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듀어런스
캐롤라인 알렉산더 지음/ 김세중 옮김
이 책은 ‘위대한 실패’에 관한 이야기다. 1914년 8월 영국의 극지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대원 27명과 함께 세계 최초로 남극대륙 횡단에 도전한다.
그러나 그들은 바다가 얼어붙는 바람에 배가 난파돼 남극대륙엔 발을 디뎌보지도 못한다. 목적지를 불과 150km 앞두고, 타고온 배 ‘인듀어런스’호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그들은 결국 남극해를 떠다니는 얼음덩이에 몸을 싣고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역경을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생존 드라마를 펼치게 된다.
펭귄을 잡아 허기를 달래고 매서운 추위로 발이 썩어들어가는 와중에도 희망을 잃지 않던 그들은 마침내 조난당한 지 634일째 되는 날, 칠레정부가 급파한 군함에 의해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구조된다.
기적에 가까운 이 생존드라마는, 자신이 처음에 세운 목표의 달성만이 성공이라고 고집하지 않은 섀클턴 덕분에 가능했다. 그는 남극대륙 횡단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자 과감히 목표를 수정했다. 수정된 목표는 전 대원의 무사생환.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섀클턴의 리더십은 믿기 어려운 팀워크를 이끌어냄으로써 ‘실패한 탐험가의 성공한 리더십’을 세상에 보여줬다.
섀클턴과 대원들의 처절한 사투는 탐험대원으로 함께 참여했던 호주의 사진작가 프랭크 헐리가 당시 촬영한 생생한 사진들에 잘 나타나 있다. 섀클턴은 1999년 11월 영국 BBC방송이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지난 1000년 동안의 최고 탐험가 10인’에 선정됐다.
(뜨인돌/ 173쪽/ 3만원)
◇ 음식, 그 상식을 뒤엎는 역사
쓰지하라 야스오 지음/ 이정환 옮김
한국음식의 특징은 단연 매운맛. 그렇다면 언제부터 그렇게 매워진 것일까? 이 매운맛의 역사는 불과 200년 남짓하다. 고추가 서민가정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초의 일이다. 세계사에는 이렇게 우리가 무심히 지나친, 음식에 얽힌 의외의 사실이 적지 않다.
중국의 라면이 실크로드를 따라 이탈리아로 건너가 전세계인이 즐기는 스파게티가 됐고, 술을 엄격히 금하는 이슬람문화권에서 증류주가 처음 개발됐다는 것, 이슬람에서 돼지의 식용을 금지하고 힌두교에서 소를 신성시하는 풍습은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 지역적인 이유에서 비롯됐다는 것 등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들이 어느 민족과 국가에나 존재한다.
이 책은 우리가 늘 접하는 음식과 그 재료가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가 하는 점을 풀어놓고 있다. 햄버거, 버번 위스키, 맥주, 와인, 커피, 차 등 완성된 음식은 물론 각종 조미료와 향신료, 젓가락과 식기 등 식생활과 관련한 모든 것의 유래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부제는 ‘세계를 휘어잡은 음식의 재미있는 이야기.’ 그런데 음식의 기원을 알면 과연 맛도 달라질까?
(창해/ 224쪽/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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