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호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까닭

  • 글: 이영완 동아사이언스 기자 puset@donga.com

    입력2004-04-30 11: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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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까닭

    무거운 상자를 들 때 다른 사람의 상자가 가벼워 보이는 것은 뇌의 지각작용 때문이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는 내가 가진 떡이 더 크더라도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같은 행동을 하는 다른 사람을 보면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물건을 들 때 흔히 일어난다. 만약 내가 무거운 상자를 들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같은 무게의 상자를 들고 있는 걸 보면 왠지 그 사람의 상자가 더 가볍게 느껴지는 것.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 똑같은 행동에 대한 지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영국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인지신경과학연구소의 안토니아 해밀튼 박사는 이를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연구진은 실험대상자들에게 무게 150kg과 750kg의 상자를 들게 하면서 다른 사람이 들고 있는 상자의 무게를 가늠하게 했다. 실험 결과 가벼운 상자를 들 때는 다른 사람이 들고 있는 상자를 실제 무게보다 무거운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반대로 실험대상자가 무거운 상자를 들고 있을 때는 다른 사람이 들고 있는 상자를 실제 무게보다 더 가볍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괜히 나만 무거운 것을 들고 있다는 억울함을 느끼거나, 나만 가벼운 것을 들었다는 얌체 같은 생각이 과학적 사실로 판명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시뮬레이션 이론’으로 설명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볼 때 자기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상상한다고 한다. 즉 다른 사람의 행동을 뇌에서 지각할 때 운동신경을 같이 사용한다는 것.

    그런데 사람의 운동신경은 가만히 관찰할 때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지만, 같은 행동을 동시에 하게 되면 자신의 행동을 지시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행동을 판단할 여력이 없다. 그래서 객관적인 판단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볼 때 자신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처럼 뇌가 움직이는 것은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해 발달한 것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는 뇌의 이 같은 작용이 다른 사람은 늘 자신보다 쉬운 일만 한다는 심술을 부리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남의 떡이 커 보일 땐 내 떡을 내려놓고 다시 한번 쳐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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