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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미의 달콤쌉쌀한 스위스 <마지막 회>

임자 없인 못 사는 사람들

‘커플 천국 싱글 지옥’

  • 글·사진 신성미|在스위스 교민 ssm0321@hanmail.net

임자 없인 못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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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에겐 불공평한 사회

크리스마스 연휴가 이어지는 연말에는 많은 상점이 문을 닫고 거리는 더욱 한산해진다. 스위스인들은 크리스마스 이브나 당일에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물론 이 저녁식사에도 커플로 초대된다) 나머지 연휴에는 커플들끼리 각자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싱글이라면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에서 커플들 사이에 앉아 있다가 나중에는 홀로 연말의 긴긴밤을 보내야 하는 외로운 시즌이다.

스위스인들은 여행이든 운동이든 쇼핑이든 대부분의 여가 활동을 자신의 배우자, 파트너, 여자친구나 남자친구와 함께 하기 때문에 내가 보기엔 너무 폐쇄적으로 커플끼리만 어울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을 텐데!

스위스의 커플 중심 문화는 가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스위스에 와서 참으로 인상적인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을 최우선으로 두고 가족과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고? 하지만 한국에서 사회생활이 더욱 중시되고 온 가족이 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세태와 비교하면 내 눈에는 이 철저한 가족 중심 사회가 놀랍게 느껴질 정도였다. 스위스인들은 한국인과 비교하면 많은 지인과 어울리기보다 소수의 친지들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 소수의 친지란 절친한 친구를 제외하면 대개 배우자, 자녀, 부모, 형제다.

특히 가정의 중심은 자녀가 아니라 부부다. 아이들 키우기에 바빠도 가끔은 혹은 정기적으로 어떻게든 부부만의 시간을 내어 외식을 하거나 여행을 가는 부부가 많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가까운 가족, 친지들이 며칠간 아이들을 대신 돌봐주는 경우도 흔하다. 육아도 중요하지만 부부간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고 그것이 또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굳게 믿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가 커플 중심, 부부 중심으로 돌아감에도 불구하고 스위스는 여느 서양 국가들처럼 만만치 않은 이혼율을 보인다. 스위스연방통계청(BFS)에 따르면 2015년 스위스에서 1만6960쌍이 이혼했는데, 이는 인구 1000명당 2쌍이 이혼한 꼴이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한국에선 인구 1000명당 2.1쌍이 이혼해 스위스와 비슷한 이혼율을 보였다. BFS는 기존의 통계 추세대로라면 결혼한 5쌍 중 2쌍이 향후 이혼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거인도 ‘평생의 반려자’라 불러

임자 없인 못 사는 사람들

스위스 노인들은 여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찾는 데 적극적이다.[신성미]

스위스의 이혼율이 낮지 않은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부부의 파트너십에 큰 가치를 두기 때문으로 보인다. 갖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부부 사이가 좋아지지 않을 경우 자식 때문에 참고 살기보다 과감히 이혼을 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혼 후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 다시 사랑을 하고 여생을 함께 보내는 것이 자신의 행복이라고 여긴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이혼하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 재혼하거나 동거하면서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재혼하지 않고 동거만 할 경우에 ‘평생의 반려자(Lebenspartner)’라고 부르며, 사회적으로는 배우자와 동일하게 간주한다. 이혼했다고 해서, 이혼 후 새로운 파트너와 동거한다고 해서 이들을 편견을 갖고 바라보지도 않는다.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기르는…. 이런 시간적 순서로 이어지는 커플의 ‘역사’에 대한 고정관념이 스위스에선 덜하다. 틀을 깨는 다양한 유형의 커플들을 보면서 나의 시야도 점점 넓어지는 것 같다.

스위스와 한국의 커플을 비교할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가 바로 동거 문화다. 스위스에선 연애 때부터 동거를 시작해 몇 년간 함께 살아본 뒤 결혼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대로 동거를 하지도 않고 결혼과 동시에 함께 살기 시작하는 커플은 매우 드물다. 모든 면에서 고집스러울 정도로 안전 제일주의를 강조하는 스위스인들은 함께 살아보지도 않고 결혼하는 것을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혼 전 동거는 상대방과 잘 맞는지를 테스트해볼 가장 실용적인 방법인 것이다.

동거를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부모에게 숨기는 일은 없다. 스위스 남녀들은 당당하게 동거하고 공식적인 커플로 인정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일찍부터 자신의 남자친구, 여자친구를 가족에게 소개하고 가족 모임에도 늘 동반한다. 결혼을 약속하고 나서야 부모에게 공식적으로 남자친구, 여자친구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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