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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 질환의 가려진 진실

소변 줄기가 시원치 않다구요? ‘침묵의 암’일 수도 있습니다

  • 글: 정병하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전립선 질환의 가려진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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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겨울, 심각한 전립선 비대증으로 배뇨불통을 호소하는 노년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온 적이 있다. 말 그대로 ‘오줌보가 찢어질 것 같다’며 소리를 질러댔는데, 척 봐도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한 요로폐쇄 증상인 듯싶었다. 응급치료를 한 후 전후사정을 살펴보니 감기약을 먹은 게 화근이었다. 감기약 성분 중에는 보통 교감신경 흥분제가 들어 있는데 이것이 전립선 비대증을 순간적으로 악화시켜 요로가 좁아져버린 것이다. 문제는 감기약으로 인해 요로폐쇄가 일어날 정도라면 이미 전립선 비대증이 매우 깊은 지경인데, 그때까지 환자가 한 번도 병원을 찾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환자는 엉뚱하게도 ‘파’ 이야기를 꺼냈다. 귀를 의심하며 “채소인 파를 이야기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아는 사람이 소변이 잘 안 나올 때는 파를 어찌어찌 구워 가루를 내 배꼽에 얹으면 소변이 잘 나온다고 해 몇 번 그렇게 해봤는데, 어떨 때는 잘 나오는 것 같고 어떨 때는 안 나오더라며, 그래도 효험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날 필자는 파 가루 제조법(?)까지 설명하려는 태세의 환자에게 “당신은 지금 단순히 배뇨의 문제가 아니라 전립선 비대증이라는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하지만 후일 주위로부터 들어 알게 된 민간요법 백태에 비하면 그날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떤 환자는 달래술이 좋다고 해 줄창 달래술만 마셨는가 하면, 조기 머리에 박인 돌을 구워 먹으면 전립선 비대증이 낫는다는 말에 뱃속에 들어간 조기값만도 차 한 대 값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선 민간요법이 발달해왔고, 간혹 실제 효험을 봤다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 과학적인 근거가 밝혀지지 않은 민간요법이라 해도 미래에는 근거가 밝혀질지도 모르니 민간요법들을 싸잡아 ‘근거 없음’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한 배뇨장애가 부끄러운 질환으로 인식돼 있는 마당에 혼자서 해결해보려 민간요법을 시도하는 환자들을 무조건 탓할 수도 없다. 하지만 병이 병인 줄 모르고 배꼽에 파 가루만 열심히 얹는 등 외려 병의 진행을 간과해 최악의 상황까지 빚은 사례들을 보면 무엇보다 환자 자신이 병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그런데 이런 민간요법이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감기에 대한 민간요법이 각국마다 다르듯, 전립선 질환에 대해 서양 사람들도 나름의 처치를 한다. 민간요법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외국에는 명상이 전립선암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제법 퍼져 있다. 명상을 통해 불안정한 정서를 다듬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우울한 생각과 걱정을 줄이면 종양의 성장이 억제된다는 주장이다. 솔깃한 이야기지만, 명심해야 할 점은 이런 노력들이 의사의 정확한 검진과 치료를 받으며 적절한 식이요법을 함께 할 때 비로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증상부터 제대로 알자

서양인들은 이미 전립선암에 데어 봤기 때문에 함부로 솥뚜껑을 짚지 않는다. 그들은 무턱대고 민간요법에 의지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정확한 분석과 판단에 따라 시도할 만한 방법을 조언받아 적절히 쓰는 것이다.

전립선 질환에 관한 오해들에 공감한다면 이젠 전립선 질환과 정면으로 마주서야 할 때다. 전립선. 모두들 내놓고 이야기하길 꺼리지만 주위를 한번 살펴보자.

우리 주위엔 전립선 질환을 훌륭히 극복한 유명인이 얼마든지 있다. 몇 해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일본에서 전립선 비대증 수술을 받아 화제가 됐다. 그 외에도 중국의 덩샤오핑, 미국 대선 후보인 존 케리, 프랑스의 미테랑 전 대통령,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일본 천황 아키히토,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등도 전립선 질환과 당당히 싸웠다.

그런데 이들이 전립선 질환과 투쟁해 승리하기까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짧은 시간에’ 완치돼 사회로 되돌아왔다는 것이다. 정계에서 직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잠깐의 휴가’였다. 전립선암 말기가 되어 생명이 위독한 지경이 아니라면 전립선 질환은 비교적 쉽고 간단한 검진과 치료로 완치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검진과 치료가 쉬운들 무슨 소용인가. 증상을 엉뚱하게 알고 있거나 자가진단을 제대로 못하면 이미 병은 동구밖까지 나가 있을 터.

전립선 질환의 증상과 관련해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성적인 이상증세’에만 관심을 보이지 말라는 것이다. 전립선 이상으로 병원을 찾은 이 가운데 다수는 ‘스태미너가 약해진 것 같다’ ‘전에 없이 조루·지루 현상이 나타난다’ ‘사정이 시원치 않고 찜찜하다’ ‘정액에 피가 섞여 나와 두렵다’는 이야기로 상담의 포문을 연다. 전립선 질환은 간과한 채 정력에만 관심을 쏟는 것. 하지만 전문의는 이렇게 반문한다. ‘혹시 소변이 시원찮지 않은가’ ‘밤에 자주 화장실에 가지 않는가’ ‘속옷에 소변이 샌 적은 없는가’ ‘과음이나 피로 뒤 소변 색이 이상하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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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병하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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