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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폐해 근절을 위한 제언

평준화정책 유지하되 학교 선택권은 학생에게

  • 글: 윤종건 한국외국어대 교수·교육학 younjg@kornet.net

사교육비 폐해 근절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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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현재로서도 평준화 정책은 편법이며 위헌 소지가 많다. 평준화 정책을 펼친 이후로 사립학교에 배정받은 학생들 대부분이 본의 아니게 공립학교에 배정받은 학생들과 비교해 엄청난 불이익과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드물다. 대부분의 사립학교는 시설과 여건에서 공립학교보다 못한 경우가 많으며, 학생 1인당 투자되는 공교육비에도 많은 차이가 있다. 중학교의 26%, 고등학교의 50%가 사립임을 감안한다면 국가가 평준화라는 미명 아래 사립학교에 배정받은 학생의 불이익과 차별대우를 방조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사학의 특수성을 말살하는 강제적 제약들은 사학탄압정책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따라서 자립형 사립고를 확대실시함으로써 사학의 자율권도 살리고, 고등학교 교육을 의무교육화함에 따른 국가의 추가재정 소요분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사립학교의 경우 희망에 따라 완전자립형과 준공립형으로 구분하고, 준공립형은 현재의 공립학교처럼 운영한다. 완전자립형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지정하되 그 비율을 전체 고등학교의 10% 이내로 제한하고, 민족사관학교처럼 특성화한다면 신흥 귀족학교니 위화감 조성이니 하는 비판도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하면 중학교부터 과외를 부추긴다는 우려와 반발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은 지금도 유치원부터 과외를 하고 있지 않은가. 왜 서울의 어느 사립고등학교는 정부보조금도 주지 않으면서 자립학교 지정도 해주지 않고,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다른 학교보다 적다고 학교평가에서 불이익을 주는가. 도대체 공교육의 절반 이상을 사립학교에 맡기는 정부가 교육정책을 펼칠 자격이 있는가.

서울 전체를 한 학군으로

한편, 평준화지역의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학부모와 학생에게 학교 선택권을 최대한 부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한 학군으로 해서 강북 거주 학생도 강남의 학교에 지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혹자는 교통대란을 우려하지만 등교시간을 조정하여 시차를 두고 통학버스를 운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에 맡겨야 한다. 평준화 정책 실시여부를 지방자치단체에 맡기겠다던 정책을 갑자기 유보한 까닭은 무엇인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해 지방교육으로 분류되고 있는 초중등의 보통교육조차 중앙집권적으로 규제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공립학교의 경우는 교명을 바꾸어 권역별로 제1공립고등학교, 제2공립고등학교 또는 가, 나, 다 등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순번이 서열로 정착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예컨대 경기고등학교가 기득권을 내세워 제1공립고등학교가 돼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동문들을 중심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교명은 추첨으로 정하거나 아예 서열과 무관하게 지명해야 한다.

학생들이 기피하거나 선호하지 않는 학교는 그 원인을 살펴 별도로 지원대책을 강구하되 그 이유가 학교경영에 있다면 미국처럼 ‘계약제 학교(charter school)’로 지정하든가 ‘교장초빙제’를 적극 활용하여 경영개선을 도모한다. 그렇게 되면 학교간 경쟁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면 학교에서의 보충수업이나 이른바 0교시 수업은 일절 불허하고, 자율학습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각종 특기 적성을 기르기 위한 그룹활동을 강화한다. 만약 그것이 편법과외로 밝혀지면 교장을 면직하고 교사들에게도 승진 등에 불이익을 주는 등 중징계한다. 이 정책은 다음에 논할 학원규제정책과 병행실시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처방은 교원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육환경과 여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고 학생 1인당 교육비도 대폭 인상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교원의 전문적 자질 향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교원의 질을 높이려면 교원양성기관의 수준을 높이고, 우수한 인력이 교직으로 몰려들도록 정책을 보완하여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

57세 신임교사는 난센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입버릇처럼 되뇌면서도 국가가 앞장서서 저질 교원 양성을 부추기고 있으며, 신규교원 임용과정에서 우수한 교원 임용을 저해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예컨대 교육대학 신입생 선발규정을 보면 실력이 더 좋음에도 어느 한 성(性)이 70%를 넘지 못한다는 위헌적인 규정에 따라 여성의 입학을 제한하고 있다. 이 규정 때문에 남성보다 우수한 30%의 여성들이 탈락하고 그 자리를 상대적으로 실력이 뒤처지는 30%의 남성들이 채우고 있다.

교원임용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해당지역 사대나 교대 출신들에게 가산점을 주려다 위법판결을 받았음에도 교육부는 당분간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배짱이다. 그런가 하면 신규임용고사 응시제한연령을 57세까지 연장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니 정부의 입장이 얼마나 답답하고 군색한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30년 전 자격증을 따고 교육과는 전혀 무관한 일을 해온 57세의 신임교사가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이는 누가 봐도 웃음이 절로 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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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종건 한국외국어대 교수·교육학 younjg@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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