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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위 내부자료로 본 외환은행 매각 전말

금감원과 론스타의 ‘짜고친 고스톱(?)’, 승인 요청 받고 다음날 ‘OK!’

  •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금감위 내부자료로 본 외환은행 매각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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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요건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은행법상 규정 때문이다. 은행법 시행령 5조는 외국인이 은행 주식 10% 이상을 보유할 경우 그 자격을 ‘은행업 증권업 보험업 또는 이에 준하는 업으로서 금융감독위원회가 인정하는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아닌, 론스타와 같은 사모펀드는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은행법상 자격미달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된 것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근거한 것이다. 은행법 시행령은 ‘금산법 규정에 따라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은행 인수 자격에 예외를 두고 있다.

그러나 당시 외환은행은 금산법이 규정하는 부실금융기관이 아니었다. 당시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9.6%로 금감위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던 8%를 훨씬 뛰어넘었다. 단지 금감원이 추정한, 외환은행의 향후 경영 전망이 좋지 않다는 것이 론스타에게 자격요건을 부여한 이유다. 말하자면 금산법상 부실금융기관은 아니었지만 ‘기타 특별한 사유’에 외환은행이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금감원의 이러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금감위 내에는 론스타의 자격요건과 관련해 상당한 이견이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금감위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취득을 승인한 9월26일 금감위 회의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이 론스타의 국내영업 활동 과정에서 드러난 건전성과 도덕성,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 등을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국인이 금융업과 제조업에 함께 투자하는 데 대해서도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끝까지 논란이 됐던 것은 두 가지다. 론스타가 매각차익만을 노려 단기간에 주식을 팔아치우고 나가지 않겠느냐는 우려와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미국 은행법 규정에 따라 외환은행의 미국 지점을 폐쇄하지 않겠느냐는 점이었다. 금감위 회의록의 몇 대목을 보자.



론스타 자격 있나

“론스타가 외환은행에 투자한 이후 미국 내 영업은 어떻게 되나?”

“2년간 유예기간을 달라고 FRB를 설득중이라고 한다. 제한된 범위내에서 지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주주가 얼마나 건전하고 탈법 가능성이 적은가도 중요하다. 그동안 론스타가 우리나라에서 경영한 부분에 대해서도 건전성, 도덕성,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을 종합검토해야 한다.”

“론스타의 운영실적에 대해 알아보는 데 어려움이 있다.”

“론스타의 한국내 영업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심사했나?”

“(금융기관이 아닌) 펀드이므로 (금융관련법령을) 직접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실무적으로 확인받았다.”

“론스타는 왜 이렇게 복잡한 투자구조를 갖고 있나?”(211쪽 그림 참조)

“조세 회피 목적이라고 한다.”

결국 금감위 스스로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주 적격성 여부를 평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론스타가 금감위의 최종 승인 결정 이틀 전인 9월24일 이번 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리 명의의 서한을 금감위에 보낸 것 역시 금감위의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스티븐 리는 론스타 내 서열 3위로 알려진 한국시장의 총책임자다. 공식 직함은 론스타 어드바이저스 코리아의 컨트리 매니저(country manager).

‘신동아’가 입수한 스티븐 리 명의의 서한에는 ▲건전한 성장과 수익에 기반한 장기 영업 전략으로 외환은행 경영진과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 ▲론스타의 투자는 한국 경제에 대한 장기적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문제가 되었던 미국지점 문제와 관련해서는 ‘외환은행의 미국내 영업활동이 두 나라의 무역금융을 활성화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미국 영업이 유지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론스타의 이 서한은 금감위 최종 승인의 근거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서한의 성격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취득 승인을 위해 열린 금감위 회의에 참석했던 한 위원은 이 서한을 두고 ‘각서’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론스타가 은행이 아닌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대한 기여도나 건전성 유지 노력에 대해 확약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금감위 내부에 있었고, 이에 따라 각서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금감위 회의를 주관한 이동걸 전 금감위 부위원장은 론스타측의 서한에 대해 “일종의 신사협정으로 볼 수도 있고, 론스타 쪽도 우리가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의사표시를 해 온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전혀 다른 견해를 내놨다. “이 서한이 론스타의 각서냐”는 질문에 대해 이 전 부위원장은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답변을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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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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