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호

‘침묵의 死神’ 고혈압, ‘핏대’ 다스리면 20년 더 산다!

  • 기획·진행: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5-01-26 17: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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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혈압을 앓는 사람은 성인의 20~25%. 그중 자신이 고혈압 환자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4명 중 1명 정도다. 고혈압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 환자 본인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합병증을 유방하는 무서운 병. 뇌졸중. 심장병 등 성인 주요 사망원인의 원인제공자가 바로 고혈압니다.
    • 하지만 고혈압의 위험경보를 조기에 접하고 생활습관을 잘 관리한다면 20년은 더 살 수 있다고 한다.
    • 8명의 전문의로부터 ‘고혈압의 모든 것’을 들어봤다.
    대표 집필 : 김정남 교수(연세대 의대 심장내과)공동 집필 : 김기식 교수(계명대 의대 동산의료원 순환기내과) 박창규 교수(고려대 의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안태훈 교수(가천의대 길병원 순환기내과) 오병희 교수(서울대 의대 순환기내과) 유규형 교수(한림대 의대 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이종구 박사(이종구 심장내과의원 원장) 정명호 교수(전남대 의대 순환기내과)

    방치되고 있는 고혈압정남식 교수(연세대 의대 심장내과)

    53세의 평범한 회사원 J씨는 얼마 전 업무를 끝내고 퇴근하던 길에 갑자기 쓰러졌다. 119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긴급 후송되었지만 의식도 혈압도 잡히지 않았다. 1시간 가까이 전류 충격과 긴급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자 그제야 심장이 다시 뛰었고 이튿날 비로소 혈압과 호흡이 정상으로 회복됐다.

    “술을 많이 마셨어요. 거기다 최근 혈압약 먹는 걸 깜박했는데….”

    어느 정도 회복된 뒤 J씨는 이렇게 말했다. 평소 고혈압으로 인한 관상동맥(심장혈관)질환을 앓던 그는 며칠 전부터 가슴이 답답한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최근 들어 혈압약을 복용하는 걸 자주 잊었다는 것이다. 혈압약은 정해진 시간에 꼬박꼬박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의사의 말이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J씨는 일주일에 한 번쯤은 ‘폭탄주’를 마셔야 하는 전형적인 샐러리맨으로 30년을 살아왔다. 게다가 사회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핑계로 하루에 두 갑씩 담배를 피워댔다. 바닷가가 고향이라 소금에 절인 생선구이와 젓갈을 빼놓지 않고 밥상에 올린 것도 그에겐 치명적인 식습관이었다. 30대 초, 우연히 직장인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은 이후 혈압약을 챙겨 먹긴 했지만, 술 담배는 줄이지 못했다. 그러다 마침내 고혈압으로 인한 돌연사 위험이 찾아온 것이다.

    돌연사 직전 되살아난 J씨, 호흡 곤란으로 내원한 S씨

    아내의 구박으로 뱃살 빼기에 돌입한 39세의 S씨. 그는 3개월 전부터 조깅을 시작했다. 그러나 조금만 달려도 숨이 가빠 가슴이 뻐근해지곤 했다. 처음엔 운동부족 탓이려니 하며 가볍게 여겼지만 최근 들어선 앉아서 사무를 보는 중에도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병원을 찾은 S씨는 15년 전 진단받은 고혈압을 방치한 결과 심장에 이상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혈압은 240/ 110mmHg까지 올라 있었고, 심장 좌측이 정상보다 크게 확장된 반면, 수축기능은 정상인의 3분의 1 정도로 떨어졌다. 또 망막의 혈관이 부분적으로 파열되었으며 콩팥 기능도 저하돼 있었다. 모두 고혈압 때문에 나타난 증상이다.

    S씨는 즉시 입원치료에 들어갔다. 얼마간 혈압치료 후 회복세를 보이던 그에게 갑작스런 언어마비 및 우측 반신마비를 동반한 뇌경색이 발병했다. 입원 1주일 만이었다. 다행히 입원중이어서 빠른 진단이 가능해 혈전용해술 등으로 뇌경색은 거의 회복됐다. 만약 병원 밖에서 발병했다면 회복은커녕 생사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고혈압은 중년 이후의 주요 사망원인인 심장병, 뇌졸중 등의 원인 제공자다. 일반적으로 45세 이상 남녀의 약 30%에서 나타나며, 나이가 들면서 발생빈도도 급등해 70대의 50∼60%가 이 질병을 갖고 있다.

    현재 고혈압 인구는 성인의 20∼25%. 그중 자신이 고혈압 환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이들 가운데 적극적으로 고혈압을 치료하고 있는 사람은 5%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다른 나라의 사정도 마찬가지여서 미국의 경우 고혈압을 제대로 치료받는 환자가 전체 환자의 34%, 일본은 22%다.

    이렇듯 고혈압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뚜렷한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소리 없는 살인자(Silent Killer)’라는 별명처럼 고혈압은 환자 본인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합병증을 유발한다. 높은 혈압은 혈관과 장기를 손상시켜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망막혈관 파열, 대동맥 박리, 신부전 등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른다.

    다행히 간단한 혈압측정만으로도 고혈압의 위험경보를 조기에 접할 수 있고 설사 고혈압으로 진단받았다 해도 식생활 및 생활습관을 잘 관리한다면 20년은 더 살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무엇이 고혈압인가 : 120/ 80 정도는 기억해야정남식 교수(연세대 의대 심장내과)

    수축기 120mmHg, 확장기 80mmHg 미만이 정상

    우리 몸은 혈액순환에 의해 산소와 영양분이 조직 및 세포에 전달되고 이것이 에너지화해 살아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 심장이다. 심장은 폐쇄회로라 할 수 있는 체내에서 끊임없이 수축과 확장을 반복해 전신의 혈관에 혈액을 보낸다. 다시 말해 혈액을 순환시키는 모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왼쪽 가슴에 손을 대보면 규칙적인 심장박동을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이 심장의 움직임으로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을 내보내는 원동력이다. 심장이 혈액을 동맥 안으로 밀어낼 때 혈관 벽에는 압력이 가해지는데, 이를 수축기 혈압이라고 한다. 이후 혈관 밖으로 나간 혈액이 말초혈관 끝까지 전달되는데 이때를 이완기 혈압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혈압은 혈액이 혈관 속을 돌아다닐 때의 압력을 말한다.

    결국 우리 몸에는 심장이 펌프질해서 나온 혈액이 말초 세포 끝까지 전달되기 위해 아주 적절한 혈관 내 압력, 즉 혈압이 필요하다. 고혈압은 어떤 이유에서 혈압이 과도하게 올라가 혈관에 손상을 입히고 급기야 생명을 유지하는 장기에 손상을 입히게 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보통 인간의 혈압은 바닷속 생물에 비해 6배 정도 높다고 한다. 하지만 이 수치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변화한다. 예를 들어 어떠한 원인에 의해 혈관 벽이 원래의 유연성을 잃으면, 심장이 혈액을 밀어낼 때 혈관 벽에 가해지는 저항이 커져 혈압이 상승하게 된다. 심하게 긴장하면 혈관이 민감하게 반응하여 수축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혈압을 결정짓는 요소에는 혈관의 탄력성이나 저항이 있다.

    앞서 말했듯 혈압은 수축기 혈압과 확장기(이완기) 혈압으로 구분된다. 수축기 혈압은 심장이 수축하여 혈액을 내보낼 때 동맥 전체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흔히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하여 ‘최고혈압’이라고 한다. 반대로 확장기(이완기) 혈압은 심장이 다음 수축을 위해 혈액을 받아들이는 순간의 혈압으로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이 가장 낮다고 해서 최저 혈압이라 일컬어진다.

    최근 발표된 미국 고혈압합동위원회(JNC : Joint National Committee of Prevention) 7차 보고서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 120mmHg 미만, 확장기 혈압 80mmHg 미만을 정상적인 혈압수치로 분류한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 확장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는 고혈압에 속하며, 수축기 혹은 확장기 혈압 중 어느 한 쪽이 높게 나온다면 높은 쪽에 기준을 둔다.

    그렇다면 139/ 89mmHg는 안전하다고 볼 수 있을까. 최근 연구를 종합해볼 때 혈압이 120/ 80mmHg 이상으로 진행될 경우, 혈압에 의한 합병증이 점점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정상혈압은 120/ 80mmHg 미만이다. 120/ 80mmHg 이상 140/ 90mmHg 미만은 고혈압 전단계라고 정의하며, 이들에게도 매우 주의 깊게 정기적으로 혈압을 관찰하되 만약 140/ 90mmHg 이상으로 진행되면 적극적인 치료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2) 고혈압의 약물치료

    ‘침묵의 死神’ 고혈압, ‘핏대’ 다스리면 20년 더 산다!

    혈압약 중 하나인 ‘디오반’.

    모든 고혈압 환자는 혈압 정도와 약물복용 여부에 관계없이 반드시 생활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생활개선요법 이후에도 혈압이 120/ 80mmHg 이상이면 증상에 관계없이 혈압약을 복용하도록 한다. 약물요법은 한 가지로 시작하여 서서히 양을 늘리고 충분한 양에도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다른 약으로 바꿔보거나 다른 약을 추가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고혈압 자체만으로는 뚜렷한 증상이 없다 보니 혈압약 복용만으로 고혈압이 완전히 개선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놓는 환자들이 많다. 그나마 매일 제 시간에 혈압약을 복용하는 것이 귀찮아 임의로 건너뛰거나 혈압이 정상수치로 회복되면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혈압약은 매일 꾸준히 복용하고 혈압이 정상으로 회복됐다 하더라도 중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혈압약은 약효 지속시간에 맞춰 정기적으로 먹어야 하는데 특히 혈압이 급격히 올라가기 쉬운 오전 시간에 먹는 것이 좋다. 일반약처럼 반드시 식후에 복용하지 않아도 무방하나 공복이라도 매일 같은 시간대에 먹어야 한다.

    고혈압약은 1950년대 Thiazide 이뇨제가 개발된 이후 눈부신 성과를 거뒀고 지금도 계속 새로운 약제가 개발되고 있다. 현재 고혈압의 1차 약제로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된 약제는 이뇨제, 베타 차단제, 칼슘채널 차단제, ACE 억제제와 최근 개발된 ARB가 있다. 최근엔 혈압 강하는 기본으로 혈압 외 심혈관계 중요 장기의 보호와 대사작용의 호전에 중점을 두는 추세다. 고혈압 치료의 궁극적 목표가 심혈관질환 발생을 예방하고 치사율을 낮추는 데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혈압 치료뿐 아니라 장기 보호에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은 당연하다 하겠다.

    (1) 이뇨제(Diuretics)

    이뇨제는 신장을 통해 수분과 염분을 체외로 배설하는 것을 촉진한다. 고혈압 1기에 첫 약물로 많이 선택되며, 노인이나 염분 조절이 필요한 경우에 효과가 높다. 고혈압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 단독으로 쓰이기도 하나 순환 혈장량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으므로 다른 고혈압 치료제에 보조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뇨제 사용시에는 반드시 소금을 제한해야 한다. 부작용으로는 소변을 자주 보게 되며 (thiazide 계열과 루프 이뇨제에서는) 칼륨 소실이 일어나기도 한다.

    (2) 교감신경 차단제(Adrenergic Inhibitor)

    교감신경에는 혈관의 긴장상태나 심장의 박동 세기를 조절하는 작용이 있다. 이러한 신호는 신경과 신경이 연결되는 장소인 시냅스에서 신경전도물질에 의해 전달되며, 신경전도물질의 수용체에는 알파와 베타 두 가지가 있다. 교감신경 차단제는 이 알파 수용체나 베타 수용체에 작용하여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차단함으로써 교감신경의 작용을 억제해 혈압을 낮추는 약이다.

    베타 차단제는 혈압 강하 작용 외에 심장보호 효과가 있어 협심증이나 심부전 환자 치료에 많이 쓰인다. 부작용으로는 피로, 육체적인 운동능력 감소, 손의 냉증, 수면장애, 성생활 저조, 지혈증의 증가,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감소 등이 있지만 대체로 경미하다. 단, 기관지 수축 작용이 있기 때문에 천식 등 호흡기질환에 베타 차단제를 사용하면 악화될 수 있다.

    알파 차단제는 혈압을 낮추는 작용 외에 전립선과 방광의 긴장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노인 등 전립선 비대 증상이 있는 고혈압 환자에게 좋다. 그 외에 베타 차단제와 달리 심장에 억제적으로 작용하지 않아 신체 활동을 저해하지 않고 혈청 지질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다.

    그렇지만 이 약물을 처음 복용하거나 오랫동안 먹어온 경우라도 앉았다 일어날 때는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으며, 자세의 움직임으로 혈압이 변화한다. 따라서 이 약물은 처음에는 저용량으로 처방하고 취침 전 복용하도록 해야 한다. 약물에 적응이 되면 처방에 따라 서서히 약물을 늘린다. 다른 부작용으로는 두통, 빈맥, 오심과 쇠약감이 있다.

    (3) 직접 혈관확장제(Direct Vasodilators)

    직접 혈관확장제는 강력한 약물로, 다른 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아 치료가 어려운 고혈압에 주로 사용된다. 이 약물은 말초혈관에 직접 작용하여 혈압을 낮추며, 단단하고 폭이 좁은 혈관벽의 근육에 작용하여 직접 혈관을 확장시킨다. 혈압이 떨어짐에 따라 반사적으로 체액이 축적되고 심장박동수가 증가하므로 대개 이뇨제나 교감신경 차단제를 같이 사용한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므로 협심증, 심근경색증 환자에게 사용해서는 안 되며 다른 혈압약으로 혈압 조절이 안 될 때에만 추가한다. 그밖에 위장계의 문제, 어지럼증, 두통, 코 충혈, 눈의 부종과 털이 많이 자라는 부작용이 있다.

    (4) 칼슘채널 차단제(Calcium Channel Blocker)

    칼슘채널 차단제는 혈관과 심장의 세포막 칼슘채널(Calcium Channel)에 작용하여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낮춘다. 혈관 선택성이 좋고 강압 효과가 우수하여 널리 사용되며 노인 고혈압의 뇌졸중 예방 효과가 좋다. 비(非)DHP계 칼슘 차단제는 혈관에 대한 작용은 약하고 심장의 박동수 및 수축력을 억제하는 작용이 강한 약으로서 협심증과 맥이 빠른 부정맥의 치료에 쓰인다. 변비, 두통, 빠른 심장박동, 발진, 발과 하지의 부종, 눈두덩이 부종 등의 부작용이 있다. 심장 수축력이 감소할 수 있으므로 심부전 환자에서는 사용상 주의를 요한다.

    (5)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 억제제)

    ACE 억제제는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renin-angiotensin-aldosterone)이라는 혈압을 올리고 체내 염분과 수분을 축적시키는 시스템을 억제하여 혈압을 낮추는 약제다. 고혈압 환자에서 심장과 신장에 대한 보호작용이 있으며 심부전과 신부전에도 도움이 된다. ACE 억제제는 약 20~30%의 환자에게서 마른 기침을 유발하는데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젊은이보다는 노인에게서 더 흔하다. 계속되는 기침으로 다른 약물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신장기능에 장애가 올 수 있으며 여성의 경우 임신중이거나 임신을 계획한다면 기형아나 사산의 위험이 있으므로 사용을 피해야 한다.

    (6)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ARB(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계 항고혈압제는 최근에 개발된 고혈압 치료제다. 우리 몸(주로 심장, 신장, 혈관 등)에 존재하는 안지오텐신(Angiotensin II)이라는 물질은 각종 심혈관계 질환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생성된 안지오텐신이 AT1(Angiotensin I) 수용체에 붙으면 혈관을 수축시켜 고혈압을 유발하고 산화적 스트레스, 염증, 심혈관계 리모델링을 일으켜 각종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 반면 안지오텐신이 AT2(Angiotensin II) 수용체에 붙으면 혈관을 확장시키고, 염증을 줄여주며, 조직을 재생시키는 등 우리 몸에 유익하게 작용한다.

    ARB계열 항고혈압제는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AT1 수용체는 차단하고 AT2 수용체는 차단하지 않는다. 이런 선택적 작용 기전에 따라 ARB계 약물은 혈압을 두 자릿수 이상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심장, 신장, 혈관 등 장기 보호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입증되어 미 식품의약국(FDA)이 디오반과 같은 약물 적용증에 심부전 치료를 추가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의 연구를 통해 ARB계 약물이 새로운 당뇨병 발생을 억제하고 당뇨병 및 만성 신장질환에 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으로 경미한 마른 기침, 어지럼증, 저혈압, 피로, 설사, 고칼륨혈증, 현기증 등이 있으며, ACE 억제제와 마찬가지로 임산부는 사용할 수 없다.



    한국인 고혈압의 맞춤치료

    고혈압은 생활습관에 따라 장기적으로 합병증이 나타나거나 악화될 수 있는 병이다. 평소 생활습관이 어떠한가에 따라 고혈압에 의한 신체적 손상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인은 일반적으로 짜고 매운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이 있다. 매운 음식은 고혈압과 별 관계가 없지만, 염분은 유발 요인이 된다. 우리 음식은 맛을 내기 위해 염분을 많이 넣는 데다 김치나 젓갈류처럼 밑반찬 가운데 절인 음식이 많고 된장, 탕 종류에도 염분이 많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음식 섭취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은 고혈압의 발생 위험이 대단히 크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엔 어릴 때부터 염분과 기름기가 많은 패스트푸드를 즐기고, 직장과 가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찾지 못해 술과 담배를 찾는 사람이 늘고, 평균수명 증가로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것도 고혈압이 계속 늘어나는 주된 요인이다. 이렇듯 고혈압을 유발하기 쉬운 한국인 고유의 습성과 생활습관에 따른 고혈압 환자 유형을 살펴보고 과연 나는 어디에 해당하는지,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생각해보자.

    [사례 1]

    53세 가정주부가 6개월 전부터 얼굴과 몸이 자주 붓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지하철 계단을 올라도 숨이 차는 증상이 지속되어 병원을 찾았다. 5년 전 고혈압 진단을 받고 혈압약을 복용했으나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젓갈, 찌개, 조림과 같은 짠 음식에 길들여진 입맛을 바꿀 수 없었다. 술과 담배는 즐기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인 특유의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이 문제가 된 경우다. 아무리 혈압약을 복용한다고 해도 저염식 식사습관이 지켜지지 않으면 대체로 고혈압 약물의 효과가 떨어진다. 이런 환자의 경우 저용량의 이뇨제가 효과적이다. 혹 이뇨제를 장기 복용하면 콩팥이 상하고 기운이 빠진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으나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 소량의 이뇨제는 이뇨 효과 이외에 혈압을 낮추는 중요한 작용이 있음이 증명됐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다른 고혈압 약제와 병용 투여시에 강압효과가 상승해 특히 짜게 먹는 사람의 경우 다른 고혈압제의 용량도 줄일 수 있어 장기적으로 이롭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뇨제를 과도하게 복용할 경우 이뇨제에 의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꼭 전문의의 처방을 받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이 환자의 경우, 가장 좋은 치료방법은 식습관을 바꿔 무조건 싱겁게 먹는 것이다. 이것만 실천해도 약의 용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으며 혈압도 정상혈압 범위로 낮출 수 있다.

    [사례 2]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 45세의 남자가 최근 6개월간 극도의 스트레스와 이틀에 한번 꼴로 생기는 접대와 회식 등의 술자리로 피로감이 늘었다며 병원을 찾아왔다. 최근엔 과음 과식으로 체중이 약 5kg이나 증가했으며,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쁘고 호흡이 힘들었으며 머리가 멍하고 집중이 안 되는 증상이 늘 따라다녔다고 한다. 3년 전에는 아버지가 고혈압으로 인한 뇌졸중으로 사망했는데 자신에게도 그런 전조증상이 나타난 게 아닌가 의심이 간다는 것이었다. 술은 1주일에 3, 4회 이상 과음했고 담배는 25세부터 하루 한 갑 반씩 피웠다고 한다.

    이 환자는 고혈압의 가족력과 복부비만이 있는 상황에서 직업적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또한 업무상 술을 자주 마신 데다 오랜 흡연으로 고혈압이 심화된 경우다. 따라서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휴가를 통해 정신적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휴가를 내기도 어렵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일시에 해결하기도 어렵다. 이 경우 우선 할 수 있는 것은 식사요법 중 적게 먹는 것. 물론 술과 담배를 끊고 하루에 2km 이상 걷는 등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체중을 5kg만 줄여도 혈압을 5mmHg 낮출 수 있다. 이렇게 식사요법과 운동을 6개월간 지속해본다. 그래도 혈압이 낮아지지 않으면 약물을 투여하도록 한다.

    [사례 3]

    73세 남자 환자가 병원을 방문했다. 평소 앉거나 누웠다 일어날 때 어지러운 증상이 잦았는데 지난밤에는 잠결에 화장실에 소변을 보러 가던 중 깜박 쓰러졌다고 한다. 젊은 시절에는 술과 담배를 즐겼으나 고혈압 진단을 받은 55세 이후엔 의사의 권고에 따라 멀리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혈압 수치가 좀처럼 조절되지 않아 현재 혈압약을 복용중이며 혈압이 170/ 70 mmHg을 유지하고 있다.

    나이가 듦에 따라 혈관이 탄력을 잃고 딱딱해지는데 이 때문에 수축기 혈압은 상승하고 이완기 혈압은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이런 현상을 일종의 노화현상으로 인식하고, 또 자신의 나이에 100을 더한 혈압이 정상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매우 잘못된 오해다. 수축기 혈압이든 이완기 혈압이든 어느 한 쪽만 높아도 고혈압에 속한다. 특히 노인성 고혈압에서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바꾸어 말하면 이런 환자에서는 이미 혈관의 변화가 많이 진행되어서 수축기와 이완기 압력의 차이가 큰 것이며 자칫하면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환자들은 혈관 내부에 혈액이나 수액의 양이 조금만 변해도 혈압이 수시로 변한다. 자세의 급격한 변화만으로도 혈압이 오르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앉았다 일어난다든지 누웠다 일어날 때 중력 때문에 하지에서 혈액이 심장으로 잘 들어오지 못하여 심장에서 대동맥으로 나가는 혈액량이 급격히 감소, 혈압이 순간적으로 뚝 떨어지게 된다. 정상인도 간혹 이런 때 어지러움을 느끼지만 곧바로 몸에서 혈압을 감지하는 혈압수용체(센서)가 작동,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맥박과 혈압을 올림으로써 혈압의 하강을 방지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러한 반사 조건이 둔화되며 앞서 말한 것처럼 저혈압이 빨리 교정되지 못하고 오래 지속돼 어지럼증 또는 실신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가리켜 기립성 저혈압이라고 한다.

    이 환자처럼 잠자리에서 일어나 소변을 보러 가다 쓰러지는 기립성 저혈압은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 이 같은 현상이 자주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완전히 잠이 깬 다음에 서서히 일어나고 그 다음에 화장실에 가도록 유의해야 하며, 버스에 오르내릴 때, 오래 앉은 자세에서 일어날 때 등은 미리 준비운동을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혈압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종구 박사(이종구 심장내과의원 원장)

    Q 경쟁심이 강한 사람은 혈압도 높다?

    고혈압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자극받아 혈관수축 물질을 분비시키고 이로 인해 말초혈관의 부담이 커져 혈압이 상승한다. 따라서 야심 많고 공격적이며 경쟁심이 강하고 줄곧 시간에 쫓기는 성격을 가진 사람은 혈압도 높고 심장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Q 고혈압 환자가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위험하다?

    아니다. 혈압이 잘 조절되면 성생활엔 아무 지장이 없다. 물론 성관계를 시작하면 혈압이 올라가지만 사정 후 2분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혈압이 조절되지 않거나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 성관계의 위험성에 대해 주치의로부터 상담을 받아야 한다. 특히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이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일부 혈압약 가운데 발기에 장애를 주는 경우도 있다.

    Q 혈압을 얼마나 떨어뜨려야 하나.

    고혈압 환자의 목표 혈압은 정상혈압 120/ 80mmHg 아래다. 환자가 고령이라도 140/ 90mmHg 아래로 낮추는 것이 좋다. 또한 고혈압은 심장질환, 중풍 등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를 치료하고 금연하는 것이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만큼 중요하다. 이런 위험인자 유무에 따라 목표 혈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개인에 따른 목표혈압은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Q 고혈압약은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데…

    고혈압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 고혈압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단 고혈압이 생기면 평생 지속된다. 그러나 체중을 줄이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저염 식이요법을 철저하게 지키며 혈압이 충분히 내려가면 약물치료를 중단할 수도 있다. 약을 먹고 혈압이 잘 조절되더라도 약물을 끊으면 다시 혈압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Q 이완기 혈압과 수축기 혈압이 높은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나쁜가.

    수축기 혈압은 심장이 수축했을 때 생기는 최고 혈압이며 이완기 혈압은 심장이 완전히 늘어났을 때의 최저 혈압이다. 60세 이상에서는 수축기 혈압 이상이 더 위험하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수축기 혈압이 중풍과 심장병 발생에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다.

    Q 고혈압도 수술을 해야 치료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다른 질환, 예를 들면 신장이나 혈관질환, 내분비질환, 종양 등에 의해 2차적으로 생긴 고혈압을 2차성 고혈압이라고 하는데 일부 2차성 고혈압 중에는 수술을 받으면 완치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2차성 고혈압은 전체 고혈압 환자의 10% 정도로 적고 대부분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 고혈압이므로 대체로 고혈압은 수술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Q 집에서 재면 정상이다가 병원에서 재면 고혈압으로 나오는데 어느 결과가 정확한가.

    대개 병원에서 혈압을 측정하면 집에서 측정한 것보다 10~20mmHg 더 높게 나온다. 그러나 집에서 측정한 혈압이 계속 정상이었다면 이는 ‘백의(白衣) 고혈압’일 가능성이 높다. 간단히 말하면 의사 앞에서 긴장해서 혈압이 높아진 것이다. 이런 경우 정상인에 비해 위험성이 크게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가정용 전자 혈압계로 측정한 혈압은 영(0)점 조정이 된 경우 거의 정확하다.

    Q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위험하다는데 사실인가.

    저혈압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 대개의 경우 혈압이 낮은 사람이 더 오래 산다. 저혈압이 문제 되는 경우는 출혈, 심근경색증, 지나친 약제 투여 등으로 갑작스럽게 혈압이 내려갈 때다. 이런 경우는 뇌에 필요한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므로 현기증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평소 수축기 혈압이 90mmHg 정도를 유지하면서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 저혈압이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오해가 풀리기를 바란다.

    Q 혈압약을 먹으면 성기능 장애와 신장(콩팥)이 나빠진다는데….

    30년 전에 쓰던 약들 가운데 그런 부작용이 따르는 약이 있었다. 한 가지 약만 너무 많이 사용할 경우에도 그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약을 소량 복용하면서 여러 가지 약을 혼합하여 사용하면 이런 부작용은 거의 없다.

    Q 병원에서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혈압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혈압의 치료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혈압이 얼마나 높은지, 고혈압으로 인해 심장병이나 혈관질환이 생길 위험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판단해서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 특히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는 혈압이 정상이거나 심장이나 신장에 이상이 오지 않은 상태(고위험군 A)와 심장이나 신장의 이상 등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은 나타나지 않지만 당뇨를 제외한 심장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상태(고위험군 B), 그리고 이미 심장혈관계 질환을 갖고 있거나 당뇨가 있는 상태(고위험군 C)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아직 고혈압으로 인한 뚜렷한 합병증이 발병하지 않은 환자(고위험군 A, B)는 6∼12개월 생활습관을 개선하면서 그 변화 양상을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며, 의사의 처방에 따라 혈압약을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합병증이 나타난 경우에는 목표 혈압을 120/ 80mmHg 이하로 정하고 엄격하게 조절하는 것은 물론 생활습관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또한 심장 보호 효과 및 당뇨병 발생을 낮추는 등 부가적인 효과를 입증받은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특히 대동맥 박리증과 같은 합병증이 있는 고혈압 환자는 장독처럼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거나 화장실에서 변비 때문에 힘을 쓰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혈압을 높일 수 있는 행동을 절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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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의원에서 혈압을 측정할 때는 최소 5번 이상 측정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여부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혈압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는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혈압은 하루에도 수시로 변하고 변화하는 혈압의 모양에 따라 고혈압의 종류도 다르기 때문이다. 혈압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지 또는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인지를 파악해 고혈압인지 아닌지 확진한다. 따라서 고혈압을 정확히 진단받으려면 여러 번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아침 고혈압

    일반적으로 아침 기상 후엔 혈압이 올라가는데 수면시보다 50mmHg 이상 올라가면 ‘아침 고혈압’이라고 한다. 오전 시간대, 특히 아침에 자고 일어난 후 2∼3시간 내에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가 오거나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사람이 많은데, 갑작스런 혈압상승이 원인일 때가 많다.

    2) 백의(白衣) 고혈압(또는 진료실 고혈압)

    집에서 혈압을 재면 정상인데 병원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를 보면 긴장해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다. ‘백의 고혈압’은 고혈압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 20%를 차지한다. 특히 이완기 혈압은 정상인데 수축기 혈압만 높은 노인 고혈압 환자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여자 환자가 남자 의사에게 진찰받을 때도 백의 고혈압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가짜 고혈압이기 때문에 흥미로운 질환으로 여기고 간과하기 쉽지만, 나중에 고혈압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실제로 백의 고혈압 환자 90명을 대상으로 3개월 뒤 다시 혈압을 측정했더니 이중 52명이 고혈압으로 진행됐고, 나머지 38명만이 계속 정상혈압을 나타내 백의 고혈압을 고혈압의 전단계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백의 고혈압이 나타났다고 해서 강압제를 사용하면 불필요하게 혈압을 떨어뜨려 어지럽거나 온몸의 힘이 빠지는 등 환자에게 신체적·경제적 불편을 안겨주게 된다. 따라서 진료실에서 혈압을 측정할 때는 최소 5번 이상 측정하도록 하고, 가정용 팔뚝형 디지털 혈압계를 사용하여 130~135/ 85mmHg 이하면 혈압이 정상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약물투여는 신중히 해야 한다.

    3) 야간 고혈압

    일반적으로 수면 중에는 낮과 달리 혈압이 내려간다. 그런데 주간에 활동할 때보다 수면시에 혈압이 더 올라가거나 일정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야간 고혈압’으로 볼 수 있다. 고혈압이 심해져 합병증이 발생했거나 자율신경이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 신장이나 호르몬의 이상으로 고혈압이 생긴 경우 야간 고혈압이 나타난다.



    원인불명 고혈압, 위험인자 제거가 살길정남식 교수(연세대 의대 심장내과)

    대부분이 본태성 고혈압

    고혈압에는 크게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本態性) 고혈압과 다른 질환에 의해 혈압이 상승하는 2차성 고혈압이 있다. 보통 고혈압이라고 말하는 본태성 고혈압이 90∼95%를 차지하고, 2차성 고혈압은 5~10%에 불과하다. 본태성 고혈압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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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다한 염분 섭취는 고혈압의 원인이 된다.

    1) 본태성 고혈압의 원인

    다음과 같은 위험인자들이 고혈압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 위험인자는 매우 다양한데, 유전적 요인이나 인종적 차이처럼 불가항력적인 위험인자는 어쩔 수 없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줄일 수 있는 위험인자를 파악함으로써 고혈압을 예방할 수 있다.

    (1) 불가항력의 위험인자

    。인종 : 백인보다 흑인에게서 고혈압이 훨씬 많이 발생한다.

    。나이 : 나이가 들수록 혈압이 올라간다. 젊을 때 혈압이 정상이라고 해서 평생 정상혈압이라고 자신해서는 안 된다.

    。가족력 : 양친이 모두 고혈압이면 자녀의 약 80%가 고혈압이 되고, 양친 중 한 쪽이 고혈압이면 자녀의 25∼40%가 고혈압이 된다.

    (2) 노력 여하에 따라 줄일 수 있는 위험인자

    。비만 : 살이 쪄서 체중이 증가하면 혈압이 올라간다. 통계에 의하면 비만자는 정상인보다 고혈압 발병 확률이 3배 이상이고 당뇨병과 고지혈증 환자도 더 많다. 비만자가 체중을 4.5kg 정도만 감량해도 혈압은 상당히 떨어진다. 또한 10kg 정도 줄이면 염분 제한을 하지 않은 경우라도 혈압이 25/ 10mmHg 정도 내려간다고 한다.

    체중이 늘면 인슐린 분비량도 증가하는데, 인슐린은 체내에 물과 소금을 저장하려는 작용을 하며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 또 비만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지방분을 많이 섭취하는 경향이 있어 동맥경화증이 더 잘 생기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져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

    。운동부족 : 운동이 부족하면 살이 찌기 쉬워 그만큼 고혈압 발병 위험성도 커진다.

    。흡연 : 니코틴과 담배 속의 각종 유해물질은 혈관을 손상시켜 딱딱하게 만들고 고혈압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교감신경호르몬(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돼 혈압을 올리기도 한다.

    담배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는 산소 부족을 가져와 더 많은 피의 배달을 요구하게 된다.

    。염분 섭취 : 식생활에서는 소금의 섭취량이 문제가 된다. 하루에 20g 이상 섭취하는 사람은 고혈압에 걸리기 쉬운데, 이는 염분이 혈관을 수축시키고 말초혈관의 저항을 높이기 때문이다.

    。염분에 대한 과민반응 : 소금을 먹으면 인체는 물의 배출을 줄여 체내 소금 농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려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이런 반응이 지나쳐 염분을 조금만 섭취해도 다량의 물이 체내에 고이게 된다. 즉 피의 양이 늘어서 혈압이 높아지는 것.

    이런 사람은 염분에 대한 과민반응이 있는 경우로, 전체 고혈압 환자의 약 3분의 1이 이것과 연관되어 있다.

    。알코올 과다 섭취 : 하루 서너 잔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고혈압이 생길 위험이 크다. 장기간 과도하게 알코올을 섭취하면 궁극적으로 혈압 수축과 저항을 유발하여 고혈압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 :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내에서 교감신경호르몬(아드레날린)의 분비가 늘어나 혈압이 상승한다. 아드레날린은 혈압상승작용뿐 아니라 교감신경 흥분작용 등 여러 가지 작용으로 고혈압 이외에도 우리 몸에 많은 해를 끼친다.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고혈압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스트레스에 의해 일시적으로 고혈압이 생길 수 있고, 다른 일반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혈관을 손상시킬 수 있다.

    。추운 날씨 : 우리 몸이 차가운 공기와 접하면 체온의 발산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한다. 수축한 혈관은 혈액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해 혈압을 상승시킨다. 따라서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은 여름보다 겨울에 많다.

    2) 2차성 고혈압의 원인

    어떤 원인질환 때문에 나타나는 고혈압이 2차성 고혈압이다. 달리 말하면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고혈압이다.

    2차성 고혈압은 전체 고혈압의 5∼10%에 불과하며 원인을 제거하고 나면 그 뒤로는 고혈압에 시달리지 않는다. 따라서 혈압이 올라간 원인을 찾고 가능하다면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나이 든 사람에 비해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서 2차성 고혈압이 흔하게 나타난다.

    2차성 고혈압의 원인으로는 신장질환(만성 신부전, 신혈관성 고혈압 등), 심혈관성 고혈압(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좁아질 때 발생하는 고혈압), 내분비계 질환, 대동맥 협착증, 약물 등이 있다.

    。신장질환-만성 신우신염, 급성 및 만성 사구체신염。내분비 질환-갑상선 기능 항진증, 갑상선 기능 저하증, 갈색종, 말단비대증,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신경계 질환-다발성 신경염。심혈관계 질환-대동맥 협착。약물복용-과음。급성 스트레스。기타-납중독

    고혈압의 증상 : 무증상이 위험신호정남식 교수(연세대 의대 심장내과)

    ‘침묵의 死神’ 고혈압, ‘핏대’ 다스리면 20년 더 산다!

    스트레스는 일시적으로 고혈압을 발생시켜 혈관 손상을 가져온다.

    증상은 개인차 크다

    대부분 고혈압 자체로는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평소 아무런 증상도 느끼지 않다가 갑자기 사망하거나 심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아 고혈압은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린다.

    고혈압의 증상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심해 혈압이 매우 높아도 아무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혈압이 조금만 상승해도 심한 자각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느끼는 증상만으로 고혈압의 진행 정도를 파악할 수는 없다.

    1) 두통

    혈압이 높고 특히 가속성 고혈압(급격히 악화되는 고혈압으로 혈압상승이 극심하고 망막 출혈이 생기며 혈뇨를 동반)일 때는 특히 아침에 통증이 심하고 낮에는 가라앉는 ‘박동성 후부 두통’을 경험한다. 즉 심장이 뛸 때마다 머리를 세게 내리치는 듯한 두통을 겪게 된다.

    시력장애를 동반하는 악성 고혈압의 경우 두통이 극심하여 신속하게 혈압을 내려야만 통증이 해소된다.

    그러나 긴장성 두통은 전형적인 고혈압성 두통과는 달리 주로 업무가 쌓이는 오후에 아프고 뒷머리의 지끈거리는 듯한 통증과 어깨근육 통증을 호소하나 간혹 감별이 어려울 때가 있다.

    2) 심부전

    고혈압이 오래 지속되면 심장은 높은 압력을 이기면서 혈액을 내보내기 위해 엄청난 일을 하게 되고 심장벽이 받는 긴장을 줄이려 심장벽이 두꺼워진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어 한도를 넘은 후에도 혈압이 정상으로 회복되지 못하면 심장수축기능 부전증에 빠져 심장성 호흡 곤란증을 겪게 된다. 조금만 걷거나 언덕을 올라가도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 고무줄을 늘여놓으면 빨리 삭아서 탄력을 잃어버리는 이치와 같다. 중등도의 혈압상승으로는 좌심부전이 일어나지 않으나 악성 고혈압에서는 심부전에 빠지되 혈압을 내리면 바로 회복된다.

    3) 신장(콩팥) 증상

    고혈압은 특히 신장의 미세한 혈관을 망가뜨림으로써 신사구체에 경화증을 일으켜 신장기능을 떨어뜨린다. 이는 환자 자신도 전혀 모르는 사이에 진행되기 때문에 늦게 발견되면 돌이킬 수 없는 신부전증이 발생해 결국 인공혈액투석을 받는 처지가 된다.

    중증 고혈압 환자의 경우 때로 야간뇨, 드물게는 혈뇨가 나타나며 가속성 고혈압 또는 악성 고혈압인 경우 수주일 내지 수주 사이에 신부전이 발생하며 사망에 이른다.

    4) 중추신경계 증상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면 고혈압성 뇌증을 일으켜 졸음, 의식 혼미, 혼수와 경련을 일으킨다. 뇌동맥경화가 진행중이면 뇌혈관 사고에 의하여 심한 두통, 혼미, 혼수, 경련, 시력 장애, 보행 및 언어장애 등을 일으킨다. 뇌졸중은 동맥경화로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급격한 혈압상승으로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 많으며, 심장 내부에서 혈전(피떡)이 떨어져 나와 뇌혈관이 막히는 경우도 간혹 있다.

    많은 환자에서 치명적인 뇌손상의 전조증상으로 일시적인 의식의 혼미, 마비, 언어장애 등이 발생했다가 24시간 내에 소실되는 일과성 뇌허혈 등이 나타난다. 이는 매우 중요한 경고증상이므로 즉시 전문의의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

    무서운 합병증 :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당뇨오병희 교수(서울대 의대 순환기내과), 정명호 교수(전남대 의대 순환기내과), 유규형 교수(한림대 의대 순환기내과), 김기식 교수(계명대 의대 순환기내과)

    ‘침묵의 死神’ 고혈압, ‘핏대’ 다스리면 20년 더 산다!

    오병희 교수

    합병증이 환자 수명 20년 좌우

    고혈압이 무서운 것은 합병증 때문이다. 체내 혈압이 올라가면 뇌, 심장, 신장 등 중요한 신체 장기에 손상을 초래하여 수명이 단축된다.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인 혈관 손상의 정도는 장기가 손상된 정도로 알 수 있다. 뇌, 심장, 신장(콩팥), 눈 등이 주로 손상되며 이를 ‘표적장기손상’이라고 한다.

    합병증은 고혈압 자체에 의한 합병증과 고혈압에 의해 2차적으로 동맥경화가 촉진되어 일어나는 합병증으로 나눈다. 전자에는 악성 고혈압, 심부전, 뇌출혈, 신경화, 대동맥질환 등이 있으며, 후자에는 관상동맥질환, 급사, 뇌경색, 말초혈관질환 등이 있다. 또 신장도 손상을 입게 된다.

    평균적으로, 고혈압을 조절하지 않은 환자는 정상인보다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할 위험성이 3배나 높으며 심부전은 6배, 뇌졸중은 4배나 높다.

    1) 고혈압과 협심증 : 오병희 서울대 의대 순환기내과 교수 인터뷰

    -협심증이 무엇인가.

    “협심증은 심장근육이 필요로 하는 피와 산소의 양에 비해 공급되는 양이 모자랄 때 생기는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말한다. 관상동맥의 지름이 정상 혈관의 50% 이상만 돼도 협심증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름이 정상치의 50% 이하로 줄어들면 협심증 초기 증상이 나타나고, 10% 이하로 좁아지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종종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고혈압이 있으면 협심증이 생기나.

    “고혈압 환자 중 50%는 관상동맥이 손상 받는다. 관상동맥질환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질환을 총칭하는 것으로 협심증과 심근경색으로 대표된다. 고혈압이 있으면 협심증이 생길 확률이 매우 높다.”

    -협심증의 증상은 어떤가.

    “협심증 환자들은 대개 ‘가슴이 아프다’ ‘뻐근하다’ ‘쥐어짠다’ ‘답답하다’는 증상을 호소한다. 이런 증상은 보통 가슴 한가운데서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양쪽 팔이나 목, 입으로 전이될 수 있다. 통증이 시작되면 보통 3∼10분 이어지는데, 30분 이상 계속되면 협심증보다 심근경색일 가능성이 높다.”

    -협심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있나.

    “협심증은 서구에서는 감소 추세에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급사의 원인이 되는 관상동맥경화증을 예방하기 위해 고지혈증, 고혈압, 흡연, 비만, 운동부족, 당뇨, 스트레스 등 위험인자를 줄여야 한다. 올바른 혈압관리는 협심증 예방의 1차 필요조건이다.”

    2) 고혈압과 심근경색증

    심근경색이란 협심증이 일어난 이후 어느 순간 심장에 산소와 영양을 전달하는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혈류가 중단됨으로써 그 부분의 심장벽, 즉 심장근육의 일부분이 썩는 병이다. 가장 큰 원인은 관상동맥의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협착이나 폐색으로, 심근경색증 환자의 대부분에서 볼 수 있다.

    심근경색증에는 심장의 일부가 급격히 썩어 환자의 30% 이상이 사망하는 급성 심근경색증과 일단 썩은 부분이 원상태로 회복되지 않아 이것이 흉터로 남는 진구성(오래도록 흔적이 남은) 심근경색증이 있다.

    심근경색증은 이렇다 할 전조증세 없이 갑자기 발병하는 것이 보통이나 환자의 10∼50% 정도에서는 사전에 가슴 통증이 나타난다. 이것을 경색 전 협심증이라 부르며, 보통은 경색 발생 전 24시간 이내에 발생하나 때로는 수일 전 또는 수주 전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보통 협심증과 같아 심근경색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심전도 소견, 발열, 백혈구 증가 등은 없다. 이러한 경색 전 협심증은 어디까지나 경과를 보고 심근경색증이 발생한 후에야 붙일 수 있는 명칭으로서 사전에 알기는 곤란하므로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침묵의 死神’ 고혈압, ‘핏대’ 다스리면 20년 더 산다!

    협심증 환자의 관상동맥 조영술 소견

    심근경색증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혈전에 의한 경우, 교통사고와 같은 충격에 의한 경우, 색전증에 의한 경우 등이 있다. 급성 심근경색증은 갑자기 발생하여 환자의 약 3분의 1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고 병원에 입원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해도 사망률이 10%에 달해 인간의 병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경색증, 쇼크, 고혈압, 심부전증, 당뇨병, 계속되는 심근경색증이 있으면 예후가 나쁘다고 할 수 있다.

    고혈압은 심부전, 관상동맥 질환, 뇌졸중, 말초혈관 질환을 포함하는 동맥경화로 인한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다. 이중 급성 심근경색증은 고혈압의 가장 중요하고 위험한 합병증이다.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약 3분의 1에서 고혈압의 기왕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고혈압과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불량한 예후 사이의 상관관계는 여러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즉 심근경색증 이전과 이후의 고혈압이 심근경색증 이후의 예후와 음(陰)의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1997년 1월부터 1999년 12월까지 전남대병원 심장센터에 입원하여 1차적 관상동맥 중재술을 시행받았던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 177예(59.7±9.7세, 남 : 여=141 : 36명)를 대상으로 고혈압 병력 유무에 따라 정상혈압군(58.7±9.9세, 남 90, 여 19)과 고혈압군(60.5±9.3세, 남 51, 여 17)으로 분류하고, 양군 사이에 임상적 및 관상동맥 조영술상 특징 및 양군에서 1개월, 6개월, 12개월 생존율을 관찰한 결과 고혈압군에서 관상동맥 중재술시 심인성 쇼크가 많았고, 관상동맥 중재술 후 1개월 생존율이 정상혈압군 97.2%, 고혈압군 89.7%였으며 6개월 생존율은 정상혈압군 97.2%, 고혈압군 88.2%였다. 12개월 생존율은 정상혈압군 95.4%, 고혈압군 83.8%로, 고혈압군에서 눈에 띄게 낮았다.

    이처럼 고혈압은 심근경색증의 중요 위험인자이고 심근경색증 환자의 불량한 예후와 명백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3) 고혈압과 심부전

    심부전이란 심장 기능이 저하되어 충분한 혈액량을 내보내지 못해 나타나는 증세를 말하며, 심장질환의 합병증 혹은 말기증상으로 발생한다. 심부전증의 생존율은 원인질환에 따라 다르지만 국내 연구에 의하면 1년 생존율이 70∼87%, 2년 생존율이 61∼83%로 암질환에 버금갈 정도로 낮다.

    심장의 주요기능은 심장에 혈액을 채우고 비우는 펌프질이다. 그런데 심장질환이 있으면 펌프의 기능이 약해져서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량을 온몸으로 충분히 전달하지 못해 몸이 요구하는 만큼의 혈액량을 내보낼 수 없게 되며, 이때 여러 가지 증상(호흡곤란, 피로감, 폐울혈, 하지부종 등)이 나타나게 된다. 이를 심부전이라 한다.

    심부전을 일으키는 원인에는 고혈압, 심장 판막증, 선천성 심장질환, 심근경색 등과 같이 심장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심장 질환이 포함된다. 또한 심낭염, 갑상선 기능 항진증, 폐경색, 만성 폐질환, 동맥경화증, 부정맥, 요독증, 빈혈, 감기 등의 질환이나 혈액 중의 산소, 칼륨, 칼슘 등의 부족으로도 심부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심장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심근이 수축하여 혈액을 뿜어내고 전신을 순환시키는 펌프(수축기) 작용이다. 또한 심근이 확장하여 심장 내 혈액을 채우는 확장 기능이 있다. 심장에 혈액을 채우고 비우는 기능에 장애가 생기면 심장 좌측의 압력이 상승하여 폐정맥 압력이 올라가 폐에 물이 차기 시작한다. 이를 폐울혈이라고 하며 더 심해져 폐부종이 되면 폐 전체가 물에 빠진 결과를 가져와 환자가 호흡하기 매우 힘들어지고 폐에서 산소교환이 되지 않아 인공호흡기 치료를 요한다.

    그 작용이 불충분하면 심부전을 일으키는데, 심부전의 경우 심박출 작용에 장애가 발생해 심장에서 혈액의 송출이 불충분해지고 그 때문에 말초조직 기관에서 혈액순환이 감소하여 세포내 효소와 탄산가스의 교환이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 조직기관의 기능이 저하되어 여러 가지 장애가 일어난다.

    뇌에서는 산소부족으로 어지럽거나 졸리고 심하면 의식장애를 일으킨다. 폐에서는 폐울혈이나 폐부종으로 호흡곤란이 발생하며, 신장 내의 혈류량 감소로 신장 기능이 저하되어 사구체의 여과량이 감소하고 수분이나 염분이 충분히 배설되지 않아 혈액 중에 염분이나 수분이 축적돼 부종이 생긴다. 또한 심장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혈류가 감소하고, 빈맥이 발생하여 심근허혈로 협심증이 발생할 수도 있고 심장의 비대나 확장이 악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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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혈압으로 인한 심부전이 심해져 폐부종이 발생하면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하다.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장에 부담을 주어 심장벽이 두꺼워지고 심장이 커진다. 어느 정도까지는 견딜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 기능이 떨어져 체내에 필요한 혈액량을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심부전 발생률이 정상인보다 4배 더 높다. 움직일 때 숨찬 증상이 나타나고, 운동능력이 떨어지며, 심부전이 더 진행하면 폐에 물이 차는 폐부종이 발생할 수도 있다.

    (1)심부전의 증상

    。운동하거나 계단을 오를 때 호흡곤란이 생기나, 편히 쉬면 호전된다(누우면 숨이 차서 앉아 있어야 할 정도면 응급상황이다)。갑작스러운 몸무게 증가 : 1∼4일 동안 0.9∼2.2kg 증가。복부 및 하지 부종(식욕이 떨어지고 소화가 안 된다)。가래 없는 잦은 기침, 마른 기침, 반복되는 헛기침(밤에 누우면 기침이 더 심해진다)。극도의 피로감

    (2)심부전의 검사

    。심장 X-레이 검사。심전도 검사。심초음파 검사。혈액검사

    4) 고혈압과 당뇨

    누구나 고혈압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라면 고혈압은 더 흔히 발생한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의 약 3분의 2가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동맥경화 및 심장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로 두 질병 병발시 심장질환 발병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고, 인체의 굵은 혈관이나 작은 혈관에서 죽상동맥경화의 발생률이 증가한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고혈압을 방지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행해야 한다.

    만약 고혈압이 발생했다면 조기에, 그리고 집중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있어 혈압 조절은 아주 중요하다. 고혈압은 중풍이나 심장질환 및 신장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눈 질환을 더욱 악화시킨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혈압을 일반인보다 더 낮게 유지해야 한다.

    고혈압은 제1형 당뇨로 진단된 사람과 같이 신장 손상을 겪는 경향이 있다. 당뇨와 고혈압이 동반 발생한 사람은 당뇨만 생긴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 관상동맥질환, 신장질환으로의 발전 위험이 더 크다. 또한 당뇨와 고혈압은 뇌졸중 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키는데 당뇨는 뇌졸중의 위험을 2∼4배, 고혈압은 6배 정도 증가시킨다. 더불어 당뇨병과 고혈압은 말기 신장질환으로 진행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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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으로 심장에 부담을 준 상태에서 심장의 상태와 혈압을 관찰하는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

    따라서 고혈압과 당뇨가 동반한 환자의 치료 목표는 고혈압 환자보다 더 엄격해야 한다. 혈압 목표치를 130/ 85mmHg 이하로 정하고 혈압과 혈당 수준이 조절될 때까지 매일 모니터해야 한다.

    실제 이제까지 시행된 많은 연구에서 두 질병이 공존할 때 혈압을 더욱 철저히 조절함으로써 장기적인 사망률과 다른 합병증의 발병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많은 약제가 고혈압 치료에 이용되고 있는데, 특히 인슐린을 맞는 환자들은 혈당조절을 방해하는 약제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뇨제의 경우 체액량을 줄여주고 몸에서 염분을 빼주지만 일부 약제는 혈당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고혈압 환자의 혈당을 높이는 대표적인 제제는 베타 차단제다. 베타 차단제는 혈관에서 아드레날린의 효과를 차단함으로써 혈압을 낮춰준다. 하지만 아드레날린이 차단되면 저혈당을 경고하는 증세가 나타나지 않고 인슐린 반응이 심해져서 저혈당으로 의식을 잃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부작용이 인슐린과 베타 차단제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 약제는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치료에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인슐린을 사용하는 환자들이 많이 쓴다. 그러므로 두 가지 약제를 같이 쓸 경우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유심히 살펴야 한다. 만약 문제가 있으면 다른 약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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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혈압 합병증인 당뇨로 인해 괴사가 나타난 환자의 발.

    최근에 개발된 고혈압 치료제는 혈압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부작용이 적고 심장보호 효과 및 당뇨 발생률을 감소시키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개발된 ARB(Angiotensin Receptor Blocker) 계열 약물은 새로운 당뇨의 발생률을 감소시키는 등 신장 및 심장 보호 효과가 밝혀져 관심을 모은 바 있다.

    5) 그 외의 합병증

    (1)뇌졸중(중풍)

    뇌졸중(중풍)은 고혈압의 합병증 중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혀 발생하며, 고혈압 환자의 경우 정상인보다 7배 정도 더 발생한다. 그동안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수축기 고혈압과 확장기 고혈압 모두 성이나 연령에 상관없이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 등의 허혈성 뇌혈관질환과 뇌혈관이 터지는 출혈성 뇌혈관질환을 유발할 위험요인이며, 이완기 혈압이 105mmHg 이상인 사람은 76mmHg 이하인 사람보다 뇌혈관질환 발생 위험도가 10∼12배 높다.

    (2)부정맥

    고혈압은 심방세동 등의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는데, 특히 심부전이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40% 정도에서 심방세동이 병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방세동은 뇌졸중(중풍)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다.

    (3)신(腎)기능 저하

    고혈압이 장기간 계속되면 신장의 모세혈관이 높은 압력에 손상돼 결국 노폐물을 배설하는 기능을 잃어버리고, 나중에는 신부전이 와서 빈혈,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4)고혈압성 망막증

    고혈압성 망막증이란 망막의 모세혈관이 높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 출혈하는 것으로 망막 기능을 상실해 시력이 떨어지고 결국은 실명하게 되는 무서운 합병증이다. 그러나 이 질환은 치명적인 지경에 이르기까지는 별다른 자각증상이 없으므로 2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는 게 좋다. 고혈압이 있다면 6개월∼1년에 한 번씩 검진을 받도록 한다.

    (5)대동맥 박리증

    인간의 혈관은 세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고혈압 환자의 혈압이 갑자기 상승할 경우 ‘대동맥’이라는 우리 몸의 가장 큰 혈관의 내막이 찢어질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가슴에 심한 통증이 오는데 혈압 강하제를 사용하여 신속히 혈압을 낮추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예방 및 치료 : 바른 생활습관이 약효 배가시킨다정남식 교수(연세대 의대 심장내과), 안태훈 교수(가천의대 길병원 순환기내과), 박창규 교수(고려대 의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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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은 고혈압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1) 고혈압의 예방

    잘못된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생활개선요법은 혈압의 강하뿐 아니라 고혈압 약제의 반응을 향상시키며 심혈관계 질환의 유병률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혈압 환자의 경우 비약물 치료(생활개선요법)가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고혈압합동위원회 7차 보고서는 체질량지수(BMI)를 25 이하로 낮추고 과일을 포함한 채소류를 주로 섭취하되 포화지방의 섭취는 제한하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염분 섭취량은 하루 6g 이하로 줄이고 특히 음식이나 기타 식품에 첨가되는 염분의 양을 10년 이내에 반으로 줄이도록 권장하고 있다. 또한 매일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하며 과량의 음주(20ml 이상의 에탄올)를 삼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1) 간편한 유산소 운동을 즐겨라

    운동은 안정상태나 활동할 때 혈압과 맥박의 강하 효과를 가져온다. 또 체중 감소,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HDL)의 증가, 스트레스 해소 등의 부가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고혈압 환자에게는 강한 힘을 필요로 하는 역도, 턱걸이, 팔굽혀펴기 등과 같은 무산소 운동보다는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줄넘기 등 유산소 운동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조깅을 할 때는 목표 심장박동수를 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고혈압 환자에겐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하므로 구기종목과 같이 상대방과 경쟁해 승부를 가리는 운동은 삼가야 한다.

    운동의 종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운동의 강도. 운동강도는 심장박동수를 이용하여 결정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데, 운동시 최대 능력의 40∼60%가 적당하다. 초기에는 15∼45분 정도 운동하다가 차츰 적응되면 1시간 정도까지 늘리도록 한다. 운동 빈도는 주 3∼5일이 적당하다. 이렇게 1주일에 3일, 하루 1시간씩 꾸준히 운동하면 6∼8주 후면 혈압 강하 효과가 나타난다.



    (2) 담배를 끊어라

    흡연은 일시적으로 혈압을 올릴 수 있지만, 흡연 자체가 지속적으로 혈압상승 작용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과도하게 흡연하면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이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혈압상승을 초래할 수 있고, 혈액응고, 혈중지질의 변화, 세동맥 확장의 감소 등 심혈관계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게 된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흡연을 하면 아무리 혈압을 잘 조절하더라도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피할 수 없게 된다.

    (3) 절주를 명심하라

    알코올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혈압이 올라가고 혈압약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알코올을 하루 30ml 이상 섭취하면 경증 고혈압의 빈도가 3~4배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알코올을 매일 35∼40ml 이상 마시던 사람이 음주량을 80% 줄이면 1∼2주 내에 혈압이 5mmHg 이상 떨어진다. 하루 알코올 섭취 허용량은 20ml 이하(맥주 1병, 소주 2잔). 여자와 체중이 가벼운 사람은 허용량의 반만 섭취하도록 한다.

    (4) 비만에서 탈출하라

    체중이 늘면 고혈압 위험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합병증도 유발되기 쉽다. 특히 복부비만은 그 원인에 관계없이 당지질대사 장애나 혈관벽이 비대해지는 동맥경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고혈압을 예방, 치료하기 위해서는 음식섭취량을 줄이고 적절한 운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체중을 1kg 줄이면 혈압이 1.6∼1.3mmHg 떨어진다.

    (5) 음식은 싱겁게 먹어라

    고혈압 환자의 식사요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염분 섭취량.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루 소금 섭취를 6g 이하로 줄여야 한다. 참고로 소금의 경우 작은술 절반, 진간장은 작은술 하나, 된장·고추장은 큰술 절반, 마요네즈는 두 큰술에 염분 1g이 함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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