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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카운트다운! ‘화폐혁명’

만원짜리 한 장에 담긴 비밀

위조방지 장치만 10여 가지, 홀로그램 지폐도 선보일 듯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만원짜리 한 장에 담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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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짜리 한 장에 담긴 비밀

현행 1만원권 위·변조 방지 장치

5~6년에 한 번씩 이렇게 새로운 한국은행권이 선보이는 까닭은 두말할 것 없이 날로 정교해지는 위조지폐 제조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현재 시중에서 발견되는 위조지폐 중 80% 이상이 1만원권이다.

최근 늘어나는 또 다른 위조지폐 형태 중 하나는 바로 ‘박리(剝離)은행권’이다. ‘박리은행권’이란 지폐의 양면을 정교하게 갈라 분리한 뒤 나머지 면만을 컬러 복사해 붙이는 첨단 위조지폐 의 하나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런 위조지폐 제조가 가능한 것은 현행 지폐의 원료가 종이가 아닌 면 섬유이기 때문이다. 면 섬유를 펄프처럼 녹여 제지 방식으로 화폐를 만들기 때문에 얇게 떼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사용할 경우 컬러 복사를 통해 양면을 모두 위조한 지폐와 달리 한 쪽 면은 진짜 지폐와 느낌이 똑같아 일반인은 속아넘어가게 된다. 촉감으로 위조지폐를 식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다. 이런 박리은행권은 육안 식별을 게을리할 수밖에 없는 심야 PC방이나 심야 택시요금에서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박리은행권 제조를 막기 위해 새롭게 고안된 장치가 바로 은화 구석에 그려진 태극문양이다. 1만원권 지폐를 자세히 살펴보면 왼쪽 빈 공간에 숨어 있는 세종대왕 초상화의 옷깃 부분에 와이셔츠 단추보다 훨씬 작은 태극문양이 새겨진 것을 볼 수 있다. 세종대왕 형상의 은화와 구별해 ‘돌출은화’나 ‘SPAS(Special Press And Soldering) 은화’라고 부르는 이 장치는 일반 은화가 빛에 비춰야 식별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빛을 비추지 않고도 육안으로 볼 수 있다.

‘박리은행권’을 만들기 위해 지폐의 앞뒷면을 분리할 경우 이 돌출은화가 찢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한국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리기법이라는 첨단 위조지폐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세종대왕 옆에 ‘덫’을 놓은 것이다.



일반인들이 손쉽게 위조지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는 이외에도 많다. 1만원권 오른쪽 상단에 있는 용 문양은 지폐의 앞뒷면이 정확하게 일치되게끔 인쇄되어 있다. 바늘로 앞면에 있는 용 문양의 눈을 찌르면 뒷면에서도 정확하게 눈의 위치를 관통한다. 위조지폐를 만들더라도 이 앞뒷면 문양까지 정확하게 일치시키기는 극히 어렵다고 한다.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세종대왕 초상화 옆의 물시계 바로 밑에 ‘한국은행’이라는 보일 듯 말 듯한 글자가 두 줄로 인쇄된 것을 보았을 것이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폐 왼쪽 하단에 있는 시각장애인용 점자 색깔이 서로 다른 두 종류의 1만원권이 있다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는데 하나는 카키색이고 다른 하나는 황금색에 가깝다. 카키색 점자 왼쪽 빈 공간에 나선형의 광간섭 무늬가 있는 것은 1994년부터 발행된 ‘라’ 만원권이고, 광간섭 무늬가 사라지고 점자가 황금색으로 바뀐 것이 2000년부터 새로 발행된 최신판 ‘마’ 만원권이다.

2000년에 새로 도입된 점자는 색깔만 바뀐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매우 중요한 위조 방지장치를 담고 있다. 황금색 점자는 광반사잉크(OVI)를 사용하여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다르게 나타난다. 광반사잉크는 현재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위조 방치장치의 하나로 제작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위조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1만원권 지폐를 뉘어놓고 옆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세종대왕 오른편에 희미하게 ‘10000’이라는 숫자가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잠상(潛像)’이라고 부르는 이 숫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위조 방지장치 중 하나다. ‘마’ 만원권 가운데에 있는 은선도 ‘라’ 만원권과는 달리 8개에서 6개로 줄고 선의 굵기가 훨씬 굵어진 것도 위조방지를 위해 보완된 장치다.

뿐만 아니라 ‘마’ 만원권에는 컬러 복사 방지를 위한 특수 문양을 집어넣어서 만일 이 만원권을 컬러복사기로 복사할 경우 원래 색상과는 달리 검은색이나 진한 녹색이 나타나기 때문에 복사를 통한 위조는 불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발권당국이 자신하는 위·변조 방지장치에는 이렇게 일반인이 식별할 수 있는 것보다는 대외비로 분류해놓고 한국은행 관계자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비밀정보가 더 많다. 현행 화폐의 위조 방지장치는 4단계로 나뉘는데 은화나 은선, 광반사잉크 등 일반인이 식별할 수 있는 위조 방지장치는 그 중 1단계 공개장치에 해당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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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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