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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클라크 前 백악관 테러담당조정관의 ‘모든 적에 맞서서’

“부시는 9·11 후 빈 라덴보다 후세인에 더 집착했다”

  • 요약·정리: 박성희재미언론인 nyaporia@yahoo.com

리처드 클라크 前 백악관 테러담당조정관의 ‘모든 적에 맞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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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클라크 前 백악관 테러담당조정관의 ‘모든 적에 맞서서’

“부시 행정부가 9·11 전 알 카에다 문제를 다루자는 자신의 건의를 무시해 비극을 불러왔다”고 주장하는 리처드 클라크 전 백악관 테러담당조정관.

라이스 안보보좌관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알 카에다의 테러위협에 대해 브리핑을 하자, 그녀는 알 카에다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보충설명을 덧붙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 카에다가 오사마 빈 라덴의 개인조직인 것으로 여기지만, 알 카에다는 그 이상의 조직입니다. 전세계 50개국에 세포조직을 거느리고 있고, 미국에도 있습니다.”

그러나 라이스는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오히려 그녀는 백악관 테러담당조정관인 내 직급을 한 단계 낮춰 장관급 회의(Principals Committee)에 참석할 수 없도록 했다. 부(副)장관과 차관급 회의(Deputies Committee)에만 참석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내게 “현재의 백악관 테러담당 직원들과 함께 계속 일해달라”고 요청했다.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지 1주일도 안 돼 나는 라이스 보좌관에게 알 카에다 위협이 임박했다며 장관급 회의에서 이를 검토해줄 것을 요구하는 문서를 보냈다. 라이스는 내게 “부장관-차관급 회의에서 알 카에다 문제를 먼저 다루세요. 거기서 구체적인 윤곽이 잡히기 전까지는 장관급 회의에서 논의할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는 곧 부시 행정부 고위선에서 알 카에다 위협을 제대로 논의하기까지는 몇 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2001년 2~3월에는 부장관-차관급회의에서 알 카에다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일정을 잡지 못했다. 4월 들어 백악관 상황실에서 겨우 논의 모임을 열었지만 매끄럽게 진행되지는 못했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백악관 안보부(副)보좌관인 스티브 헤이들리가 내게 브리핑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곧바로 요점부터 말했다.



“알 카에다와 탈레반을 압박하기 위해서 우리는 아프간 북부에서 그들과 맞서고 있는 북부동맹(Northern Alliance)의 무장을 강화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아울러 오사마 빈 라덴을 비롯한 알 카에다 지도부를 겨냥, 무인항공기 프리데이터(Predator)를 띄워야 합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월포위츠 국방부(副)장관은 안절부절못하며 조바심을 내더니 급기야 얼굴을 찌푸렸다. 월포위츠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헤이들리 부보좌관이 그에게 어떻게 판단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도대체 왜 우리가 여기서 오사마 빈 라덴이란 인간에 대해 토의를 하고 있는지 이해를 못하겠어”라고 말했다. 나는 힘을 주듯 또박또박 월포위츠에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끌고 있는 알 카에다란 전세계적인 테러 조직망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알 카에다는 머지않아 미국에서 심각한 테러를 벌일 것으로 보이기에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지요.”

그러자 월포위츠는 내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헤이들리에게 말했다. “글쎄, 미국을 위협하는 다른 세력들도 있지요. 이를테면 이라크 테러라든가.” 그래서 나는 월포위츠에게 반론을 폈다. “폴, 그렇지 않아요. (제1차 걸프전쟁이 마무리된 뒤인) 1993년 이래로 나는 미국을 위협하는 테러를 이라크가 배후 지원했다는 정보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CIA나 FBI도 이 문제에 관한 한 같은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내 말이 맞지요, 존?”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존 맥래플린 CIA 부국장은 나와 펜타곤의 2인자(월포위츠 부장관) 사이에 벌어지는 입씨름에 끼여들고 싶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짧게 대꾸했다. “맞아요. 우리는 이라크가 미국을 겨냥한 테러 위협을 적극적으로 뒤에서 부추긴다는 어떤 증거도 얻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월포위츠는 내게 고개를 돌리며 다음과 같이 고집을 부렸다.

“리처드, 당신은 오사마 빈 라덴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 같군요. 배후에 테러지원국이 없다면 그는 19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 같은 사건을 일으킬 수가 없어요. CIA나 FBI가 테러 지원 관련여부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해서 그런 일들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해선 안 되지요. 알 카에다는 혼자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없으며 이라크로부터 도움을 받았을 게 틀림없어요. 우린 사담 후세인이 배후에서 지원하는 테러를 잡아내야 해요.”

월포위츠의 억지와 아집

월포위츠는 1993년 이후 이라크를 배후에 둔 어떠한 테러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나와 CIA의 분석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9·11 테러 후에도 월포위츠는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런 억지주장을 들으면서 나는 그가 “19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의 배후는 이라크”라는 로리 마일로이의 엉터리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음을 깨닫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미 신보수주의 네오콘 집단인 미국기업협회 회원이자 그녀 자신이 네오콘 이론가인 마일로이는 지난 2000년 펴낸 ‘사담 후세인의 끝나지 않은 대미전쟁’이란 책에서, 1993년 사건의 배후에 사담 후세인이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미 정보기관의 오랜 조사 결과, 이라크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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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정리: 박성희재미언론인 nyaporia@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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