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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악’과 ‘깡’으로 동유럽·러시아 들어올리다

전자저울 메이커 (주)카스의 해외시장 공략기

  • 글: 이형삼 hans@donga.com

‘악’과 ‘깡’으로 동유럽·러시아 들어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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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과 ‘깡’으로 동유럽·러시아 들어올리다

카스 중·동부 유럽지사 판매·영업 매니저 표트르 도브루체크(왼쪽)와 폴란드의 카스 독점 수입사 토렐 루블린 지사장 안드레이 보르코비츠

저울, 금전등록기, 진열장, 냉장고 등 슈퍼마켓에 필요한 각종 설비를 러시아 전역에 납품하는 ‘로스키 프로예트(러시안 프로젝트)’ 모스크바 본사 매장에는 저울의 경우 카스 제품만 전시되어 있다. 이 회사 저울판매팀장 발레리 수페스는 “러시아산 저울도 몇 대 있지만 구석으로 치워놨다”며 “가격은 카스가 좀 비싸도 품질과 디자인이 월등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굳이 다른 제품과 비교할 기회를 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 소비자들은 미국 소비자들처럼 ‘애국자’가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든 요모조모 따져보고 자신에게 유리한 제품을 냉정하게 선택한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슈퍼마켓 저울의 주종을 이루는 라벨 프린터(LP 모델)는 러시아에서 생산되지 않는다. 고객이 찾는 상품을 종업원이 갖다주는 ‘구멍가게’라면 단순한 기능의 저울만 있어도 되지만, 많은 고객이 직접 상품을 골라와서 계산하는 슈퍼마켓에서는 다양한 가격정보를 기억시켰다가 상품의 단가, 무게 등을 스티커에 인쇄해주는 라벨 프린터가 요긴하게 쓰인다. 따라서 슈퍼마켓 업자들로선 카스 제품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김중호 법인장은 카스가 CIS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요인으로 제품 수준, 시장 선점 효과, 충실한 애프터서비스 등을 꼽는다.

“카스의 주력 제품들은 서유럽 같은 시장에서 리더가 되긴 어렵지만, CIS 같은 이머징 마켓에선 제대로 먹혀들 수 있는 수준이다. 카스는 개혁·개방으로 CIS 시장이 열리던 무렵부터 가능성을 확신, 이런 제품들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끝에 시장을 선점했다. 그 결과 인지도가 꾸준히 높아졌을 뿐 아니라 현지 SI(시스템 통합) 업체들이 카스 제품을 기준으로 스캐너, 금전등록기 등의 주변기기를 프로그래밍함으로써 호환체제가 갖춰졌다. 이제 와서 카스를 다른 제품으로 바꿀 경우 론칭, 인지도 상승, 네트워크 교체 등에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안정된 시장 기반을 유지할 수 있다.”

판매·AS 겸업체제



또한 현지 딜러들에게 기술교육을 시켜 판매와 애프터서비스를 겸하도록 했다. 물건을 팔기만 하면 그만인 게 아니라 오히려 팔고 난 뒤부터 고객과의 관계가 시작되는 셈이다. 그만큼 ‘끈끈한’ 고객관리가 가능해진다.

카스는 러시아 전역에서 40여 개의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모스크바의 경우 매일 8명의 애프터서비스 요원들이 순회 일정에 따라 카스 제품 사용 업소들을 방문한다. 이들이 워낙 꼼꼼하게 손을 봐주기 때문에 업주들은 무상 보증 기간(판매 후 1년)이 지나면 따로 돈을 내고 일정 기간씩 정비계약을 맺기도 한다.

카스의 명성은 CIS 및 동유럽 국가들과 인접한 폴란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국산과 수입 제품을 포함한 폴란드 전체 저울시장에서 카스는 약 3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결코 낮은 비율이 아니다. CIS보다 개방의 폭과 속도가 빨랐던 폴란드의 경우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유명 저울 브랜드들이 이미 진출해 있고, 여기에 ‘파박’ 등 폴란드 저울회사들까지 가세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런 시장의 30%를 차지한 카스는 단연 업계 1위이며, 40%에 이른다면 사실상 독점으로 봐야 한다. 폴란드는 카스의 동유럽 시장 거점으로, 카스는 오는 7월 폴란드에 정식으로 동·중부 유럽법인을 출범할 계획이다.

수도 바르샤바에서 동남쪽으로 200km 떨어진 인구 40만의 루블린은 폴란드 동부지역의 중심도시. 폴란드-리투아니아 공국(公國) 시절 왕궁 소재지로 700년 역사의 고도(古都)이며, 2차 세계대전 후에는 잠깐 동안 폴란드의 수도였다. 카스는 루블린의 전자저울 시장에서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주력 모델은 과일가게, 정육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유통형 저울 ‘엔젤(AP 모델)’ 시리즈. 루블린 같은 지방도시의 슈퍼마켓은 종업원이 소비자에게 상품을 갖다주는 군대 PX형 상점이 주류다. 이런 상점에서는 라벨 프린터보다 엔젤 시리즈를 더 선호한다. 루블린에 80여 개 점포망을 갖춘 슈퍼마켓 체인 ‘스포웸’은 사회주의 시절의 식료품조합이 민영화한 것인데, 모든 체인점이 카스 저울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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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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