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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 특집|4·15 여의도 대지진, 그후

‘진보 깃발 휘날리며’ 민주노동당… 창당에서 국회 입성까지

정당명부제, 진보진영의 ‘올인’, 치밀한 전략이 일등공신

  • 글: 박길명 매일노동뉴스 기자 myung6565@naver.com

‘진보 깃발 휘날리며’ 민주노동당… 창당에서 국회 입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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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민노당은 대선 이후 당의 존폐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 첫 진보정당으로 기록됐다. 여의도 당사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본 권 후보는 “전투에서는 졌지만 전쟁에선 이겼다”고 선언했다. 노동자·농민·빈민을 대변하는 당으로서 그 가능성을 대중의 뇌리에 뚜렷이 새겨놓았고 다음에 치를 총선에서 원내로 진출할 디딤돌을 놓았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자신감 얻어

1년여가 지난 2004년 1월5일 여의도 민노당 당사. 총선 100일을 앞두고 ‘2004 총선 대책위원회’ 발족식이 열렸다. 정당 가운데 가장 먼저 총선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민노당은 15%의 지지와 15석 확보 등 ‘15%-15석’ 목표를 내걸었다. 현실에 비해 높은 기대치였다. 노회찬 선거대책본부장도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노 본부장은 “이 목표는 민노당이 서 있는 위치라기보다 도달하려는 지점이다. 현재 지지율에 비해 상향조정된 것이다. 하지만 지역구 7~8곳에서 당선이 기대되는 만큼 결코 허황한 목표가 아니다. 이제는 ‘물갈이’가 아니라 ‘판갈이’를 해야 할 때”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권영길 대표 지역(경남 창원을)과 조승수 후보 지역(울산북)을 우세 지역으로, 거제와 부산 금정, 울산 동구 등을 ‘해볼 만한 지역’으로 꼽았다. 민노당은 결과를 낙관했다. 지난 총선과 달리 유권자 1명이 지지후보와 지지정당을 각기 택할 수 있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1인2투표제)’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민노당이 자신감을 갖게 된 배경은 2002년의 6·13 지방선거 결과에서 찾을 수 있다.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최초로 실시된 이 선거에서 민노당은 8.13%라는 정당지지율을 얻어 광역지자체 의원 9명을 비례대표로 당선시켰다. 당의 단순지지율은 3%였지만 1인2투표제 덕에 3배에 가까운 지지율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민노당은 올해 초 재미있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지난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전후해 한 방송국의 9시 뉴스에 ‘민주노동당’이라는 단어가 몇 번이나 등장하는지를 확인했더니 총 일곱 번에 불과했다는 것이었다. 두 번은 재보궐선거 관련 내용이었고 나머지는 “한편 자민련과 민노당 등…”이라는 것이었다. 민노당 자체 기사는 없었다.

민노당은 현역 국회의원만 없을 뿐 기초자치단체장 2명과 광역자치단체 의원 11명, 기초의원 33명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정당이다.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해 알려지지 않았을 뿐 시민단체들은 이들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특히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나 연고주의에서 벗어나 있다는 강점을 지녔다는 평을 받았다.

해를 넘겨 올해 초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들어서면서 민노당의 목표치는 점차 높아져갔다. ‘진보정당 최초의 원내 진출’에 의미를 부여하던 초기 모습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대선 ‘악몽’ 되살린 탄핵정국

그러나 선거 한 달을 앞두고 불거진 ‘탄핵정국’은 이런 전망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았다. 여론조사전문가들은 국회에서 탄핵이 통과된 3월12일 이전까지 민노당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 10석 가까이 얻을 것이라 전망했다. 지역기반인 충청권에서조차 빛을 잃어 가는 자민련을 추월해 새 정치세력으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정가에선 탄핵정국이 정몽준의 노무현 지지철회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해석했다. 민노당이 탄핵정국을 놓고 경계심을 풀지 못한 건 당연했다. 지난 대선 때 벌어진 ‘정몽준 파문’의 악몽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민노당 내부에서는 대책마련에 부심했고, 일단 탄핵정국을 ‘친노 대 반노’의 대립 대신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로 이끌기로 방침을 정했다. 권 대표가 대국민 호소문을 내 탄핵반대 입장을 밝히고 “헌법재판소의 시급한 탄핵반대 판결을 촉구한다”며 “민노당은 탄핵선거가 아닌 정책선거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혀 보수정당과 차별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일각에선 민노당의 탄핵정국 대처가 ‘정치적 아마추어’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탄핵반대 성명을 발표했지만 ‘특유의 결벽증’ 탓에 국민적 과제에 결합하는 노력을 포기하고 우왕좌왕했다는 것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 격으로 민노당은 탄핵안 가결 직후 ‘경향신문’의 지지 정당 여론조사에서 민주당(5.2%)보다 뒤진 2.1%를 기록하며 바닥을 찍었다. 다행히 이후 회복세로 돌아서 3월20일 실시된 ‘동아일보’ 조사에선 5.8%로 민주당(3.9%)보다 높은 지지를 얻어 정당지지도 3위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탄핵 회오리’를 무사히 빠져나온 순간이었다.

민노당 당원관리부에 따르면 2월 한 달간 당원으로 가입한 사람은 2700여 명. 하루 평균 100명이 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00% 이상 증가한 것. 이 추세는 탄핵정국 일주일 동안에도 계속돼 당원 수가 5만명에 이르렀다. 당 안팎에선 다시 민노당의 원내진출을 기정사실화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초토화한 탄핵 역풍이 가라앉고 ‘떠났던 그들’이 돌아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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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길명 매일노동뉴스 기자 myung65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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