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김정일 정권을 어떻게 무너뜨려야 할 것인가. 우선적으로 정부분야와 비 정부분야의 체계가 재정리되고, 역할이 정확히 나눠져야 한다. 한·미·일 공조체제 강화, 안보체계 강화, 남북협상 등은 외무부, 국방부, 통일부가 담당하는 정부분야다.
나머지 비정부 분야(Track-B)의 활동은 바로 국가정보원 몫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분야의 활동이다. 그동안 국정원은 제 구실을 다하지 못했다. 이제 시급히 복구하고 이를 본격적으로 가동해야 할 시점이다.
1981년부터 시작된 레이건 정부의 소련붕괴 전략은 윌리엄 케이시 CIA 국장이 주도했다. 10년에 걸친 미국의 소련붕괴 전략은 현 남북관계에 원용할 수 있는 전략의 보고(寶庫)다. 당시 미국은 소련붕괴를 위한 전략적 과제를 세 가지로 잡았다.
첫째는 경제전. 소련에 달러와 기술이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소련의 달러 확보선인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을 통제하고 중동 석유산업의 최대 주주인 사우디 아라비아를 미국편으로 끌어들여 국제유가를 하락시켰다. 또 서방세계는 소련 석유 대신 중동 석유를 사용하게 됐다. 유럽으로 들어가는 소련의 천연가스 송유관 건설도 폐기시켰다. 아울러 전략기술이 소련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오히려 가짜 핵심기술을 소련에 흘려보냈다.
둘째는 외교전. 미국은 소련제국을 분할시키기 위해 동구를 소련으로부터 떼내는 외교전략을 폈다. 폴란드 출신 교황에게 접근하여 폴란드의 자유노조를 기지로 삼아 폴란드를 비롯한 동구에 자유화 바람을 일으켰다. 중동에 대해서는 이집트, 사우디, 파키스탄 및 소련연방 내 회교국가들의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중국까지 끌어들여 아프간 전쟁을 지원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동구는 소련권에서 이탈했고, 소련은 10년 동안 끌던 아프간 전쟁에서 손을 들고 말았다.
마지막은 군사전. 미국은 우수한 과학기술을 최대한 활용했다. 나중에 전 세계 산업기술 분야에 혁신을 일으킨 ‘인공지능’ 기술도 이때 개발됐다. 미국은 외기권에서 소련의 핵무기를 격추시킨다는 구상을 내놓아 소련으로 하여금 군사력 경쟁을 유도했고, 소련이 핵 경쟁을 싫어하면 핵군축 협상으로 나간다는 복선(複線)을 마련했다. SDI(전략방위구상)가 그것이다. 소련은 미국의 군사기술력을 따라가려다 경제적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완전히 추락했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전략적 과제는 레이건 대통령, 캐스퍼 와인버거 국방장관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윌리엄 케이시 국장에 의해 용의주도하게 진행됐다. 케이시는 속칭 ‘날으는 검은 새’(비행기)를 타고 유럽과 중동지역을 수없이 잠행했다. 그의 동선(動線)을 아는 사람은 레이건 대통령과 국가안보위원회의의 극소수에 불과했다.
‘냉전에서 경제전으로’
윌리엄 케이시는 소련붕괴의 전략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대담한 전술들을 개발했다. 그 내용은 미국의 정보전 전문가 피터 시바이처의 ‘냉전에서 경제전으로(Victory without War)’에서 자세히 소개돼 있다. 그중 중요한 몇 가지만 추렸다.
▲소련제국의 심장부에서 반 소련운동을 전개할 폴란드 자유노조 활동에 비밀자금, 정보 및 보급품을 지원한다.
▲아프간 반군에 재정 및 군사적 지원을 계속하고, 전쟁을 소련 영토 내로 확전시키기 위해 무자헤딘 반군에 무기를 지원한다.
▲예멘과 영토분쟁중인 사우디를 지원, 국제유가를 내리게 하여 소련의 달러화 획득을 감소시킨다.
▲소련 지도부에 대한 정교한 심리전을 전개해 불안을 가중시키고 정책결정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미국은 소련 지도부와 벌이는 심리전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해 레이건의 이미지를 핵전쟁도 불사하는 ‘못 말리는 카우보이’로 연출하기도 했다.)
▲소련의 서방기술에 대한 접근을 막기 위해 비밀외교를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광범위한 역기술 정보를 흘려 소련 경제를 혼란에 빠뜨린다.
▲침체에 빠진 소련경제 및 자원 위기를 가속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하이테크 방위력 건설을 추진한다.
이러한 목표와 정책적 수단은 레이건이 1982년 승인한 ‘국가안보정책지시’ 32호와 36호, 1983년의 75호에 반영됐다. 32호에는 동유럽에 대한 소련의 통제 무력화, 66호에는 소련경제 붕괴, 75호에는 소련과의 공존정책 폐기 및 소련의 체제전환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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