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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는 군 수뇌부 겨냥한 한철용의 ‘쿠테타’

6·29 서해교전과 기막힌 군사정보 유출 배후

  • 글: 이정훈 hoon@donga.com

눈치보는 군 수뇌부 겨냥한 한철용의 ‘쿠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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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정치권은 G&G 그룹의 이용호(李容湖) 회장이 주가를 올리기 위해 정관계를 상대로 광범위하게 로비한 사건이 터져 매우 시끄러웠다. 그런데 ‘이용호 게이트’에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동생이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론은 서울지검 특수부와 대검 중수부의 이용호 게이트 수사를 불신했다.

그로 인해 올해 초 차정일(車正一) 특검팀이 구성돼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용호 게이트는 무척 범위가 넓은데 그중 하나가 보물선 인양과 관련된 정관계 로비와 주가 조작이었다.

1999년 12월 이용호씨는 진도 앞바다에 침몰해 있다는 구 일본군의 보물선을 건져 올리기 위해 이희호(李姬鎬) 여사의 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에게 “해군함정의 도움을 받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형택씨는 이를 이기호(李起浩) 경제수석에게, 이수석은 국정원의 고 엄익준(嚴翼駿) 2차장에게, 엄차장은 국정원 국방보좌관으로 와 있던 한철용 소장에게, 한소장은 해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인 오승렬(吳承烈) 소장에게, 오소장은 이수용(李秀勇) 참모총장에게 이야기했으나, 해군은 함정 지원을 하지 않았다.

차특검팀은 보물선을 인양하기 위한 ‘부탁의 고리’가 어떻게 이어졌는가를 밝히려고 올해 초 777부대장으로 와 있던 한소장에게 출두를 요구했다. 한소장은 상급자인 엄익준 차장의 지시를 해군에 전한 것밖에는 잘못이 없었다. 또 장군이라는 체면이 있어 검찰 출두를 피하고 싶었다. 그는 김동신 장관이 국방부 차원에서 그를 보호해주리라 기대했으나, 김장관은 그러지 않았다. 한소장은 7시간 동안 차특검팀의 조사를 받고 무혐의로 풀려나왔다.



반면 해군의 오승렬 소장은 차특검의 소환을 받지 않았다. 이 일로 인해 한소장은 또 한번 감정이 크게 상했다고 한다. ‘빵빵하게’ 부푼 풍선은 살짝만 찔러도 “뻥”하고 터져버린다. 김장관을 향한 한소장의 감정이 그런 상태로 치닫게 된 것이다.

비밀자료 ‘블랙북’

여기서 잠깐 한국군의 정보전달 체계를 설명한다. 정보본부는 777부대와 정보사 외에도 해외정보부와 군사부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777부대와 정보사는 대북정보만 주로 수집한다). 해외정보부는 외국에 나가 있는 무관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한다. 군사부는 대북정보가 아니라 전부대에서 일어난 정보를 다룬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정보융합처에서 합쳐진 후 추릴 것은 추려서 정보본부장과 합참의장, 국방장관 그리고 필요시는 대통령이나 국정원장에게까지 올라가는 일일보고서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보고와 별도로 야전부대로 보낼 ‘블랙북(B/B)’을 제작한다. 블랙북은 사단장과 사단의 정보·작전참모, 그리고 사단 기무대장만 볼 수 있는 비밀 자료다. 정보본부에서 이 일을 하는 실무 책임자는 정보융합처장인 정형진(丁亨鎭) 육군 준장이다.

6월10일 월드컵 예선전에서 한국은 미국과 1 대 1로 비기는 바람에 16강 진출이 불투명해졌다. 6월14일로 예정된 포르투갈전에서 이겨야만 ‘고대하던’ 16강 진출이 확정된다. 온 국민이 16강 진출을 열망하던 11일 북한 함정이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침범했다. 그리고 포르투갈과 시합을 하루 앞둔 13일 또 침범했다.

바로 이날 777부대는 북한군이 교신하는 것을 포착했는데, 그중 ‘여덟 자’가 이상징후로 판단되었다. 777부대는 정보융합처에 보낸 보고서에 ‘특수정보(SI·Special Intelligence)’로 불리는 문제의 여덟 자를 적시하고, 북한군의 NLL 침범은 △연례적인 전투검열 △월드컵 및 국회의원 재·보선과 관련한 한국 내 긴장 고조 △우리 해군 작전활동 탐지 의도 중 하나일 것이라는 판단 내용을 적었다.

그런데 다음날 정보융합처에서 제작해 야전부대로 전파한 블랙북에는 북한군의 NLL 침범 이유는 제1번이 단순침범, 제2번이 우리 해군의 대응태세를 떠보기 위한 것, 제3번이 북한 해군의 전투태세 검열로 적시되었다.

사단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야전부대에는 정보본부의 블랙북과 함께 777부대에서 발간하는 자료도 전파된다. 따라서 블랙북과 777부대에서 나온 자료는 13일 침범에 대해 같은 결론을 내고 있어야 한다. 정형진 처장은 국방부에 파견돼 있는 777부대 연락장교인 윤영삼 대령을 불러 “777부대는 정보본부의 판단과 같은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윤대령은 이를 777부대의 담당 처장에게 연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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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훈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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