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호

‘기록’은 ‘기억’보다 강하다

  • 글: 허은아 (주)예라고 대표이사 www.yerago.co.kr

    입력2004-08-25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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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은 ‘기억’보다 강하다
    ‘몽당연필이 명석한 두뇌보다 낫다.’

    대인관계와 비즈니스에서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치고 이보다 더 적합한 말은 없다. 조찬 모임, 오전 전략회의, 점심 약속, 오후 세미나, 저녁 술자리로 쉴새없이 이어지는 비즈니스맨의 일과는 일일이 기록해놓지 않고서는 약속을 ‘펑크’내는 실수를 하기 십상이다.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면 언제 어디서나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휴대전화로 통화하다가 갑자기 메모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광고지나 이면지를 찢어서 무성의하게 메모해 지갑 등에 꼽아놓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나중에 기억이 나도 찾기가 어렵거나 시간이 흐른 뒤 중요한 약속을 잊어버려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다이어리나 수첩을 살 때 메모 공간이 많은 제품을 골라 모든 메모를 한군데에 모아두는 것과 수첩이나 지갑에 부착할 수 있는 소형 ‘포스트잇’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그때그때 요긴하게 사용하는 것.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여성의 경우에는 전자, 정장 차림 남성의 경우에는 후자가 좋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연초부터 연말까지 1년 내내 수첩에 모든 메모를 모아 정리한다. 중요한 약속과 빡빡한 강의 일정, 그때그때 떠오르는 아이디어, 일상에서 떠오르는 잡다한 상념까지 한 권의 수첩에 기록해두면 약속 날짜나 시간을 어기는 일이 없을 뿐더러 연말이면 훌륭한 한 권의 비망록을 얻을 수도 있다.



    주변으로부터 한결같이 좋은 평가를 듣는 사람 중에서도 간혹 시간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조심해야 하는 경우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약속을 어기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나무라거나 질책하기보다 오히려 마음에 묻어두고 있다가 결정적으로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내려야 할 때 중요한 판단요소로 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약속시간을 소홀히 여겼다가 승진이나 취업 등 인생의 큰일에서 나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메모의 기술’의 저자 사카토 겐지는 “메모는 잊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한 후 잊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메모가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의 메모리를 재부팅해서 기억 용량을 넓히는 기능까지 가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사카토 겐지 같은 ‘메모 기술자’가 아니고서야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의 한마디는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기록은 기억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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