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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리포트

“무신 걸 허영 살아야 할지 막막허우다”

감귤 가격 대폭락, 한숨짓는 제주 농민

  • 임재영 동아일보 사회1부 기자

“무신 걸 허영 살아야 할지 막막허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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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주지역에서 널리 재배되는 감귤 품종은 온주밀감으로 1911년 프랑스인 다케 신부가 일본에서 15그루를 들여온 것이 효시다. 1913년 일본인에 의해 서귀포시 지역에 처음 감귤과수원이 조성된 이후 일제 강점기간 일본인 중심으로 감귤 재배가 장려됐다. 그러나 당시 제주지역에서 재배된 감귤은 일본에서 들어온 감귤에 비해 비싼 값을 받을 수 없어 주민들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제주지역에서 본격적으로 감귤이 재배된 것은 1950년대 후반. 일본에서 밀수입되던 감귤이 사라지고 제주지역에서 생산된 일부 감귤이 비싼 값에 팔려나가면서 주민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감귤이 경제작물로 전환되면서 1964년부터는 농어민소득증대 특별사업으로 정부의 지원이 이뤄져 감귤 재배 붐이 일었다.

조나 보리 등을 재배했던 밭이 감귤과수원으로 탈바꿈하고 해안에서 해발 600m 이하의 냉해(冷害) 피해를 보지 않은 곳에는 어김없이 감귤나무가 들어섰다.

한평생을 감귤농사로 보낸 서귀포시 서홍동에 사는 강평순(72)씨의 회상.

“1960년대부터 너도나도 감귤나무 심기에 바빠 집안일을 돌볼 겨를조차 없었지. 감귤 가격이 좋아 힘든 줄도 모른 채 일에 파묻히기 일쑤였는데…. 아마 감귤나무가 없었다면 7남매를 모두 교육시키지 못했을 거야.”



감귤 열매를 하나라도 더 따기 위해 인부가 드나들기 힘들 정도로 감귤나무를 빽빽하게 심었고 화학비료를 쏟아 부었다. 당시는 감귤의 품질이 문제가 아니었다. 토양의 지력을 높이는 데 대한 고심이나 품종개량은 뒷전이었다. 감귤이 귀한 시절이었기에 대량 생산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이같은 감귤 재배 행태가 개선되지 않은 채 30여 년이 흘러 오늘날 제주 감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제주 경제 살리는 효자 역할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일찍 감귤이 익는 극조생 온주밀감과 늦게 수확하는 만감류 재배가 성행했으나 주류는 역시 온주밀감이었다. 1980년대 초에는 제주지역에 비닐하우스 시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파인애플 재배가 유행하다 시들해지자 바나나 재배가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이들 과실 재배는 5년을 넘기지 못했고 1987년에는 비닐하우스에 심었던 바나나를 갈아엎고 대신 감귤나무를 심었다. 노지재배 감귤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4∼7월에 감귤을 생산해 높은 가격을 받는 ‘하우스 감귤’이 나타난 것이다. 이로써 감귤은 노지 온주밀감 9월말∼2월, 만감류 2∼4월, 하우스 감귤 4~7월 등으로 연중 생산체제를 갖추게 됐다.

감귤 산업이 성장하면서 제주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커다란 버팀목이 됐고 1997년 이후 국내 과수생산량에서 사과 배 등의 과일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2001년말 현재 제주지역 4만 농가 가운데 3만7000여 농가가 감귤을 재배하고 있으며 전체 경지면적 5만8900ha 가운데 2만5000ha가 감귤과수원이다. 1996년 감귤의 조수익은 6079억원으로 당시 제주도내 총생산 4조145억원의 15%를 차지하기도 했으며 농자재 비용과 유통 및 물류비 고용인력비 등을 합치면 감귤 관련 시장규모가 1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급성장한 감귤산업은 지역사회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새마을운동과 더불어 경제적으로 풍요해지면서 산간 벽지까지 전기와 수도가 가설됐고 ‘감귤갑부’가 지역사회의 실력자로 등장했다. 제주에 감귤과수원을 갖고 현지에 관리인을 고용하는 부재지주가 등장했는가 하면, 감귤을 원료로 한 음료 젤리 초콜릿 등 각종 제품이 출시됐다. 또 잉여 노동력이 필요해짐에 따라 1970년대 들어 전라도지역 주민들이 대거 제주지역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지역 주민과 외지인 간에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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