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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합병증 투병 개그맨 이용식

“우황청심환만 믿지 말고, 가슴 아프면 병원부터 찾으세요”

  •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고혈압 합병증 투병 개그맨 이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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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합병증 투병 개그맨 이용식
“아무생각도 없었어요. 외동딸 시집가는 날 손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갈 때까지는 어쨌든 살아야 한다는 것밖에….”

‘뽀식이’ 이용식(李龍植·52)씨는 8년 전 일을 잊지 못한다. 1997년 5월, 회식을 마친 다음날 아침 목욕탕에서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긴 송곳으로 가슴을 찌르는 듯한 엄청난 고통이 엄습했다. 숨을 들이마시기조차 힘들었고, 온몸은 이내 땀범벅이 됐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은 2주 전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어머니 역시 2년 전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터였다.

문득 자신에게도 심근경색이 닥쳐왔다고 직감한 이씨는 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서울 홍은동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달려갈 수 있었다. 마침 이씨가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 홍보대사로 활동한 까닭에 두 병원간 연락도 잘 이뤄져 이씨의 응급조치 준비 시간이 단축될 수 있었다. 앰뷸런스에 실려가는 도중 이씨는 온몸의 힘이 빠지는 가운데서도 의식만은 남아 있었다고 한다.

지방 갈 때는 병원 위치부터 챙겨

“인간이 이렇게 떠나는 거구나 하는 허무감과 공포에 사로잡혔어요. 한 번만 더 삶의 기회를 달라고 하나님께 빌고 또 빌었죠. 그런데 앰뷸런스가 사이렌을 울리는데도 앞차들이 어찌나 비켜주질 않던지…. 지금도 저는 방송에만 나가면 운전자들에게 앰뷸런스 길 좀 터주라고 신신당부해요. ‘지금 거기 바로 당신 가족이 타고 있을 수도 있다’면서.”



응급실에 도착한 이씨는 곧바로 수술실로 옮겨졌다. 수술 받다가 죽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에 안절부절못하는 이씨의 귀에 그를 진찰하던 심장내과 전문의의 속삭이는 듯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용식씨, 오늘이 녹화 날인데 왜 여기 누워 있는 거요?”

그 전문의가 바로 지금껏 이씨의 주치의를 맡고 있는 연세대 의대 심장내과 정남식(52) 교수다. 그날 녹화할 프로그램의 담당PD가 공교롭게도 정 교수의 친동생이었던 것. 하늘이 도운 인연이라 생각하니 그때부터 다소 안심이 됐다고 한다.

당시 관상동맥(심장혈관) 스텐트 삽입술(Stent Insertion·좁아진 혈관 부위에 볼펜심 스프링 모양의 금속 그물망인 스텐트를 넣어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을 통해 좁아진 혈관을 넓힌 그는 ‘하늘이 다시 한 번 삶의 기회를 준 것’이라 여기고 이후 각종 환자들을 위한 선행활동을 꾸준히 펼친 끝에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29일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쓰러져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당시는 혈압이 높은지조차 몰랐어요. 심근경색이 고혈압의 합병증인 줄도 전혀 몰랐죠. 건강검진 한 번 안 받았고, 그때까지 아픈 증상도 없었으니까요. 지금은 제 몸 상태에 대해 나름대로 ‘베스트(best)’라 생각해요. 가끔 가슴이 편치 않고 기분이 찜찜할 때가 있는데 그건 불안해서 그런 것 같아요. 스텐트 삽입술을 받고 나서 3년 가량은 불안증세가 심해 지방공연이나 야외녹화를 나갈 때면 비상약은 물론 심장내과가 개설된 인근 병원의 위치와 전화번호, 의료진 등의 정보를 미리 확보하고 있어야 안심이 되곤 했어요.”

그뿐인가. 한때 이씨는 저녁 무렵 가슴이 좀 뻐근하다 싶으면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부리나케 달려가곤 했다. 열대여섯 번은 족히 갔는데, 막상 거기서 5분 정도만 있으면 괜찮아졌다고 한다. 그게 다 불안증세 때문이었다는 얘기다.

이씨가 고혈압과 심근경색을 앓게 된 원인은 무엇보다 가족력이 있는 데다 비만 탓도 컸다. 그는 쓰러지기 전까지 끼니마다 기름진 음식과 맵고 짠 음식을 즐겼다.

“솔직히 짜고 매운 건 제 전문이에요. 라면을 끓이는 법부터 다르죠. 물이 끓으면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요. 그럼 물이 뻘개지잖아요. 거기에 면과 스프를 넣고 청양고추와 후춧가루까지 넣어요. 그게 제대로 된 맛이지.”

게다가 혈액형이 A형이라 그런지 시청자에게 비치는 모습과는 달리 무척 스트레스를 잘 받는 편이라고 한다. 방송에 들어가기 전 ‘스탠바이’ 한마디에도 항상 긴장하는데 누가 조금이라도 싫은 소리를 하면 보름 정도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성격도 예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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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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