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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대 국회 4년 결산과 평가

독립성·자율성은 신장, 갈등은 중첩

  • 글: 박재창 숙명여대 교수·의회행정학

제16대 국회 4년 결산과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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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16대 국회는 모두 23명에 대해 인사청문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장상 국무총리 피지명자, 장대환 국무총리 피지명자, 윤성식 감사원장 피지명자, 고영구 국정원장 피지명자 등에 대해서는 국회가 임명동의를 하지 않거나 부적격자로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행정수반의 인사권 행사에 강력한 제동을 걸었다. 특히 고영구 국정원장 피지명자에 대한 국회 정보위원회의 부적격 의견 제시는 정보위원회가 당시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장악한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현상이었다.

국회가 대 행정부 통제권을 강화하는 현상은 2003년 12월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안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서 국회가 이를 재의 끝에 재가결, 확정시킴으로써 절정을 이루게 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국회가 다시 거부하고 재확정한 일은 1961년 4월 제5대 국회에서 재의요구 법안을 법률로 확정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원내 안건 심사과정에서도 같은 현상이 목격됐다. 과거 정부제출 의안이 거의 무수정 통과되던 것과는 달리 제16대 국회에서는 정부제출 의안 대부분이 국회에 의해 가감첨삭된 후에야 통과 또는 부결된 것. 더 이상 국회가 무수정 통과를 일삼는 통법부(通法部)이기를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법안실명제의 허실

그렇다고 해서 국회의 입법권이 대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완전히 회복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법률안 확정률을 보면 의원발의안보다 정부제출안이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의원발의안의 경우 총 1907건 가운데 491건이 통과됨으로써 26.0%의 법안 확정률을 보였다. 반면 정부제출안의 경우에는 모두 595건의 법률안 가운데 424건이 가결됨으로써 71.3%의 법안 확정률을 기록했다. 법안의 충실도 면에서 볼 때 국회는 여전히 행정부에 의해 압도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주요 의제의 선점력에 있어서도 여전히 행정부가 국회를 앞섰다. 이런 현상은 16대 국회의원 중 시민사회단체에 의해 의정활동 최우수 의원으로 선정된 한 의원이 700여건의 안건을 제안했지만 그중 법률로 확정된 것은 단 1건에 지나지 않았다는 극단적 사례에 의해서도 확인된다.



다만 법률안의 제안자 비율 면에서 의원발의 법률안이 정부제출 법률안을 크게 상회했다는 사실은 나름의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의원발의 법률안이 1907건인 데 비해 정부제출 법률안은 595건. 정부제출안은 의원발의안 대비 31.2%에 지나지 않았다. 의원발의 법안 수가 정부제출 법안 수를 크게 상회한 것은 제6대 국회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그만큼 국회의 의제 설정력이 급속히 신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의제 설정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의원 명의로 제안된 법률안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것이 의원에 의해서 처음부터 발안된 것인지에 대해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나 이익단체가 성안한 내용을 의원 명의를 빌어 제안하거나, 국회가 4당 체제로 전환되면서 정파간의 정략적 접근으로 인해 상대당이 제안한 법안을 거의 그대로 도용한 경우도 적지 않은 까닭이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이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원입법안 발의 건수가 왜 이처럼 크게 증가한 것일까. 그건 이번 국회에서 처음 도입된 법안실명제 때문이다. 국회는 국회의원의 원내 활동에 대한 투명성과 공개성을 제고하고 그 결과 국회의원에 대한 유권자의 통제권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할 때에는 그 법률안의 부제로 대표 발의의원의 성명을 기재하도록 했다. 그 결과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이 촉진되었고, 그 영향으로 국회의 의제설정권이 정부를 압도하는 현상으로 나타난 측면이 있다.

강화된 국회 예·결산 심의기능

16대 국회는 또 예산 및 결산의 심의 과정 개선과 지원체제의 강화를 통해 국회의 대행정부 통제력을 확장하고, 국회의 대외적 독립성을 제고하는 변화도 보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16대 국회가 역대 국회 중 예산 및 결산 심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가장 높은 국회였다고도 할 수 있다.

먼저 예산안 심의에 있어서 상임위원회 단계의 예비심사에서 예산이 감액되는 경우에는 예결위원회의 본심사에서 이를 증액할 수 없도록 규정함으로써,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가 허술해지는 현상을 미연에 방지하고 국회의 예산 심사과정이 지니는 정치적 비중을 강화했다. 과거에는 상임위원회의 예산안 심의 결과와 관계없이 예결위원회의 계수조정소위원회 결정에 따라 실질적인 예결산 심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 결과 상임위원회의 예산안 심의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16대 국회 이후에는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에 내재돼 있는 소극적 제어력에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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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재창 숙명여대 교수·의회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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