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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北核비상

北 ‘핵 보유 선언’ 결정 메커니즘

‘강석주 팀’ 8개월 사전분석 ▶외무성·인민군 총참모부 난상토론 ▶ 서기실 집중검토▶ 국방위 최종 보고

  •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연구소장 yoohy@korea.com

北 ‘핵 보유 선언’ 결정 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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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미국 대표단이 방북하기 보름 전에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은 일본인 납치 사실을 시인하고 해결을 약속함으로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파격적인 사태진전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당시 북한의 대내외적 환경과 정책흐름을 볼 때 경제난 해소를 위한 고육지책이자 새로운 정책전환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어찌 보면 김정일 외교의 또 하나의 승리로 기록될 만한 사안이었다. 당시 김 위원장을 배석한 유일한 인물이 강석주 부부장이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물론 강 부부장이 2002년에도 이와 똑 같은 맥락에서 농축우라늄을 통한 핵개발계획을 고백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한은 이후 우라늄 농축을 전면 부인했고 6자회담에서도 그 같은 계획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농축우라늄에 의한 핵개발은 제네바합의 등 각종 합의의 위반으로 그에 따른 모든 책임과 부담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일본인 납치시인과 동일한 사안일 수 없음을 뒤늦게 깨달았을 수도 있다. 또는 자신을 무시하고 적대시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을 상대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혹은 새로운 관심대상으로 부상하기 위해 취한 행동이었지만, 이후 농축우라늄계획 추진실적이 미미한 수준이어서 안팎으로 문제가 복잡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농축우라늄과는 별도로 핵 동결 해제를 선언하고 공개적으로 플루토늄을 추출함으로써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조금 다르게 해석해야 옳을 것이다. 이는 추후 미국과의 협상에 대비하는 동시에 핵무기를 보유하는, 즉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전략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북한은 농축우라늄에 의한 핵개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동시에, 플루토늄을 통한 핵개발은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한 억제력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해왔다. 즉 협상을 통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핵 억제력 확보를 위한 행보를 지속해온 것이다.

이미 존재가 노출되어 있는 8017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핵개발은 제네바합의가 사실상 파기된 상황에서 추진되었다. 따라서 이를 동결하고 폐기하는 것은 그에 따르는 보상을 전제로 협상할 수 있는 문제이고, 반대로 추출된 플루토늄을 통해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면 이는 핵 억제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였다.

‘침묵의 8개월’은 선언 준비기간?



북한의 이번 핵 보유 선언은 앞서 살펴본 북한의 그간 입장이 극적으로 반전된 것이나 다름없다. 평양의 최고 정책결정 메커니즘을 통해 미루어 볼 때, 이러한 반전은 외무성이 그동안 열린 세 차례의 6자회담의 득실을 분석한 결과에 기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됨으로써 북한의 기존전략이 더 이상 먹혀 들지 않을 것이라는 절박한 상황인식 또한 배경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분석에 따라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핵 보유 선언에 앞서 나름대로 국제정세를 분석하고 자체역량에 대해 치밀하게 사전검토하는 작업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3차 6자회담이 종료된 후 8개월 가까이 회담에 응하지 않은 반면 사태를 악화시키는 행동도 거의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이 시기는 면밀한 준비단계였던 것이다.

이 준비단계 동안 북한은 줄기차게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주장해왔다. 미국의 북한인권법 발효와 대북제재에 관련된 각종 조치에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내부적으로는 탈북자 단속 등 체제결속을 강화하는 새로운 방어벽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치들 역시 사전검토 및 준비단계에서 파생한 것이었다.

사전검토 과정에서 이라크 사태의 진전과 리비아의 극적인 정책전환은 북한이 이번 핵 보유 선언을 결정하는 데 주요변수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라크 사태는, 국제사회에 제한적으로 협력해왔던 사담 후세인 정권이 결국 무력으로 붕괴되고 독재자 후세인과 측근 추종세력이 궤멸되는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북한이 선택할 여지를 더욱 좁혔다. 반면 리비아처럼 체제는 보존하면서 정책을 완전 변경하는 방안은, 리비아와 유사점보다는 차이점이 많은 북한 처지에서 선택하기 어렵다는 결정이 내려진 듯 하다.

결국 미국의 주장대로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폐기하고 주변국의 경제지원을 통해 경제회생을 도모하는 것은 트로이 목마와 같이 체제붕괴를 가속화하는 독약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미국이 당장 이라크에서처럼 전면적인 공격을 감행할 수 없는 현 시점을 택해 극단적으로 핵 보유 선언을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핵 국가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다면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핵을 체제연장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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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열 고려대 북한학연구소장 yoohy@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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