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초 일본 정부여당은 이르면 상반기 중에 방위청을 방위성(省)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방위성 설치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데 합의했다. 그동안 내각부에 속한 일개 기관이던 방위청이 다른 나라처럼 독립부처가 되면 각료회의에 독자안건을 제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독립 예산을 요구할 수 있으며 자체 성령(省令)도 제정할 수 있다.
구체적인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1월6일 일본정부는 지난해 연말 발생한 남아시아 지진해일 피해지역에 국제원조 명목으로 군함 3척과 C-130 수송기 2대, 1000명의 자위대원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의 자위대 파견은 미군과 일체가 되어 멀리 중동지역까지 작전범위를 넓히려는 신방위정책의 시험작업으로 보인다. 2001년 10월 제정된 ‘테러대책특별조치법’에 근거해 인도양에 파견된 인원까지 합치면 남아시아의 자위대원은 1500명에 달한다.
이와 같은 자위대의 대변신은 군사력 강화작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12월10일 안전보장회의와 각료회의를 통과한 ‘신방위대강’을 통해 예견되었다. ‘방위대강’이란 일본의 방위력을 정비, 운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나타내는 지침으로, 1976년 10월 미키(三木) 내각이 처음 책정한 이래 이번이 세 번째다(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위대의 구체적인 변화상에 대해서는 상자기사 참조).
일본정부가 ‘신방위대강’ 작성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04년 4월. 고이즈미 총리는 ‘9·11테러 이후 변화된 안보환경에 대응한다’는 명목하에 사적 자문기관인 ‘안보·방위력 간담회’를 설치하고 새로운 방위대강 준비작업을 맡겼다. 6개월 후 간담회는 ‘미래 안전보장·방위력 비전’을 총리에게 제출했고 이를 바탕으로 방위청은 ‘신방위대강’(정식명칭은 ‘2005년도 이후 방위계획의 대강에 관하여’)을 완성했다.
‘신방위대강’의 위협 인식
‘신방위대강’은 2001년 9월11일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를 새로운 21세기형 안보환경의 출발로 인식하고 있다. 즉 국가에 의한 위협 외에 테러분자나 국제범죄집단 등 비국가주체에 의한 위협이 새롭게 등장했다고 파악한다. 냉전 종식 후 세계 각지의 내전이나 민족대립, 정권 불안정이 주요한 군사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고 내전중인 국가나 국내 치안이 불안한 국가에 테러분자나 국제범죄조직이 숨어들어 테러공격을 감행하거나 해상교통로를 차단할 위험성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에 의한 전통적인 위협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두 핵무기 보유국(러시아, 중국)과 핵무기 개발을 단념하지 않은 나라(북한)는 여전히 일본을 위협하는 요소다. 특히 북한 핵무기를 포함해 대량살상무기 개발이나 탄도미사일 개발배치는 일본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 옛 소련을 주요 위협요인으로 상정했으나, 현재는 핵·미사일 전력과 해·공군력의 근대화, 해양활동 범위의 확대 등을 들어 ‘중국 위협론’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이러한 주변정세가 야기하는 안보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신방위대강’은 ‘통합안전보장(Integrated Security)’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일본) 자신의 노력, 동맹국과의 협력 및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합”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이 통합안전보장전략은 1980년 오히라 내각 때 수립된 종합안전보장(Compreh- ensive Security) 전략과 용어가 비슷하지만 내용은 크게 다른 것이다. 종합안보전략이 주로 비군사적인 면에서 국제안보환경 개선에 역점을 둔 것이라면, 통합안보전략은 일본 스스로의 방위력 강화는 물론 군사적 역할 확대를 통한 국제환경개선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일본이 안보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비군사적 면에서 군사적 면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흐름은 방위정책의 변화에서도 읽을 수 있다. 기존의 ‘전수방위(ex- clusive defense)’라는 전략 틀을 유지하면서도 방어를 주로 하는 ‘소극방위’에서 ‘적극방위’로 대폭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신방위대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새로운 방위정책의 특징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 특징은 종전의 필요최소한 방위전략에서 위협대응형 전략으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일본은 1976년 ‘구방위대강’을 책정한 이래 ‘기반적 방위력’을 국방원칙의 하나로 삼아왔다. ‘기반적 방위력’이란 자위대의 거부능력(denial capability) 또는 제한적인 소규모 침략에 대해 자력으로 대처할 수 있는 필요최소한의 방위력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구체적인 위협을 상정하지 않은 채 평상시에 소규모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경계태세를 취하는 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