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홈페이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재미있었지만, 연예인 X파일 사건이 터진 뒤로는 비공개나 친구 공개로 해놓습니다.”
미니홈피 꾸미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김미숙(33)씨는 연예인 X파일 사건 이후 자신의 홈페이지가 모르는 사람에게도 보여질 수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께름칙해졌다. 아무나 와서 보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이 작성한 글의 조회수가 높아지면 마치 자신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처럼 생각했다는 김씨는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라도 홈페이지를 관리해야겠다고 말했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한 사건이 종종 신문에 오르내리는 것만 봐도 인터넷에서의 사생활 보호는 더 이상 유명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인터넷 인구는 보급 10년 만인 2004년에 3000만명을 넘었다. 10명 중 7명이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직 인터넷 문화는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 익명성에 기댄 악플(악의성 리플)과 개인정보 유출, 인터넷 사기, 게임 중독, 사이버 성폭력 등 인터넷의 부작용이 판을 치고 있다. 연예인 X파일 역시 이런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사이버 명예훼손, 성폭력 상담센터(www.cyberhumanrights.or.kr)에는 옛 애인이 자신의 실명과 전화번호 등을 공개하면서 선정적인 문구를 올리거나 민망한 사진을 올려 사생활을 침해당했다는 상담 사례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접수된다. 경찰청의 사이버테러 대응센터(www.ctrc.go.kr)에 접수되는 신고도 주로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관련된 내용이다.
인터넷의 역기능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부와 사회는 여전히 네티즌 탓만 하고 있다. 그나마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올 초 ‘깨끗한 인터넷 구현을 위한 실천강령’을 제정하고 관련 업계에 자정 운동을 펼치는 게 전부다. 연예인 X파일처럼 100여명이 사이버 명예훼손을 당했는데도 관련 법률이 없어 오프라인 명예훼손과 관련된 법을 따라야 하는 게 현실이다.
결국 현재로선 자신의 사생활은 자신이 지킬 수밖에 없다.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대표이사는 “보안 프로그램을 사용해 정기적으로 검사해 깨끗하고 안전한 컴퓨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에 앞서 무엇보다 남을 존중하는 마음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