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들어 서울에 새로운 이슈가 등장했다. 다름아닌 ‘강북 뉴타운’. 현재 강북의 성동구 상왕십리동·은평구 진관내외동·성북구 길음동 등 3곳이 뉴타운으로 선정됐다.
강북 뉴타운은 집값 폭등이란 강남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것인지의 여부를 떠나 발표 전후로 새로운 투기바람을 불러일으켜 화제가 되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인 부동산114가 10월28일부터 일반인 1094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투자처로 강북 뉴타운과 강남권 중 뉴타운을 꼽은 응답자는 전체의 54%인 590명에 달했다. 강남권을 꼽은 응답자는 이보다 조금 적어 46%인 504명. 강북 뉴타운의 인기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지역별로는 왕십리가 24%(265명)로 가장 많았고 길음 17%(183명), 은평 13%(142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뉴타운 개발 계획안 발표로 강남권 선호도가 다소 완화되고 강북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북 뉴타운 지역의 동향과 투자시 주의해야 할 사항 등을 자세히 알아본다.
◇ 지역별 동향
▲왕십리 뉴타운=왕십리 뉴타운이 들어서는 지역은 청계고가도로 남측인데 서울의 3대 재래시장의 하나인 중앙시장과 곱창골목 등 먹자촌을 이루고 있는 마장로를 중심으로 9만8000여평 규모에 이른다. 이 지역은 1984년 성동구청이 재개발지역으로 고시했으나 주민 여론에 부딪혀 자력개발에 의한 주거환경개선지구로 바뀌었다. 때문에 서울시는 1994년 이 지역에 도로 및 도시가스 등 기반시설을 확충해 지금은 상당히 정비된 상태다. 기반시설이 확충되면서 주민들은 3∼4층 규모의 상가주택이나 다세대·연립주택 등을 건립, 80% 가량을 최근 5∼6년 새에 신축했다.
이 지역은 서울 시청과도 5km 이내 인데다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이 가까워 임대수요가 많고 월세 전환율도 강남보다 높은 연 12∼15%에 이르고 있어 주민들 중 상당수는 신축한 다가구주택을 월세로 운용하는 등 주택임대를 많이 하고 있다.
서울시의 개발 발표가 나기 얼마 전부터 매기가 살아나고 있어 정보 유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건평 11평, 대지 10평 규모인 단독주택이 1억6000만원대이며, 개별등기가 가능한 분양중인 연립의 경우 32평형이 1억7000만원 수준이다. 발표 직전 도로변 상업용지는 가격이 평당 1500만∼1700만원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2000만원대로 올라섰으며 골목길에 속해 있는 대지는 평당 500만∼600만원선에서 평당 1000만원대까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효과 보기 어려울 수도
상왕십리 일대는 아파트가 거의 없다. 도로를 하나 건너 남측으로 한신아파트가, 동측으로는 청계벽산아파트가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청계벽산아파트는 도심과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값이 싼 편이다.
28평형이 2억3000만∼2억4000만원, 32평형이 2억7000만∼2억9000만원, 45평형이 3억5000만∼3억7000만원대다. 그러나 왕십리지역이 재개발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평형별로 1000만원 가량 뛰었다.
남측의 한신아파트는 45평형이 4억5000만원으로 행당동 대림한숲아파트 45평형(5억5000만원 정도)에 비해 1억원 가량 싼 편이다. 왕십리 뉴타운 개발지와 인접한 삼일아파트와 종로구 황학동 등이 재개발되고 있어 앞으로 집값은 오를 것이라는 게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전망이다.
▲ 은평 뉴타운 일대=대규모 ‘신시가지형 타운’으로 개발되는 은평구 진관내·외동 및 구파발동은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으나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현지에서 30년 동안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해온 김대택 대진부동산 사장은 “1∼2년 전부터 개발된다는 소문에 지금은 가격이 2배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현재 평당 집값은 300만∼500만원, 도로변은 500만∼700만원, 구파발역 인근 상가는 1000만∼1500만원을 호가한다”며 “주인들이 팔지도 않으면서 호가만 잔뜩 올려놓았다”고 말했다.
진관내·외동은 녹지나 나대지는 수용을 하고 취락지역은 환지, 기존 양호한 주거지역과 상태가 좋은 건물은 그대로 두는 개발 방식을 적용한다. 구파발역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시가 현 시세로 보상해주지 않는 이상 현재 가격은 이미 상투권이다”며 “이곳 부동산을 구입하더라도 수용되거나 환지되지 않는 지역을 골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길음 뉴타운=주거중심형으로 개발되는 길음 뉴타운은 이미 재개발 사업이 한창 진행중이거나 시행 예정이다. 길음1,2,4,5,6,7,8구역과 정릉9구역 등 총 8개 구역에 재개발사업지가 있으며 현재 재개발 대상지는 50만7267㎡로 재개발이 시행중인 곳은 34만여㎡, 미시행인 곳은 15만여㎡이다. 재개발 대상이 아닌 일반지역은 44만2733㎡이다.
이 가운데 길음 1구역 개발이 가장 먼저 완료돼 삼성 래미안 1125가구가 내년 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33평형의 분양가가 1억8900만원이었으나 현재 3억∼3억15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2구역을 재개발한 대우 그랜드월드는 2005년 4월 입주 예정이지만 프리미엄이 벌써 5000만∼7000만원 가량 붙었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된 4구역 대림 e-편한세상 역시 비슷한 수준의 웃돈이 형성돼 있다.
길음 뉴타운 개발로 개발구역이 아닌 인근 지역도 덩달아 강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월28일부터 입주하는 돈암동 동부센트레빌 33평형은 2억8000만∼3억원으로 1999년 분양가 1억9950만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그런데도 인근 길음 뉴타운 개발 계획 발표로 매물이 회수되거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부동산 조현덕 대표는 “강남은 최근 아파트 값이 떨어져서 난리라지만 이 곳은 오히려 강세”라며 “조만간 매수세가 매도를 넘어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역 개발에 박차가 가해진다 하더라도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길음 5구역의 경우 35평형을 분양받을 수 있는 지분인 25평 사유지는 평당 650만원선으로 이미 오를 대로 올라 있다. 재개발의 경우 추가 부담금을 고려하면 초기 투자금이 분양가와 맞먹어 투자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