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고서와 기획서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겐 ‘얼마나 효과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글로 표현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글쓰기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느는 게 글쓰기다. 최근 ‘RQ(wRiting Quotient)’라는 책을 출간, 글쓰기 지수 RQ의 중요성을 강조한 최병광씨가 들려주는 실전용 글쓰기 테크닉.
하지만 이것도 직장에서의 글쓰기만큼 중요하진 않을 것이다. 어떤 직장이든 글을 쓰지 않는 곳은 없다. 늘 보고서를 써야 하고 많은 기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효과적인 글로 말이다. 따라서 직장인의 글쓰기는 곧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 ‘글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성공의 속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가 30대 혹은 40대 직장인이라면 글쓰기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직장인 뿐 아니라 자영업자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그러나 그저 좋은 글을 쓰는 것에 만족한다면 굳이 이 글을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의 보고서나 기획서를 보고 적당히 베껴 쓰면 되기 때문. 적당히 좋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글 솜씨를 가지고 더 좋은 보고서나 기획서를 쓰고 싶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라.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많은 생각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어디 있으랴. 이제 필자는 독자 여러분께 글쓰기에 대한 10가지 힌트를 드릴 것이다. “도대체 당신은 우리에게 뭘 줍니까”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석가는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면서 “나는 다만 길을 가리킬 뿐이다”라고 말했다. 독자 여러분 역시 여기 제시된 힌트들을 그냥 넘기지 말고 실제 글쓰기에서 제대로 활용해보길 바란다.
【구체적으로 드라마를 넣어 쓴다】
우선 냉장고를 예로 들어보자. 사람들에게 냉장고 구매를 자극하는 광고문안을 만든다고 치자. 냉장고의 용도를 뭐라고 할 것인가?
-음식을 싱싱하게 보관합니다(당연한 이야기다. 이 정도야 누구나 쓴다. 재미도 없다).
-야채를 오래오래 싱싱하게 보관합니다(조금 구체적이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오이를 일주일 싱싱하게!(상당히 구체적이다. 일단 좋은 표현이다)
이 문안을 잘 보면 음식→야채→오이, 싱싱하게→오래오래 싱싱하게→일주일 싱싱하게의 순서로 되어 있다. 갈수록 구체적이다. 주부들은 바보가 아니다. ‘오이를 일주일 싱싱하게!’라고 표현했다고 해서 오이전용 냉장고로 알고 그 냉장고에 오이만 넣어두지는 않는다.
이번엔 꽃집의 예를 들어보자.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에 화원이 생겼는데 광고전단을 만들어야 한다. 뭐라고 할 것인가? ‘화원 신장개업’이라고 하면 빵점이다. ‘꽃을 사세요. 배달도 해드립니다’ 정도도 낙제다. 사람들의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뭔가가 없을까? 우선 주민들을 살펴보니 30대 초반의 부부가 많았고 이들에겐 대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한둘쯤 있었다. 여기서 누구에게 말할 것인가를 정확하게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30대 초반의 주부들에게 꽃을 사게 하려면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꽃이 있는 거실에서 커피를 드세요(좋은 표현이다. 그러나 아직 아쉽다. 커피말고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준다면?).
-어떠세요, 아이와 함께 모차르트를 들을 땐 안개꽃 한 다발(이러면 대단히 좋은 글이 된다).
여기서 ‘모차르트’라고 해야지 ‘음악’이나 ‘클래식’이라고 하면 맛이 좀 떨어진다. 모차르트를 듣든 베토벤을 듣든 아니면 뽕짝을 듣든 그건 주부들이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다. 또 꽃이니 아름다운 꽃이니 하지 말고 ‘안개꽃’이라고 해야 한다. 사실 안개꽃이든 장미꽃이든 그밖에 다른 꽃이든 그건 주부가 알아서 고를 테고.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표현을 하라는 것이다. 글에 드라마를 넣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꽃이 있는 거실에서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면?
-아이와 함께 안데르센을 읽을 때는 아이의 책상 위에 튤립 세 송이를 꽂아주세요!
이런 글이 떠올랐다면 훌륭하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글을 쓸 때 이 말을 기억하라. “Good is the enemy of Great.” “좋은 것은 훌륭한 것의 적이다”라는 뜻이다. 적당히 좋은 글에서 머물면 더 좋은 글, 정말 훌륭한 글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부하가 올린 보고서나 기획서를 볼 때 무엇부터 보는가? 물론 제목이다. 제목에서 전혀 새로운 접근이나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면 자세를 바르게 하고 내용을 끝까지 읽어보게 된다. 보고서나 기획서의 제목만 보고도 전체를 판단한다.
신문광고를 보라. 본문까지 읽어본 적이 있는가? 신문 기사도 대개 헤드라인만 보고 지나간다.
어느 은행에서 부부저축이라는 새로운 상품이 나왔는데 상품기획서의 제목을 다음과 같이 붙였다고 한다. 어느 것이 더 끌리는가.
-신상품 부부저축 고객유치방안
-3개월 내에 300만명을 부부저축에 가입하게 하려면.
짧은 메시지, 강력한 헤드라인, 심플한 제목, 멋진 브랜드가 모든 걸 결정한다. 이제는 헤드라인이나 제목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여기에는 13가지 유형이 있다. 제목을 달 때 의식적으로 이용해보라. 기존의 제목보다는 훨씬 좋아질 것이다.
⊙편익형
제목에 읽는 사람의 편리성 혹은 이익을 표현하는 것이다. ‘3개월 내에 300만명’처럼 숫자를 넣으면 더욱 효과적이다. 심리적 만족감을 표현하면 금상첨화다. 로또복권의 ‘인생역전’ 같은 말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뉴욕 로또도 ‘Hey you never know’라고 쓰고 있다. 편익형 제목은 재미가 없을 수 있으므로 흥미요소를 첨가하면 좋다.
⊙브랜드네임형
새로운 상품의 이름이 어려울 때 상품 이름의 힌트를 주어 기억하게 만드는 제목이다. 주로 소비자에게 읽히는 글에 많이 쓰인다. ‘캐내십시오, 케토톱’ 같은 것은 브랜드의 ‘케’를 활용해 이름도 기억시키고 제품의 장점도 강조한 좋은 제목이다. 선거 때 보면 후보들은 기호나 이름을 각인시키려 한다. 흔히 봐왔던 ‘이번에는 2번’ 같은 경우가 브랜드네임형이다.
⊙과시형
정말로 훌륭한 개발이라든지 새로운 업적이라면 과시하는 것도 좋다. ‘세계 최초의 비타민 에어컨’처럼 ‘최초’ ‘최고’ 등의 표현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반드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근거 없는 과시는 불신만 안겨주기 때문이다. 단 최고나 최상이라는 표현을 너무 반복하면 식상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뉴스형
소형차가 많은 유럽에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 클릭(현지이름은 캣츠)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내용을 보도자료로 만들 때 뭐라고 할 것인가? ‘유럽에서 인기! 현대자동차 클릭’ 정도로는 독자나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지 못한다. ‘파리의 거리를 누비는 현대자동차 클릭’이나 ‘패션도시 파리에서만 1000대! 현대자동차 클릭’이라고 하면 더욱 좋다. 중요한 건 뉴스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패션의 도시 파리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뉴스 가치를 담은 제목으로 표현해야 한다. 유럽 전체에서 인기가 있다는 건 본문에서 표현하면 된다.
⊙어드바이스형
자신의 글을 읽을 독자가 상류층이나 까다로운 사람이라면 제목부터 조심스럽게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속철도의 특실을 이용하라고 권할 경우 그 제목은 어드바이스 하듯이 접근하는 것이 좋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가는데도 항공기 일등석을 원하신다면 고속철도 특실을 타십시오”라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여성을 대상으로 한 글의 제목이라면 그녀들을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어드바이스형을 활용하라.
⊙명령형
샐러리맨은 늘 명령을 받고 산다. 그러므로 명령형 제목은 이런 사람을 대상으로 할 경우 효과가 있다. 또 남자들은 대개 군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명령형에 익숙하다.
그러나 명령이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기분 좋은 탄력감이 느껴져야지 상대방에게 뭔가를 강요하는 느낌을 주면 곤란하다. 그건 명령형이 아니고 강요다. 상대방을 기분 나쁘지 않게 하려면 명령의 내용에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이로운 점이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명령형 제목을 쓸 때는 우선 그 안에 담길 주제를 정확히 찾아내고 그걸 읽는 사람이 배려받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표현해야 한다.
하루에 30분 이상 걸으면 건강에 좋다는 것을 명령형으로 표현해보자. ‘하루에 30분 이상 걸어라. 그러면 의사가 직업을 바꿀 것이다’라고 하면 좋은 명령형 제목이 된다. 한편 명령형은 가능한 짧게 쓰는 것이 좋다. 군대의 명령을 보라. 짧고 강렬하다. 차렷! 열중쉬엇! 뒤로 돌아! 한마디면 족하다.
⊙질문형
여자친구나 아내에게 말을 걸 때 “자기는 너무 예뻐!”라고 해도 좋겠지만 “자기가 왜 예쁜지 알아”라고 하면 더욱 귀를 쫑긋하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과의 첫 대면에서 그의 호감을 받으려면 먼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좋다. 질문을 하면 상대방은 그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말문을 열게 되고 그 말에 호응을 해주면 대화는 아주 쉽게 풀려간다. 질문형의 이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질문형 제목을 사용할 때는 다음의 두 가지를 유의해야 한다. 첫째는 상대방의 관심분야를 질문하라는 것. 만약 자동차에 관한 거라면 “우리나라 중형차 중에서 승차감이 좋은 것은 뭘까요”라고 해야 한다. 둘째는 질문이 아리송해선 안 된다는 것. 질문 속에 힌트가 들어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소음이 크게 들리면 어떻게 하세요”보다는 “차가 시끄러우면 엔진오일 때문이란 거 생각해보셨어요”가 낫다.
“총무부장님, 복사기가 속 썩이세요?”라고 하면 총무부장, 총무부 직원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관심을 갖게 된다. 보통 누군가를 대상으로 말을 하거나 이야기를 할 때,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거나 그 사람의 특징을 불러주면 더 호감을 갖게 된다. 이렇게 글을 읽을 대상을 명확하게 결정해 제목을 붙이는 것이 대상선택형이다.
대상을 표현할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대상을 직접 호명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특징으로 대상을 표현하는 것이다. 대상을 직접 호명하는 경우는 앞의 총무부장 같은 예이다. “결혼을 했는 데도 여드름이 난다면”이라고 하면 대상의 특징을 지칭하는 것이다.
⊙호기심형
남자와 여자는 호기심의 대상이 다르다. 남자는 대개 여자, 군대, 성공, 주식, 스포츠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인터넷에서 여자 누드 사진을 찾아보고 서로 자료를 교환하기도 한다. 모이면 여자 이야기를 부풀려 한다. 그러나 여자는 남자보다는 다른 여자에게 관심이 있고 드라마, 연예인, 미용, 패션, 아이, 요리 등을 좋아한다. 여자에게는 다른 여자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요즘 다른 여자들은 이렇게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인다. “비서실의 미스 김이 지난 달 보너스로 300만원을 받았다.” 이 정도면 좋은 호기심형 제목이다.
⊙정경형
하나의 풍경을 묘사하듯이 제목을 다는 경우다. 하지만 실제 직장에서는 별로 쓰이지 않는다. “눈을 들어 푸른 하늘을 보면 문득 커피가 생각납니다”라는 투의 제목이다.
⊙유추형
풀무원 두부가 ‘성깔 있는 두부’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 경우가 유추형이다. 유추는 너무 먼 상상으로 가면 자칫 이해가 안 될 수 있으니 상상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연상형
유추가 다른 개념으로까지 상상을 확대하는 것이라면 연상은 같은 개념 안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제목을 말한다. 우리는 흔히 미인을 보면 연상되는 연예인에 빗댄다. ‘이영애의 얼굴, 전지현의 몸’ 같은 게 연상형 제목이다.
⊙의인형
물건을 사람이나 살아 있는 생명체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차가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속옷이 숨을 쉰다” 같은 표현이 그것이다.
【설득하는 글이 좋은 글】
왜 글을 쓰는가? 그건 읽는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설득은 무엇인가? 한자로 設은 말한다, 得은 얻는다는 것이다. 設만 있고 得하지 못하면, 그것은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겼어도 기획서 자체가 설득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기획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라. 뭔가 새로운 일을 꾸미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정리한 후 결정권자를 설득해 결심을 받아내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글을 보지 못한다. 즉 선택된 몇몇 글만이 읽혀진다. 내 글이 선택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글을 쓰려면 다음의 5가지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가 쓰는 글은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아니고 간접 커뮤니케이션이다. 어떤 매개물을 통해 읽는 사람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 매개물은 신문이나 잡지처럼 인쇄된 종이일 수도 있고 모니터나 휴대전화 화면일 수도 있다. 말을 듣거나 글을 읽는 사람을 앞에 앉혀놓고 직접 이야기해도 설득하기 어려운데 간접 매개물을 통해 설득을 해야 하니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매체를 이해하는 실력을 갖춰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둘째, 소음화(騷音化)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 소음이 무엇인가. 주변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 즉 버스 소리나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등은 일차적인 소음이다. 그러나 소음은 주관적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무언가에 몰두하면 우리는 소음을 듣지 못하게 된다. 누구의 이야기에 빠졌다거나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는 주변의 소리를 듣지 못하지 않는가.
문제는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가 아니고 마음이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듣는 사람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면 소용이 없다. 결국 마음이 가장 큰 소음인 셈이다. 수신자의 마음을 잡아두면 주변의 소음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셋째, 수신자의 시간과 공간이다. 즉 언제 어디서 글을 읽느냐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도 주관적이다. 좋은 사람과는 몇 시간을 지내도 천국이지만 지겨운 사람과는 10분도 지옥이다. 또 사랑하는 사람과는 비가 새는 오두막이라도 즐겁지만 미운 사람과는 고급호텔에서도 힘겨워진다. 그러므로 역으로 생각하면 내 글을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좋은 글을 쓰기만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넷째, 필터링(Filtering)의 문제가 있다. 정보검색을 말한다. 다시 말해 수신자는 어떤 글이나 말을 보고 듣는 순간 ‘이것이 내게 유익한 정보인가 아닌가’를 먼저 판단한다. 유익하지 않거나 필요 없는 정보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내 글이 필요 없는 사람의 귀는 소 귀에 불과하다.
다섯째, 수신자의 종류다. 수신자는 특정소수, 특정다수, 불특정소수, 불특정다수의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특정소수일 때는 커뮤니케이션이 쉬워진다. 특정다수도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이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글은 쓰기 쉽다. 그러나 불특정소수나 불특정다수일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내 글을 읽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지금 이 사람이 화가 나 있거나 변비에 걸려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개 우리가 쓰는 글은 특정소수나 특정다수를 위한 글이다. 그러므로 내 글을 읽는 사람을 구체화하면 더욱 명쾌한 글을 쓸 수 있다. 내 글을 읽을 사람의 사진 혹은 그림을 붙여놓고 쓰자. 아니면 글을 읽을 사람의 특징을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해놓고 그걸 보고 쓰자. 사장이 읽어야 할 보고서라면 사장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해보자.
▲긴 말을 싫어한다 ▲한자숙어의 비유를 좋아한다 ▲유머감각이 있다.
이렇게 하면 보고서나 기획서를 더욱 설득적으로 쓸 수 있다.
【보고서엔 구체적인 비전을 담아라】
훌륭한 보고서는 어떤 것일까? ‘요약적이냐’ ‘구체적이냐’ ‘비전이 담겨 있느냐’ 세 가지로 함축된다. 장황한 보고서는 읽히지 않는다. 제목에서부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하라. 지방 공장의 생산원가절감과 관련해 출장을 다녀온 후 보고서를 쓴다면 제목에서부터 바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하는 게 좋다.
-부산공장 생산원가절감을 위한 방안(너무 구태의연하다. 당신의 사장은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5억원의 생산원가 절감방안(이게 훨씬 낫다. 부산공장인지는 부제로 단다. 사장이 궁금해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연간 이익 5억원을 찾아서(생산원가 절감도 곧 이익이다. 절감보다 이익을 더 낸다는 것이 중요한 이슈이며, 이것을 잘 표현하는 게 보고서의 역할이다)
보고서라고 해서 명사형의 제목을 붙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자. 연간 5억원의 이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보고를 한다면 본문의 내용도 철저하게 그 방향으로 맞춰야 한다. 문제점만 던지는 보고서는 필요 없다. 이익을 내기 위한 분기별, 단계별, 현장별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붙이도록 한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다시 요약하자면 보고서는 제목부터 구체적이고 비전이 있는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잘 정리된 보고서는 그 자체가 훌륭한 기획서가 된다.
글의 리듬을 안다
필자의 전공은 문학이다. 그래서 학창시절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 프루스트 등 명작을 찾아 읽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하품만 나올 정도로 너무 재미가 없었다. 영화로 재미있게 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책으로 읽으려니 영 재미가 없었다.
왜 그런지 생각해보았다. 이렇게 재미가 없다면 세계문학으로 인정받았을 리가 없지 않은가. 분명 뭔가 잘못되었을 것이다. 이리저리 살핀 끝에 필자는 그 이유를 찾아냈다. 번역이 잘못됐다는 것이었다. 원래 그 작품이 갖고 있는 내용은 제대로 전달한 번역이었지만 문체의 리듬을 무시했기 때문에 술술 읽히지가 않고 지겨운 글이 되고 만 것이다.
말과 글은 리듬을 갖고 있다. 리듬을 살린 글은 잘 읽히고 내용 전달이 쉽지만 리듬을 무시한 글은 읽기가 버겁고 지겹다. 우리 시조나 가사는 주로 3·4조나 4·4조로 되어 있다. 우리말의 특성상 어간과 어미의 결합이 세 글자나 네 글자로 이뤄질 때 리듬감이 생겨난다. 리듬이 있는 문장은 읽기가 쉽고 기억도 잘 된다. 말하자면 좋은 글이란 좋은 내용은 물론 문장의 리듬도 갖춰야 한다.
오래 전 화장지 포스터 카피를 쓴 적이 있다. 올록볼록 엠보싱 화장지인 비바에 향수가 첨가된 신제품이 나왔을 때 나는 신참 카피라이터에게 그 포스터에 들어갈 카피를 써보라고 시켰다. 그랬더니 이런 헤드라인들이 나왔다.
-올록볼록 비바에 향수가 들어갔습니다!-올록볼록 엠보싱 화장지가 향수를 만났습니다!-엠보싱 화장지 비바가 향기를 뿜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이 카피를 다 찢어버렸다. 도무지 리듬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리듬이 없으면 사람들 마음을 파고들기 힘들다. 그 카피를 이렇게 고쳤다.
-올록볼록 무늬마다 향기가 솔∼솔
이렇게 하면 3·4조나 4·4조의 리듬 있는 문장이 된다. 솔∼솔은 소올솔로 읽히니 두 글자지만 3음절이 된다.
유난히 설득적인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말이나 글을 유심히 관찰해 보라. 리듬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연인 혹은 친구와 앉아 이야기를 할 때도 상대방의 리듬에 맞춰 말을 하든지, 아니면 자신의 리듬으로 상대방을 끌어들인다. 사람들은 각자 호흡과 맥박 등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리듬을 가진다. 그 리듬을 알아야만 상대방을 설득하기 쉬워진다.
글을 쓸 때도 리듬을 타도록 시도해 보라. 음악을 들어도 좋고 박자를 맞춰도 좋다. 글을 다 쓴 뒤 음악을 들으며 또는 경쾌하게 걸으며 읽어보면 리듬감의 유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청산유수(靑山流水)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물의 흘러감에도 리듬이 있다. 리듬감 있게 말하는 것이 가장 좋기에 선조들도 청산유수라는 말을 썼을 것이다.
글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라
글의 흐름에는 다음 여덟 가지가 있다. 이 흐름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글을 쓴다면 대단한 필력을 갖게 될 것이다. 하나씩 살펴보고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자.
⊙심리적인 흐름
글에서는 심리적인 흐름이 가장 중요하다. 마음만 움직이면 모든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생각 사(思)라는 한자를 생각해보자. 田과 心이 결합된 이 글자는 ‘마음의 밭’이라는 뜻이다. 즉 생각이란 마음의 밭이기 때문에 사람의 생각을 읽으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따라서 글을 쓰기 전에 사람을 알아야 한다. 사람의 생각을 읽고 그가 가진 욕구를 알면 도움이 된다. 사람의 생각과 욕구에 맞는 글을 쓰는 것이 심리적인 흐름을 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문제해결의 흐름
우리는 누구나 문제를 가지고 있고 그 문제에 관한 글을 보면 읽고 싶어진다. 문제를 제시하고 그 해결을 보여주는 글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힘이 있다. 이런 글은 우선 제목을 잘 잡아야 한다. 제목에서 문제를 제시하고 그 문제해결의 전망이나 의미 있는 힌트를 담으면 더욱 효과적이다. 다음과 같은 제목을 가진 책을 본 기억이 있다.
“당신은 영어에서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십니까?”
이 제목은 문제를 던지는 동시에 해결의 힌트를 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의 영어실수를 찾고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연역적 흐름과 귀납적 흐름
인간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햄릿형과 돈키호테형이다. 햄릿형은 망설이고 따지는 성격 때문에 정작 행동을 못하는 사람을 말하고 돈키호테형은 일단 저지르고 보는 사람을 말한다. 이 두 가지 인간형을 글의 흐름으로 보면 햄릿형은 귀납법, 돈키호테형은 연역법이라 할 수 있다. 글의 흐름에서 연역과 귀납은 서로 상반된 흐름을 가지고 있다.
연역은 먼저 일반적인 전제를 말한 후 특수한 사실로 그 전제를 풀어간다. 쉽게 표현하자면 결론부터 먼저 말하고 그 이유를 밝히는 것이 연역적 흐름이다. 이런 방식으로 글을 쓰면 일단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용이 뒤따르지 않으면 읽기는 중단되고 말 것이다. 당당한 전제와 상상력의 자극, 이것이 연역적 흐름의 핵심이다.
⊙묘사적인 흐름
묘사력이 뛰어나면 더 좋은 글이 된다. 글의 ‘묘사적 흐름’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 ‘라디오만한 영화 없고 책만한 라디오 없다’라는 말이 있다. 영화보다는 라디오가, 또 라디오보다는 책이 더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말이다. 영화는 그림으로써 묘사해주지만 책은 글로만 묘사를 하므로 독자의 상상력을 더 자극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상상력을 주지 못하는 글은 좋은 글이 될 수 없다.
둘째, 현장감을 제공할 수 있다. 독자가 그 현장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벤트 보고서라든지 여행기 같은 것은 현장감을 최대한 살려 써야만 효과적이다.
셋째, 공감을 유도할 수 있다. 뛰어난 묘사는 당연히 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공감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다. 묘사를 통해 자연스러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좋은 글이다.
묘사적 흐름의 글은 공간적 묘사와 시간적 묘사로 나눌 수 있다. 공간적 묘사는 정경을 실감나게 보여줘야 한다. 이게 핵심이다. 그래야 좋은 글이 된다.
우리는 뉴스에 귀를 기울인다. 뉴스는 정보이며 가치 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뉴스적인 흐름의 글은 독자들에게 정독을 하게 한다. 이같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다음 두 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육하원칙의 형식을 갖춰야 한다. 글에서 이 여섯 가지가 무시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주어를 생략하는 것은 다반사고 시간과 공간 개념을 망각하기도 한다. 주어와 시간, 공간 개념을 쉽게 생략하게 되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는 사실을 독자도 알 것이라는 착각 때문이다. 그러나 독자는 필자가 아는 만큼 알지 못한다. 주어를 반드시 쓰고 시간과 공간을 표현하면 글의 가치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보자.
“그날 밤 대전에 비가 왔다”고 하는 것보다 “6월12일 밤 10시부터 대전역 앞 광장에는 비가 내렸다”고 하면 더 가치 있는 글이 된다. 시간과 공간 개념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어를 분명히 해 “6월 12일 밤 10시, 두 명의 군인이 대전역 앞에서 비를 맞고 있었다”고 하면 더욱 좋은 글이 된다.
둘째, 글 내용이 뉴스밸류(뉴스가치)를 갖춰야 한다. 뉴스밸류는 새로운 정보 속에 담길 수도 있고 기존의 정보를 업그레이드한 글에도 있을 수 있다. 널리 알려져 있는 내용을 쓰더라도 다음과 같이 하면 뉴스밸류를 가미할 수 있다. 마늘이 남자의 스태미너에 좋다는 글을 쓴다고 하자. “마늘은 남자의 스태미너에 좋습니다”라고 하면 너무나 평범한 글이지만 “마늘을 즐겨 먹던 72세 노인이 아들을 얻었습니다”라고 한다면 뉴스밸류가 생기게 된다.
⊙이야기체, 구성체의 흐름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특히 여자들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남자보다 여자가 텔레비전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여자를 상대로 글쓰기를 한다면 이야기체의 글 흐름을 시도해보라. 글에 드라마를 담으라는 것이다. 남자는 시각적 욕구가 강한 반면 여자는 청각적 욕구가 강하다. 그러면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까? 이야기가 성립되려면 다음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는 주인공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독자들에게 감정이입 대상이 된다. 글의 주인공을 잘 설정하는 것이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첫째 조건이다.
둘째는 배경이다.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있어야 입체적인 이야기가 된다. 물론 이야기에 따라 시간적 배경이 더 중시되는 경우가 있고 공간적 배경이 더 필요한 경우도 있다.
셋째는 사건이다. 주인공과 배경이 있다면 사건이 벌어져야 이야기가 된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사건은 대개 사랑과 이별 그리고 여성의 자아성취 등이다.
일단 이 세 가지만 갖추면 이야기체의 글이 된다. 물론 이야기의 내용이 신선하고 문체가 뛰어나면 금상첨화다.
이야기체와 비슷한 글 흐름에는 구성체의 흐름이 있다. 소설의 구성은 보통 ‘발단-전개-위기-절정-대단원’이고 한시의 구성은 ‘기-승-전-결’이다. 이런 구성을 의식하면 좀더 구성적인 글을 쓸 수 있다.
사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람이다. 또 우리 인생 그 자체가 소설이나 한시의 구성과 무엇이 다르랴. 사람을 연구하는 것은 가장 좋은 글공부다. 휴머니스트란 진정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오늘부터 휴머니스트가 되기를 권한다.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아포리즘을 이용하라】
일본의 어느 버터회사 카피에 이런 것이 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예수).” “오 예스, 버터가 있어야죠!”
예수의 말을 인용하여 버터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폴크스바겐 자동차는 맥아더 장군의 말을 인용해서 폴크스바겐의 차체가 얼마나 튼튼한지 강조했다. 폐차된 폴크스바겐 왜건이 햄버거가게로 사용되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오래된 폴크스바겐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했던 것. 이런 표현이 아포리즘이다.
우리말과 한자어에도 이런 표현을 시도할 만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어리굴젓이 나오는 곳은 충청도 서산의 간월도이다. 그런데 왜 간월도에서 생산되는 젓을 어리굴젓이라고 할까? 어리굴젓의 의미는 무엇일까?
보통 젓갈은 맵고 짜게 담근다. 굴로 젓갈을 담글 때도 고춧가루와 소금을 제법 많이 뿌려야 한다. 그러나 간월도의 굴은 섬모가 많아서 고춧가루와 소금을 적게 넣어도 골고루 묻고 발효가 잘 된다고 한다. 간이 약하게 된 상태를 얼간이라고 하는데, ‘얼간이 된 젓갈’이라는 뜻에서 어리굴젓이라는 말이 나왔다.
누군가를 ‘얼간이’라고 놀리는 말도 그 사람이 간이 덜 된 것처럼 됨됨이가 변변하지 못하고 모자라는 경우에 쓰인다. 우리 조상들은 사람을 맛에 비유하는 것을 즐겼나보다. ‘싱거운 놈’이니 ‘짠 놈’이니 하는 말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수작 걸지 마!”라고 할 경우의 수작이란 말의 어원을 아는가? 수작을 한자로 풀어보면 갚을 수(酬)에 따를 작(酌)으로, 술잔을 주거니받거니 하는 것을 말한다. 옛날에는 주막에서 처음 보는 사람끼리 술을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서로 통성명을 하고 나서야 알고 지내게 됐다. 그래서 ‘수작을 건다’는 말이 생겼는데 이 말이 요즘은 좀 불순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변명(辨明)’이란 말도 그렇다. 원래는 ‘사리를 분명하게 밝힌다’는 의미인데 요즘은 ‘자기의 잘못을 덮으려고 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새 옷을 입었거나 뭔가 멋진 일을 해냈을 때 나오는 감탄사 ‘근사하다’는 말이 있다. 근사(近似)는 원래 비슷하다는 뜻이다. 이것이 ‘어떤 멋진 기준과 비슷하다’는 의미로 쓰이면서 ‘아주 좋다’는 뜻으로 발전하였다.
비슷하기는 하나 다른 것을 뜻하는 ‘사이비(似而非)’란 말은 맹자(孟子) 진심(盡心) 하편에 나오는 한자어이다.
필자가 가장 감명을 받았던 영화는 ‘디어헌터(Deer Hunter)’다. 로버트 드니로와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이 영화는 월남전을 배경으로 인간성이 상실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총알 하나가 들어 있는 권총을 자신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비인간적 도박인 러시안 룰렛 게임과 사슴 사냥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등장한다. 이 영화 제목이 말 그대로 ‘사슴사냥’인데, 사냥이란 말은 어디서 온 것일까? 요즘은 등산을 산행이라고도 한다. 사냥은 바로 이 ‘산행’에서 나온 말이다. 하기야 동물을 잡으려면 산으로 가야 하니까 적확한 어원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이런 몇 가지 사례의 어원을 밝히는 것은 아포리즘적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글쓰기에 있어서 어원이나 격언, 속담 등을 활용하면 문장력이 풍부해진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더 다양하고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어원이나 속담 같은 것을 알기 위해서는 사전을 보라. 국어사전에 어원이 표시된 경우가 많고 백과사전을 보면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작은 국어사전 혹은 영어사전을 늘 갖고 다니면서 아무 페이지나 넘겨서 보라. 뜻밖에도 사전이 참 재미있다는 걸 발견할 것이다.
【신문 헤드라인을 필사하라】
-서산서 경비행기 추락 2명 사망-박승 총재 ‘금융결제 근본적 대책 강구’ 지시-민주노총 ‘정략적 공안탄압 중단’ 촉구-또다시 기약 없는 이별, 금강산상봉-정 의장 노인폄하 발언, TK지역 후폭풍-첫 고장 KTX, 재고장, 원인 정밀조사-선관위 도심 기도집회 중지요청-선관위 자동개표 시연 ‘이상무’-“인터넷 심의는 찬성, 자료요구는 반대”-韓銀 전산사고 원인은 소프트웨어 문제-정세현 통일부 장관 “상봉 차질에 죄송”-각당 황금연휴 맞아 총력득표전-박근혜 “‘노인폄하’ 시비 자제”-‘정동영 실언’ 수습되나-남북이산가족 작별상봉 우여곡절 끝 열려-인텔, 노트북-데스크톱 프로세서 통합생산 계획
이상은 2004년 4월 ‘동아일보’ 기사 헤드라인이다. 헤드라인만 봐도 대충 감이 잡히지 않는가? 신문 기사는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기보다는 헤드라인과 사진만 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헤드라인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헤드’라는 말을 쓰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함축적이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면 헤드라인으로서의 생명은 끝이다. 신문 하나를 정해 날마다 헤드라인을 그대로 필사해보자.
정치, 경제, 사회, 스포츠, 연예 등 각 분야의 헤드라인을 각각 5개 정도만 3개월 정도 필사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글쓰기 실력이 향상될 것이다. 특히 제목을 쓰는 훈련에는 이게 최고다. 주제에 대한 함축적인 표현을 하는 습관을 기르는 데도 좋다.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만들어라】
운동을 매일 하는 게 좋듯이 글쓰기도 매일 하는 게 좋다. 글쓰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좋다. 홈페이지를 만들어놓으면 글을 더 쓰게 되어 있다. 가능한 한 조금씩이라도 날마다 업데이트하는 것이 좋다.
홈페이지에 그저 개인의 일상생활만을 보여주기보다는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전문 분야나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특정주제를 골라 글을 써보라. 더 자주 글을 올리게 될 것이다. 여행, 사진, 영화, 음악, 미술, 책 등 네티즌들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주제면 더욱 좋다.
홈페이지는 저작도구를 통해 자신만의 구성이나 디자인을 할 수 있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홈페이지를 만들기가 부담스러우면 인터넷 카페나 요즘 유행하는 블로그를 만들어보길 권한다. 1999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블로그는 방송, 신문 등 거대한 미디어가 정보를 독점하고 이를 전달하는 상황을 벗어나 1인 미디어 시대를 열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단상이나 정보는 물론 디카로 찍은 사진도 쉽게 올릴 수 있고 답글 형식을 통해 다른 네티즌과 생각을 공유하고 간단한 토론도 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블로그는 홈페이지와는 달리 구성이 간단하고 업데이트도 간편하다. 카페나 클럽처럼 일부에게만 공개하는 폐쇄성도 없다.
오늘 당장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만들어보라. 블로그는 각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형식만 따라하면 쉽게 만들 수 있다. 그곳에 자신만의 글을 올려라.
글쓰기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느는 건 분명하다. 앞에서 언급한 10가지 방법을 습관화한다면 적어도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에서는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말하듯 술술 쉽고 편안하게, 또 당당하게 자판을 두드려대는 자신을 생각해보라. 물론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그렇듯 글쓰기도 애정을 가지고 노력하고 훈련해야만 실력이 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