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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역사박물관 경북 안동

봉황이 머문 자리에 사뿐히 앉다

  • 글: 김현미 기자 사진: 김성남 기자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 경북 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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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역사박물관 경북 안동

천등산 가는 길 <br>마을 어귀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총총한 발걸음.

안동 유교문화의 상징인 도산서원에 다다라 제일 먼저 재미있는 사연이 담긴 사액현판을 찾았다. 선조가 사액을 내릴 때 한석봉에게 도산서원 현판을 쓰게 했다. 선조는 미리 도산서원 현판이라고 하면 아무리 천하 명필 한석봉이라도 놀라 붓이 떨릴지도 모르니 무슨 글씨인지 가르쳐주지 않고 원(院), 서(書), 산(山) 도(陶) 순으로 거꾸로 한 글자씩 불러주었다고 한다. 영문도 모르고 글씨를 쓰던 한석봉이 마지막 글자에서 ‘아, 도산서원 현판을 쓰는구나’ 알아채는 바람에 붓이 떨려 그만 ‘도’자가 비뚤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글자가 약간 기운 듯도 하다. 도산서원을 중심으로 퇴계종택, 퇴계묘, 이육사 시비, 퇴계태실을 둘러보고 나서 35번 국도를 타고 곧장 가면 봉화군 청량산 도립공원이 나온다.

하지만 안동에 와서 ‘하회마을’을 지나칠 수는 없는 법. 낙동강 물이 마을을 한 바퀴 감싸고 돌아 흐르는 독특한 지형 때문에 마을 이름이 물 하(河), 돌 회(回)가 됐다고 한다. 낙동강이 태극을 그리며 남후면과 풍천면을 휘감아 도는 모습을 일컬어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 명당이라 극찬하지만 정작 하회마을에서는 그 광경을 감상할 수 없고, 마을로 가다 화천서원 쪽으로 꺾어 부용대에 올라야 한다. 부용대 64m 높이 절벽 끝에 서면 굽이치는 강허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 경북 안동

① 안동 남서방향 암산유원지 부근에 있는 암산굴. 주변은 측백나무 자생지로 유명하다.<br>② 고추양념을 얹어 먹음직하게 구운 간고등어 한 마리와 무국.<br>③ 제상에 오르는 각종 나물과 어물, 산적, 탕국을 곁들여 비벼먹는 헛제삿밥. 입가심은 안동식혜가 제격이다.

이른 아침 불쑥 찾아온 손님을 백구가 컹컹거리며 맞는 하회마을. 1999년 4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방문으로 더욱 유명해졌지만 잘 정리된 ‘민속촌’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이 마을은 23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생활 터전으로 주민의 75%가 풍산 류씨다. 마을 어귀에서 탈공방을 하고 있는 류시중씨는 “외지로 나갔던 사람들도 돌아오는 분위기여서 인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자신도 젊은 시절 대구에서 살다 1986년 고향으로 돌아와 김동표씨(하회탈박물관 설립자)에게 하회탈과 장승 제작법을 배웠다.

‘만송정 소나무에 눈 녹는 경치’(하회 16경 중 하나다)를 볼 수 없는 계절을 탓하며 방향을 바꿔 북쪽 천등산으로 향했다. 산자락에 자리한 봉정사(鳳停寺)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인 극락전과 다포 양식의 웅장미를 보여주는 대웅전, 고금당, 화엄강당 등 신라·고려·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들을 한 품에 안고 있다. 그러나 대웅전 앞에서 큰스님의 독경소리에 정신이 팔려 하산을 서두르다 보면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아름다운 무대인 영산암을 놓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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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미 기자 사진: 김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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