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호

‘지성파’ 날개 단 무흠결 ‘자연미인’ 김태희, 추억 속 댕기머리 첫사랑 같은 그녀 한가인

  • 조성아 일요신문 기자 ilyozzanga@hanmail.net

    입력2005-01-25 17: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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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연말 방송사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나란히 신인상을 거머쥐며 2005년 기대주로 떠오른 김태희와 한가인. 똑같이 2002년 CF로 데뷔해 올해로 4년차 배우가 된 두 사람은 여성보다 남성 팬이 압도적으로 많고, 지적인 분위기로 플러스 효과를 얻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 ‘참한 며느리상’으로 사랑받는 두 사람은 이미지 관리에도 철저하다.
    ‘지성파’ 날개 단 무흠결 ‘자연미인’ 김태희, 추억 속 댕기머리 첫사랑 같은 그녀 한가인
    ‘지성파’ 날개 단 무흠결 ‘자연미인’ 김태희, 추억 속 댕기머리 첫사랑 같은 그녀 한가인
    김태희(25)가 죽다 살아났다. 죽을 운명이 뒤바뀌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SBS 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얘기다. 골수암의 일종인 악성 림프종에 걸린 김태희가 사랑하는 남자 김래원과 해피엔딩을 이루며 드라마는 끝이 났다.

    모두 시청자의 힘이었다. 드라마가 결말을 향해 치달을 무렵 시청자 게시판에는 ‘항의성’ 글과 ‘애원성’ 글이 빗발쳤다. 이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김태희를 살려달라는 것. 죽어가던 김태희는 그렇게 해서 운명을 바꿀 수 있었다.

    김태희를 살린 시청자는 대부분 남성이었다. 남녀노소가 이 드라마를 즐겨 봤지만 ‘김태희 살리기 운동’에 적극적인 이들은 바로 남성 팬이었다.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미사)’가 ‘미사 폐인’들을 열광시킬 때도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러인하’를 결성해 김태희 살리기에 매달렸다. ‘미사’에서 소지섭은 예정대로 죽음을 맞았지만 김태희는 살아났다. 과연 드라마의 결말까지 뒤집어버린 대단한 힘이었다.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는 애초부터 성공이 예견된 드라마였다. 김태희와 함께 출연한 김래원, 이정진, 김민 등 캐스팅도 화려했고, 초반 미국에서의 촬영 장면은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김태희가 아닌 다른 여배우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연말 시상식에서 작은 상 하나쯤은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태희이기에 이 드라마는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남성 팬은 왜 김태희에게 열광하는가.

    연기력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 외모를 살펴보자. 오목조목 자리잡은 이목구비는 똑 떨어져서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어, 그 때문에 깍쟁이 같은 느낌마저 준다. 김태희는 “원래 털털한 성격인데 목소리 톤이 높아서 그렇게들 생각하는 것 같다”며 서운함을 내비치지만, 여성들은 그의 목소리를 듣기도 전에 ‘경계심’을 가질 정도다.



    김태희의 외모가 완벽에 가깝다고 한다면 지나친 찬사일까. 하지만 여기에 토를 달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아직도 ‘성형미인’을 터부시하는 편견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자연미인’으로 꼽히는 김태희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그가 솔직히 털어놓은 바로는 치아교정과 입가에 있는 점을 뺀 것 외에는 얼굴에 칼을 댄 적이 없다. 입 부분이 약간 돌출된 점은 김태희의 얼굴에서 ‘옥의 티’였다. 본인도 교정을 받기 전에는 콤플렉스로 여겼다고 한다.

    내로라하는 여배우들 사이에서도 김태희는 단연 눈에 띄는 존재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과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서 함께 연기한, 늘씬한 두 여배우(173cm인 최지우와 170cm인 김민)와 나란히 서도 그들에 비해 반 뼘쯤 작은(165cm) 김태희의 외모가 더 빛나던 것은, 기자가 직접 목격한 바다.

    ‘서울대 날개’로 비상하다

    ‘지성파’ 날개 단 무흠결 ‘자연미인’ 김태희, 추억 속 댕기머리 첫사랑 같은 그녀 한가인
    이 ‘필요조건’에다 서울대 의류학과 출신이라는 학벌은 김태희를 더욱 좋아할 수밖에 없는 ‘충분조건’까지 얹어주었다. 물론 이것 역시 남성의 시각에서다. 한 결혼정보업체의 조사에서 김태희가 신부감 1위로 꼽힌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단아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의 김태희가 가진 지성미는 ‘이미지’가 아닌 ‘사실’이었기에 신뢰감을 더했다.

    그러나 미모에 겸비한 지성은 배우 김태희에게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였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김태희를 평가하는 데 편견을 제공했다. 똑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 캐스팅됐을 때 ‘서울대 출신 하버드 가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을 정도다. 김태희는 이에 대해 언제나 불만스러웠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영어발음이 어색하다는 지적에 “학교 다닐 때도 영어는 자신이 없었다. 수학이나 과학을 좋아했다”는 ‘해명’까지 해야 했다.

    김태희는 스스로 이러한 편견을 깨려고 노력해왔다. ‘천국의 계단’의 악녀 역과 ‘구미호외전’의 구미호 역을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태희는 언젠가 “차갑고 딱딱해 보인다고 해서 일부러 다양한 역에 도전했다”며 나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런 다양한 역을 소화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듯하다.

    ‘지성파’ 날개 단 무흠결 ‘자연미인’ 김태희, 추억 속 댕기머리 첫사랑 같은 그녀 한가인

    시트콤 ‘레츠고’로 데뷔한 김태희는 자신의 이미지를 십분 살린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의 수인 역은 물론 ‘천국의 계단’의 악녀 역과 ‘구미호외전’의 구미호 역을 맡는 등 이미지 변신을 시도해왔다. 연기력만 보강되면 올해 최고의 스타가 될 것이란 평이다.

    1980년생으로 올해 스물다섯인 그는 2002년에 데뷔한 4년차 배우다. 서울대 신입생 시절 패션잡지 모델로 잠깐 활동하다가 본격적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시트콤 ‘레츠고’에 출연하면서부터. 하지만 이 시트콤은 큰 인기를 얻지 못했고 김태희는 잠시 연예계를 떠난다.

    이후 김태희는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뒤 연기수업을 받았고 1년 만에 드라마 ‘스크린’의 여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복귀한다. 이때 김태희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뒷받침해준 곳은 현재까지 몸담고 있는 소속사 ‘로고스 필름’이다. ‘스크린’에 이어 다시 김태희를 캐스팅해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를 제작한 외주제작사이기도 하다.

    로고스 필름은 김태희를 관리하는 데 나름의 원칙을 갖고 있다. 홍보를 위한 인터뷰는 철저히 배제하고 이미지 메이킹에 남다른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매니저인 윤범중 실장은 “김태희의 지적인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언론에 과다한 노출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김태희는 여느 여배우에 비해 매스컴에 얼굴을 자주 내비치지는 않는다.

    김태희가 스스로 공개한 남자친구에 대해서도 소속사는 언론에 적절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서울대 도서관 앞 계단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캠퍼스 커플로 벌써 6년째 만남을 이어오고 있지만, 남자친구 임모씨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학교 친구들에 따르면 임씨는 외모가 준수하고 성격도 활발해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좋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김태희를 발굴하고 키워낸 소속사의 전략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김태희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듣고 있기 때문이다. ‘천국의 계단’에서 악녀 연기를 펼쳤을 때 김태희는 올백 스타일의 머리와 정장 옷차림을 유행시켰지만 연기는 어딘지 부족해 보였다. ‘구미호 외전’에서는 ‘사람 냄새’가 나는 구미호를 연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으나, 역할만 바뀌었을 뿐 연기에서 묻어나는 색은 그대로였다.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서는 다시 전형적인 착한 여성으로 돌아왔지만, 첫 주연 데뷔작 ‘스크린’에서의 모습과 거의 똑같아 혼동될 정도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난해 주목받은 차세대 스타 대다수가 연기력이 부족하다고 지적받았다는 것이다. 즉 연기를 잘하는 배우보다는 이미지와 스타성으로 만들어지는 배우가 많은 것이 연예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김태희는 연기력만 보강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큰 배우임에 분명하다.

    실감 나는 눈물 연기

    ‘지성파’ 날개 단 무흠결 ‘자연미인’ 김태희, 추억 속 댕기머리 첫사랑 같은 그녀 한가인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올리비아 핫세와 같은 청순한 외모로 남성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한가인. 이후 그는 드라마 ‘애정의 조건’에서 은파 역을 맡으면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노란 손수건’에 함께 출연한 탤런트 연정훈과 실제 연인으로 발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내가 그토록 시련 많은 역을 연기해 낼 수 있을까….’

    KBS ‘애정의 조건’의 대본을 받아든 한가인(23·본명 김현주)은 한동안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극중 한가인이 연기할 ‘은파’는 대학시절 동거와 혼전임신을 한 사실을 속이고 결혼했으나 곧 모든 사실이 밝혀지는 비련의 인물이다. 까마득한 신인배우인 한가인의 고민은 계속됐다. ‘아직은 나이가 어린데 이런 역은 좀 더 있다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연기에 대한 욕심이 앞섰다. 은파는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역이었다. 한가인은 ‘애정의 조건’의 종영을 얼마 앞두고 이렇게 털어놓은 바 있다.

    “은파 역을 하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말리는 분이 많았어요. 제가 연기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던 거죠. 저도 걱정이 없지는 않았지만 꼭 하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컸어요.”

    드라마가 중반을 넘어서자 한가인은 눈물을 펑펑 쏟아야 했다. 촬영장에서 하루도 눈물 없이 넘어간 날이 없을 정도. 눈은 퉁퉁 부었지만 그래도 눈물나게 행복했다. 시청자들이 한가인의 연기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한가인의 눈물연기와 함께 시청률도 쑥쑥 올라갔다.

    워낙 실감 나는 열연을 펼쳐 일부 시청자들은 “안약을 넣은 게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지만, 한가인은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며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를 전했다.

    “한번은 눈물이 나오지 않아 감독이 ‘잠깐 쉬었다 가자’고 했는데, 나 때문에 촬영이 지연된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분한 마음에 눈물이 쏟아졌다.”

    ‘지성파’ 날개 단 무흠결 ‘자연미인’ 김태희, 추억 속 댕기머리 첫사랑 같은 그녀 한가인
    드라마 중반을 넘어서서는 자신과 은파를 동일시하며 연기했다는 한가인은 결국 지난해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타냈다. 고작 두 번째 출연한 드라마에서 큰 상을 탄 것이다. 한가인은 역을 제대로 해낼까 우려하던 주변사람들에게 기대 이상의 성숙한 연기로 보답했고 2005년 최고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연기력을 인정받은 사실은 한가인에게 무엇보다 큰 수확이었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한가인의 이마에 대해 극찬했다. 그리고 이마에서 코로 이어지는 선이 빼어나다는 평이다. 한가인 역시 자연미인으로 검증된 덕분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김태희와 마찬가지로 한동안 성형논란에 시달렸지만 고등학교 동창들이 직접 나서 사태를 진화했다. 한가인의 고등학교 시절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성형수술 의혹을 잠재운 것.

    “배 나온 남자도 좋아요”

    한가인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별다른 불만이 없는 듯하다. ‘애정의 조건’에 함께 출연한 채시라도 한가인에 대해 “너무 예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태희가 입가의 점을 뺀 반면, 한가인은 콧등에 있는 점까지 마음에 든다고 했다. 관상학적으로도 고소영, 전지현 등 여배우의 콧등에 난 점은 매력요인으로 꼽히고 강한 개성이 되기도 한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가장 닮고 싶은 부위로 ‘한가인의 코’가 꼽혔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코보다는 큰 눈이 더 좋다고 말했다.

    다만 작은 입이 유일한 콤플렉스라고 한다. 몸매는 글래머러스한 매력을 지니진 않았지만 단아한 얼굴과 조화를 이루기에 모자람이 없다. 만약 한가인이 볼륨 있는 몸매를 가졌다면 청순미는 오히려 반감됐을 것이다.

    첫사랑 여고생을 생각나게 하는 한가인의 외모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마케팅 요소로 활용되었다. 극중 한가인은 이정진과 권상우 사이를 오가는 여고생 ‘은주’ 역을 연기했다. 실제로 배화여고 재학 시절, 인근의 남자고등학교 학생들로부터 쪽지와 장미꽃다발을 많이 받았다는 한가인은 은주를 연기하기에 제격인 인물이다.

    남성들에게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의 한가인. 정작 그의 이상형은 어떤 타입일까. 한가인은 “배 나온 사람도 좋다”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잘생긴 남자보다 편한 남자가 좋아요. 근육 있는 남자는 별로예요. 배나온 남자도 귀여워서 좋아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가수 이상우에게 발탁

    한가인은 2001년 2월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고등학교 시절 여러 차례 캐스팅 섭외를 받았지만 다 거절했다. 당시 한가인은 길에서 명함을 주는 사람을 모두 사기꾼으로 의심했다고 한다. 학창시절 모범생이던 그는 고3 때 길을 가다가 ‘교육 평준화’ 관련 뉴스 인터뷰를 하게 됐고, 이 장면을 본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에게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그가 바로 가수 이상우다.

    한가인을 데뷔시켜 지금까지 키워낸 원업엔터테인먼트 이상우 대표는 한가인을 처음 본 순간 ‘뜨게 될 물건’임을 알아봤다고 한다. 한가인을 일일드라마 ‘노란손수건’이나 주말드라마 ‘애정의 조건’에 출연시킨 것도 그의 전략이다. 젊은 팬보다는 다양한 연령대의 팬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

    한가인은 ‘애정의 조건’을 촬영하는 동안 언론과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소속사의 철저한 배려 덕분이었다. 학교생활(경희대학교 호텔관광학부)과 연기를 병행하는 한가인에게 촬영 외의 스케줄을 최소한으로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당시 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한가인에게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지만, 소속사는 끝까지 소속사의 이해보다는 연기자를 아끼는 자세를 보였다.

    얼마 전엔 ‘노란손수건’에 함께 출연했다가 연인으로 발전한 연정훈과 ‘결혼설’이 화제가 됐는데, 결과적으로 한가인에게 큰 손해는 없을 것이란 게 연예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몸값이 한창 오를 때 터지는 결혼설은 광고시장에서 악재로 작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오히려 호재가 되는 경우도 있다. 나이보다 성숙한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는 한가인은 결혼 이후에 더욱 안정된 연기를 펴고 이미지 관리를 잘해나갈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한가인은 또 다른 변신을 계획하고 있다. ‘애정의 조건’의 은파와는 정반대인 밝은 캐릭터를 맡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 것. 한가인은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털어놨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인으로 등장할 한가인의 변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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