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호

“최고위층 친인척 감찰권도 확보하겠다”

강철규 부방위 위원장

  • 황일도 shamora@donga.com

    입력2002-10-09 13: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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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위층 친인척 감찰권도 확보하겠다”
    강철규 위원장이 부패방지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에 임명된 것은 지난 1월 초. 이후 8개월여 동안 부방위의 연착륙을 위해 동분서주해온 강위원장은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반부패행정시스템연구소 소장을 지내며 쌓은 ‘내공’에 대통령직속 반부패특별위원회 위원,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얻은 ‘실전 경험’을 겸비해 출범 초기 부방위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강위원장과의 인터뷰는 9월9일 위원장 집무실에서 이루어졌다. 강위원장은 지난 8월14일 부방위 재정신청에 대한 법원의 기각결정에 대해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아 유감”이라는 견해를 피력하며 “향후 성공적인 부방위 활동을 위해 조사권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부방위 출범 후 그간 활동으로 공직사회 분위기에 변화가 있다고 느끼십니까.

    “부패척결을 종합적으로 전담하는 부방위가 출범한 것만으로도 예방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지난번 고발사건 이후로 고위 공직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전해 듣고 있습니다. ‘부방위에 신고가 접수되면 골치 아파지겠구나’ 하는 인식이 퍼진 거죠.”

    -부방위가 신고접수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어 제도개선이나 교육홍보, 점검평가 등의 다른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언론보도가 사건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신고접수에 시선이 집중됩니다만, 부방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능은 제도개선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장시간 충분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 보니 ‘시차’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7월 발표된 지방공직자 및 교원 인사제도 개선안, 9월3일 공개된 정치 및 권력형 부패척결을 위한 제도개선 제안 등 그간 작업한 결과들이 이제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올 연말에 예정돼 있는 ‘73개 공공기관 청렴도 지수 발표’도 큰 관심을 모을 것으로 봅니다. 물론 낮은 점수를 받은 기관들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민원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평가시스템을 충분히 검증했고 발표방법도 신중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부방위의 고위공직자 고발사건을 검찰과 법원이 최종 기각한 것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역시 법조계 출신이 다수인 부방위 위원들과 사법부의 판단이 달랐던 배경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솔직히 말해 유감스럽습니다. 특히 사건의 실체적인 진실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현재로서는 기각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만, 오히려 이번 사건을 통해 사정기관 관련 부패사안은 독립된 제3기구나 특별검사가 처리하는 제도도입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법원이 검찰의 수사기록만을 보고 판단을 내린 점, 부방위가 법원에 추가증거 조사를 요구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 이유도 밝히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자신의 허물에 대해 스스로 심판관이 될 수는 없다’는 옛 법언이 입증된 것이겠지요.”

    -이 사건에서 부방위가 안고 있는 제도적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평도 있습니다. 당사자 소명을 듣지 않은 채 사건내용을 공개하는 등 처리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부패방지법에 따르면 부방위는 신고자만을 조사할 수 있을 뿐 피신고인에 대한 조사권이 없습니다. 피신고인에게 신고내용이 알려지면 비밀누설 금지조항 위반입니다. 결국 사건의 50% 이하밖에 확인할 수 없는 거죠. 외국의 부패방지기구들처럼 피신고인에 대한 조사권이 확보되면 사라질 논란이라고 봅니다.

    피신고인의 인권침해라는 논란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부방위는 위원 전원회의의 심사숙고를 거쳐 고발사건의 개요와 배경만을 제한적으로 공개했을 뿐, 신고인이나 피신고인의 개인적 신분은 전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피신고인들이 나서서 언론사에 전화를 걸면서 자기신분을 노출시킨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권한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부방위가 권력형 부패(Grand Corruption)와 맞서기 위해서는 단순히 신고에 따른 조사 뿐 아니라 적극적인 인지조사도 가능해야 합니다. 또한 현재 차관급 이상인 고위공직자 조사대상의 범위를 1급 이상으로 내리는 등 범위도 확대해야 합니다. 특히 한동안 나라를 뒤흔들던 최고위층 친인척의 비리도 감찰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부방위의 조사권 확보 추진에 대해 사정기관 특히 검찰 쪽의 반발이 큽니다. 일부에서는 ‘옥상옥’이 될 수 있다며 “부방위가 또 다른 권력기관이 되려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하는데요.

    “조사권을 갖는다고 다른 사정기관 위의 기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지, 다른 기관의 업무를 침범하자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동안 사정기관들이 100% 잘해왔다면 이런 얘기가 나올 이유가 없죠. 유일한 권한을 행사하는 조직은 신뢰도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제3의 기관이 견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가 말하는 조사권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나 인권위원회도 갖고 있습니다. 부방위가 조사권을 갖는다 해도 기소는 검찰이 담당하면 됩니다. 당장 기소독점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선진국의 경우 기소권도 다양한 기관에 나누어져 있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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