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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의 현장 8|강원도 정선군

‘관광천국’으로 거듭나는 아리랑의 본고장

  • 양영훈 < 여행작가 > travelmaker@hanmir.com

‘관광천국’으로 거듭나는 아리랑의 본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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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읍을 제외한 사북읍, 고한읍, 신동읍은 모두 탄광촌을 끼고 있다. 한때 44개에 달하던 광업소 가운데 지금까지 채탄작업을 계속하는 곳은 사북읍의 동원탄좌 한 곳뿐이다. 1988년 1만5000여 명에 이르렀던 광산노동자는 현재 877명으로, 한 해 651만t이던 석탄 생산량은 78만t으로 급감했다. 정선군의 가장 큰 산업기반이 완전히 붕괴된 것이다.

이처럼 1·2차산업의 기반이 매우 취약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선군의 미래는 그리 어두워 보이지 않는다. 인위적인 산업시설보다 더 큰 잠재가치를 지닌 천혜의 관광자원이 매우 풍부한 고장이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도 하나같이 “정선군이 살 길은 관광산업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정선군에서도 물 맑고 공기 깨끗한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는 관광자원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선 땅 곳곳을 유심히 들여다볼 적마다 갖게 되는 생각 중의 하나는 “세월이 흘러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정선 땅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정선군의 관광개발사업도 산을 깎고 물길을 막는 환경파괴적인 것이 아니라 기존의 환경을 최대한 보존하는 범위 안에서 조용하고 차분하게 추진되고 있는 듯하다.

‘아리랑의 고장’ 정선군에는 해발 1000m 이상인 산이 22개나 솟아 있다. 그 산과 산 사이로는 정선아리랑의 구성진 가락만큼이나 유장한 남한강 물길이 쉼 없이 흘러내린다. 그리고 높은 산자락과 긴 강줄기가 만나고 풀어지고 부딪치는 곳곳에는 어김없이 절경이 형성돼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북면 여량리의 아우라지다.

아우라지는 ‘여러 갈래의 물길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지명이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한둘이 아니지만, 가장 유명한 곳은 역시 정선 아우라지다. 북쪽의 구절리에서 흘러온 송천과 동쪽의 임계에서 흘러온 골지천이 이곳에서 만나 조양강(정선군을 가로질러 흐르는 남한강 본류)을 이룬다.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아우라지는 남한강 물길을 타고 서울까지 흘러가는 뗏목의 출발지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뗏목도 떼꾼도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쇠줄에 의지해 오락가락하는 나룻배와 강물 따라 흐르는 사연들뿐이다. 아우라지 나룻배는 요즘도 이쪽저쪽 강변을 오가며 부지런히 사람들을 실어나른다. 여량리 주민들이 강 건너 유천리로 마실갈 때나 유천리 사람들이 기차 타러 아우라지역에 갈 때도 이 배를 타지만, 이곳 나루터의 예스런 정취와 아름다운 사연을 찾아나선 외지 손님들이 더 많다.

아우라지를 찾는 관광객의 수가 크게 늘어난 뒤로는 정선아리랑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는 정선아리랑의 노랫말 중 하나가 아우라지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덕택이기도 하다.

70여 년 전, 서로 연모하는 사이였던 여량리의 한 처녀와 유천리의 총각이 마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싸리골에 동백(이른봄 몽실몽실한 노란 꽃이 피는 생강나무의 열매)을 따러 가기로 했다. 그러나 이튿날 아침 나루터에 와보니 간밤에 물이 불어 나룻배가 떠내려가고 없었다. 두 사람은 강 양편에 서서 안타까이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딱한 처지를 지켜보던 지유성(池有成·일명 지장구 아저씨)이라는 뱃사공이 그들의 애달픈 심정을 정선아리랑 가락에 실어서 노래불렀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좀 건네주게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떨어진 동백은 낙엽에나 쌓이지사시사철 님 그리워 나는 못 살겠네

오늘날 아우라지 나루의 야트막한 솔밭에는 이런 노랫말을 새긴 아우라지비가 있고, 그 앞쪽에는 무심히 흐르는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댕기머리 처녀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정선아리랑 노랫말 속의 ‘올동백’을 따러 가기로 했던 바로 그 아우라지 처녀의 동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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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훈 < 여행작가 > travelmaker@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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