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문화광장

바캉스에 딱! 추리소설 베스트 10

‘종이 에어컨’으로 더위 탈출

  • 정석화 < 추리소설가·‘계간 미스터리’ 기획위원 > goodnovel@hanmir.com

바캉스에 딱! 추리소설 베스트 10

2/4
그에 비해 아르센 뤼팽은 조금 천박한 캐릭터다. 자신의 천재적 재능을 마음껏 뽐낸 뒤 여지없이 터져나오는 경박한 웃음소리. 또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끊임없이 혼잣말을 주절거리거나 춤을 추고 ‘브라보’를 연발한다. 그럴 때의 뤼팽은 마치 연극배우 같다.

태생적으로 뤼팽은 홈스에 대한 대항마로 창조됐다. 어찌보면 홈스보다 훨씬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영국에서 홈스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르자, 라이벌 국가인 프랑스에선 그에 버금가는 캐릭터가 절실했다. 그리하여 순전히 상업적 발상으로 창조된 캐릭터가 바로 뤼팽이다.

두 캐릭터는 천재적이란 점을 제외하곤 모든 면에서 다르다. 홈스가 다소 무뚝뚝한 정의의 수호자라면 뤼팽은 로맨틱한, 악한들의 보스다.

뤼팽은 홈스와 달리 변장술의 대가다. 그는 언제 어느 곳에서도 전혀 다른 인물로 변신이 가능하다. 천의 얼굴을 지닌 그의 진면목을 아는 사람은 유모인 빅트와르가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마땅히 도주할 만한 곳(방법)이 없는데도 경찰을 비웃으며 유유히 연기처럼 사라진다. 더욱 사람들을 기막히게 하는 건 그 자신이 도둑이면서도 경찰간부, 또는 탐정이 되어 의문의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이다.

‘기암성’은 뤼팽과 레이몽드와의 애틋한 러브스토리, 고교생 탐정 보트르레의 뛰어난 활약이 펼쳐지는 작품이다. ‘기암성’은 그야말로 유럽의 보물이란 보물은 모조리 모아놓은 보물섬이다. 이 기암성을 국가에 귀속시키기 위해 뤼팽은 보트르레를 이용한다. 홈스 못잖은 추리력을 지닌 보트르레는 뤼팽이 던져준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가며 기암성의 비밀에 접근한다. 이 와중에 로마시대 케사르가 골족(族)을 굴복시켰던 역사적 사건, 프랑스대혁명, 루이 16세의 처형, 왕비 앙투아네트에 대한 일화들이 순차적으로 열거된다.



그러나 결론은 비극. 홈스가 쏜 총탄에 맞아 뤼팽의 연인 레이몽드는 목숨을 잃고 만다. 이 사건으로 인해 뤼팽의 마니아들은 홈스에 대해 분노를 터뜨리기도 한다.

▶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 정창 옮김 / 열린책들

2002년 추리소설계를 이끌고 있는 홈스와 뤼팽의 시리즈는 독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전작이 모두 출간됐거나 출간중에 있다. 추리소설 마니아들로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근래 한 작가의 두 작품이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더욱이 일본이나 미국, 영국이나 프랑스 작가가 아닌 낯설기 그지없는 스페인 작가의 작품들이다.

스페인 대중문학계의 선두주자인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La tabla de Flandes, 프랑스 ‘탐정소설 그랑프리’ 수상작)과 ‘뒤마 클럽’(El Club Dumas)이 바로 그것이다. 인문학적 지식과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유럽의 대표적 작가로 손꼽히는 레베르테는 최근 10년간 스페인에서 베스트셀러를 가장 많이 발표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은 15세기 플랑드르 화파의 거장 반 호이스의 그림 ‘체스게임’을 둘러싼 역사적 음모와 배신을 파헤친 작품이다. 미술복원가인 훌리아는 체스게임을 하는 모습이 담긴 15세기 플랑드르 패널화를 복원하던 중 그 속에 감춰진 라틴어 문장을 발견한다.

‘Quis Necavit Equitem(누가 기사를 죽였는가).’ 골동품 상인이자 훌리아의 정신적 지주인 세사르는 이 문장이 500년 전의 살인사건과 연관돼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그렇기에 그림에 그려진 체스게임의 비밀을 풀어야만 당시의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린다.

‘체스게임’은 15세기 당시 유명인사였던 한 대공과 기사가 체스를 두는 장면을 극사실주의 화법으로 그린 그림. 그림의 한 귀퉁이엔 대공의 부인이 다소곳이 앉아 있다. 주인공의 조사에 의해, 그림은 이 기사가 의문의 살해를 당한 지 2년 뒤에 그려졌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주인공은 미술사가, 골동품 상인, 체스 플레이어 등의 두뇌를 빌려 왜 화가 호이스가 이 문구를 그림 아래 숨겼는지, 또 이 그림이 기사의 의문사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를 뒤쫓는다. 음모와 비밀이 가득한 500년 전 중세의 암투 현장과 저열한 탐욕이 흐르는 현대 미술시장이 교차되는 가운데,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이 숨가쁘다.

▶ 뒤마 클럽 /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 정창 옮김 / 시공사

‘뒤마 클럽’은 희귀본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배신도 가능하다는 고서적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했다.

코르소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특정한 책의 초판이나 희귀본을 구해주는 이른바 ‘책 사냥꾼’(서적 중개인). 어느날 그는 스페인의 유명한 서적상이자 악마 연구가인 보르하로부터 이 세상에 단 세 권밖에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아홉 개의 문’(악마를 부르는 교본)을 찾아 그 진위 여부와 A. 뒤마의 소설 ‘삼총사’의 일부인 ‘앙주의 포도주’ 필사본의 진위를 확인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코르소는 이때부터 프랑스와 포르투갈 등을 전전한다. 그의 행적 뒤엔 꼬리표처럼 늘 희한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그가 만난 고서 소장가들의 연이은 의문의 죽음. 코르소는 고서에 담긴 아홉 개의 삽화 속에 살인사건의 실마리가 있음을 직감한다.

아홉 개의 삽화를 통해 악마의 초대를 받으려는 악마숭배주의자들의 위협 속에서도 코르소는 신비주의에 가려진 고서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고서의 베일이 벗겨질수록 드러나는 엄청난 역사적 사실들이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혹자들은 레베르테의 이 두 권의 소설을 움베로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나 ‘푸코의 추’와 동일선상에 있는 수준의 작품으로 평가하는데,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어도 좋은 작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한국의 독자들은, 추리소설은 반드시 홈스나 뤼팽과 같은 이야기와 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착각 아닌 착각에 빠져 있다. 사람들은 작가들에게 끊임없이 요구한다. 왜 홈스와 뤼팽 같은 인물을 창조하지 못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이미 말했듯 추리소설은 엔터테인먼트다. 그만큼 현대의 과학 발전과 더불어 추리소설의 구조나 이야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요즘 같은 시대에 홈스와 뤼팽이 부활한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보다 더 큰 역할을 담당할 수는 없다.

요즘 시대의 홈스는 범죄집단의 보스는 될지언정 탐정이나 형사론 적합지 못한 인물이다. 만일 홈스가 지금의 형사라면, 편협한 인간성을 지닌 그는 조직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왕따’당할 게 분명하다. 뤼팽 역시 범죄조직 보스가 되려면 여러가지 역량부족을 절감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뤼팽은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에 불과할 뿐이다.

추리소설은 가장 현실적이고 과학적이며 논리적인 문학이다. 현실에서 가능하지 못한 사건이라면 소설 자체가 불완전해진다. 이런 이유로 추리소설 선진국에서조차 더 이상 홈스와 뤼팽 같은 ‘스타’가 탄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네 종의 추리소설은 이미 출판·서점업계 베스트셀러 또는 화제작으로 부상해 독자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러나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국내외 작품들도 부지기수다. 그중 몇 작품을 간추려 소개한다.

2/4
정석화 < 추리소설가·‘계간 미스터리’ 기획위원 > goodnovel@hanmir.com
목록 닫기

바캉스에 딱! 추리소설 베스트 10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