늘날 정선군의 가장 큰 매력이자 관광자원이다.

정선군은 전체 면적이 서울시(605㎢)의 곱절이 넘는 1220㎢다. 그러나 경지면적은 전체의 9%에 지나지 않고 약 86%가 임야다. 그나마 벼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은 얼마 안되고, 가파른 산비탈을 일궈 만든 밭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농업인구의 비율에 비해 농업기반은 약한 편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정선군의 경지면적 중 약 66%는 해발 400m 이상의 고지대여서 배추와 무 등의 고랭지 채소, 황기와 당귀 같은 약초 생산지로서는 최적의 자연조건을 갖췄다고 한다.

서울보다 두 배나 넓은 정선군이지만 인구는 4만9000여 명(지난 1월1일 현재)으로 서울의 관악구 신림본동과 신림1동을 합친 정도에 불과하다. 가장 인구가 많았던 1978년의 13만9000여 명에 비해 무려 65%나 줄어든 셈이다. 그런데 지금도 정선군에는 네 개의 읍과 다섯 개의 면, 그리고 출장소가 하나 있다. 하나의 군에 읍이 네 개나 있다면 군세(郡勢)가 대단할 터.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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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훈 < 여행작가 > travelmaker@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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