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호

해발 700m 눈밭의 진미 평창 황태

겨우내 얼리고 녹인 노란 속살, ‘하늘’과 ‘사람’의 합작품

  •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

    입력2005-02-24 16:4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명태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는 생선이다. 수십 가지의 이름을 가진 명태 가운데서도 가장 윗자리에 황태가 있다. 술꾼들의 속풀이에 특히 좋은 황태는 눈(雪)의 고장 평창 횡계리의 모진 추위와 싱그러운 봄바람이 만들어낸다.
    해발 700m 눈밭의 진미 평창 황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한참동안 동쪽으로 달려도 차창 밖의 겨울 풍경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전날 영동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렸다는 뉴스를 듣고 길을 나섰는데도 고속도로변 야산에는 추레한 잔설만 희끗희끗했다.

    하지만 봉평터널을 거쳐 진부터널을 지나면서부터는 적설량이 눈에 띄게 많아 보였다. 싸리재의 완만한 오르막길을 지나고 마침내 평창군 도암면의 횡계 땅에 들어서자 마치 딴 세상처럼 눈부신 은세계가 펼쳐졌다.

    대관령의 아랫마을 횡계리는 강원도에서도 눈이 많기로 소문난 곳이다. 평균 해발고도가 700m대에 이르는 데다 백두대간의 험산준령에 가로막힌 눈구름이 주야장천(晝夜長川)으로 폭설을 퍼부어대기 때문이다. 그러니 횡계리를 비롯한 도암면 일대는 겨우내 사방천지가 온통 새하얀 ‘설국(雪國)’을 이룬다. 발길 지나는 곳곳마다 눈길이고, 눈길 닿는 곳곳마다 황홀한 설경이다. 마치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설국’의 한 장면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하다.

    평창군 도암면, 특히 면소재지인 횡계리 주민들에게는 풍성한 눈이 생업의 가장 큰 밑천이다. 인근에 국내 최대의 스키장이 들어선 것도, 올해로 13회째를 맞이한 대관령 눈꽃축제가 열리는 것도 유달리 많은 눈 덕택이다. 그러니 횡계리를 찾는 외지인의 수가 가장 많은 철도 겨울이고, 토박이들에게 가장 분주한 계절도 겨울이다.

    엄동설한의 겨울철에 횡계리로 몰려드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눈 구경하거나 스키 타러 오는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이 바로 명태이다. 한겨울에 횡계리로 들어온 명태는 겨우내 얼고 녹기를 되풀이하다가 봄기운이 완연한 3월경이면 노르스름한 황태로 변신해 이곳을 빠져나간다.



    실향민들이 덕장 ‘元祖’

    원래 황태는 함경도의 특산물이다. 그래서 남북분단 이후 한동안은 남한에서 황태를 맛보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6·25전쟁 당시 함경도 원산과 함흥 등지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이 1950년대 중반부터 횡계리에 황태덕장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곳이 황태의 본고장인 함경도 산간지방과 자연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황태덕장이 들어서려면 무엇보다도 기후조건이 맞아야 한다. 겨울철 평균기온이 영하 10℃ 안팎을 유지하고 일교차가 크며 바람이 잘 통할 뿐만 아니라 햇볕이 잘 들어야 한다. 또한 간간이 눈도 내려서 습도가 적당하게 유지돼야 한다. 오늘날 황태덕장이 들어선 평창 횡계리와 인제 용대리가 이런 기후조건을 갖췄다.

    황태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명태를 알아야 한다. 사실 우리 민족에게 명태만큼 친숙한 생선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전세계를 통틀어도 우리만큼 명태와 조기를 선호하는 민족이 없다고 한다. 특히 명태는 우리나라의 연근해에서 잡히는 바닷고기 가운데 그 이름과 쓰임새가 가장 다양하다.

    명태는 대구목 대구과에 속한다.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명태를 먹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명태’가 처음 등장한 문헌은 조선 효종 때의 ‘승정원일기’이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조선 중기에 함경도관찰사를 지낸 민모라는 벼슬아치가 명태라는 이름을 처음 붙였다고 한다.

    그가 함경도 명천군을 순시하던 도중 우연히 태(太)씨 성을 가진 어부의 집에서 음식을 대접받았다. 그때 먹은 생선요리가 너무도 맛있어 어부에게 그 생선이 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관찰사는 즉석에서 명천군의 ‘명’자와 어부의 성인 ‘태’자를 합쳐 ‘명태’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잡히는 지역, 잡는 방법과 시기, 크기, 가공상태 등에 따라서 명태를 부르는 이름은 제각기 달라진다. 어로 방법에 따라 망태(網太, 또는 그물태)와 낚시태로 나뉘고, 계절에 따라 춘태(春太), 추태(秋太), 동태(冬太) 등으로도 불린다. 일년 열두 달 가운데 어느 달에 잡혔냐에 따라 일태(1월에 잡힌 명태), 이태, 삼태, 사태 등으로 세분되기도 한다.

    함경도 지방에서는 초겨울 무렵에 회유하는 도루묵(은어) 떼를 뒤쫓아온 것은 은어받이, 동지 전후에 잡힌 것은 동지받이, 봄철의 마지막 어기(漁期)에 잡힌 것은 막물태라 이름 붙인다고 한다. 그리고 산란한 뒤에 살이 별로 없고 뼈만 남다시피 한 명태는 꺾태, 얼리지 않은 신선한 것은 생태(生太) 또는 선태(鮮太), 얼음덩이처럼 꽁꽁 얼린 것은 동태(凍太)라 일컫는다.

    흔히 ‘노가리’라 부르는 명태 새끼는 외태, 애태, 애기태 등으로도 불린다. 그리고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잡은 것은 지방태, 러시아 근해나 북태평양의 먼바다에서 잡은 것은 원양태로 불린다. 지방태 중에서도 함경도 연안에서 잡은 것은 왜태(倭太), 강원도에서 잡은 것은 강태(江太)로 구분된다. 강태 가운데 고성군 간성 앞바다에서 잡은 것은 특별히 간태(桿太)라 불리기도 한다.

    해발 700m 눈밭의 진미 평창 황태

    해동한 명태의 배를 갈라 내장을 긁어내는 할복작업을 마친 뒤 물에 씻어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는 사실만으로도 명태에 대한 우리 민족의 애정과 집착이 얼마나 강한지를 짐작할 수가 있다.

    명태는 살코기뿐만 아니라 머리, 내장, 알, 아가미 등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는 ‘완전식품’이다. 머리는 생태맑은탕이나 동태국의 시원한 국물 맛을 내는 데에 빼놓을 수 없다. 알과 내장은 명란젓과 창란젓으로 가공되어 사람들의 입맛을 돋운다. ‘서거리’라고도 불리는 아가미는 젓갈을 담거나 ‘서거리깍두기’로 만들어 먹는다. 그리고 곤지는 단백질과 인의 함유량이 많지만 지방은 적어서 해물탕이나 동태찌개에 넣으면 맛이 한결 구수해지고 영양가도 높아진다.

    오늘날 국내산 명태, 즉 지방태는 거의 씨가 마르다시피 한 실정이다. 지방태의 거점인 고성군 거진항은 명태잡이철만 되면 돈과 사람이 몰려들어 흥청거리곤 했지만, 이제는 흘러간 옛이야기가 됐다.

    ‘豊漁’는 옛이야기

    고성군 통계에 따르면 명태 어획량은2000년 1024t에서 2001년에 62t으로 급감했다가 2002년에 304t, 2003년에는 341t으로 다소 늘었으나 지난해에는 72t으로 급감했다. 이러다 보니 수협을 통한 위탁판매량도 미미한 실정이다. 올해(2월2일 현재) 들어서는 11두름(한 두름은 20마리), 금액으로 치면 100여만원 어치밖에 팔지 못했다. 명태 위판을 맡은 고성수협 대진지소 직원의 말이 절절한 하소연으로 들렸다.

    “명태잡이로 먹고사는 이 지역 어민들은 다 죽을 지경입니다. 이제 금강산 육로관광도 하고 남북교류도 활성화된 상황이 아닙니까? 그러니 남북어로협정 같은 것을 맺어 입어료(入漁料)를 내고서라도 북한 수역에서 명태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마련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지방태는 거진항의 생태탕 전문점에서도 구경하기 어렵다. 그곳조차 북한이나 일본에서 수입한 명태로 생태탕을 끓여낸다. 사실 황태용 명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원양태를 써왔다. 러시아 등지에서 꽁꽁 얼려진 채 수입된 명태는 할복장으로 옮겨진 뒤 찬물에 24시간쯤 담가서 해동시킨다.

    해동된 명태의 배를 갈라 내장을 긁어내는 할복작업은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내장의 어느 하나도 버릴 것이 없으므로 알, 창자, 애, 곤지 등이 손상되지 않게 칼질을 해야 제값을 받는다. 내장을 모두 긁어낸 명태는 두 마리씩 턱에 끈을 꿰어 물에 씻은 다음, 영하 30℃에서 15~20시간 가량 다시 얼린다. 명태 할복작업 전문업체이자 직접 황태도 생산하는 서종산업 함동호(51) 사장은 그 까닭을 이렇게 말했다.

    “요즘에는 옛날보다 기온이 따뜻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할복한 명태를 바로 덕장에 걸었을 때 날씨가 춥지 않으면 명태가 약간 상해서 황태의 품질이 떨어져요. 하지만 처음부터 얼린 상태로 덕대에 걸면 천천히 녹다가 다시 어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빛깔 좋은 황태가 됩니다.”

    강릉 주문진항 부근의 공동할복장에서 할복작업을 거쳐 냉동된 황태는 차에 실려 대관령 너머의 횡계리 황태덕장으로 옮겨진다. 대체로 주문진항에서 할복작업을 한 명태는 횡계리 덕장으로 실려가고, 고성 거진항에서 할복작업이 이뤄진 것은 인제군 용대리 덕장으로 실려간다.

    황태덕장 마을인 횡계리는 1리부터 13리까지 모두 13개 마을로 이뤄져 있다. 그중 해마다 덕장이 들어서는 곳은 5리와 8리뿐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할복과 세척작업을 모두 냇가에서 했기 때문에 덕장은 대부분의 송천 주변에 자리했다. 그러나 덕장에서 건조작업만 이루어지는 요즘에는 냇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새로 들어선 황태덕장도 여러 곳이다.

    횡계 읍내에서 용평리조트로 가는 도로변에 위치한 삼신황태(033-335-5041, www.d-ht.co.kr)를 찾았다. 평안도 출신의 실향민이라는 주인 유성준(82)씨는 처음에 황태덕장의 일꾼과 관리인을 하다가 30여년 전부터 직접 황태덕장을 운영하는 화주(황태의 주인)겸 덕주(덕장 주인)이다. 하지만 “돈은 많이 들고 이문은 적어서” 전체 덕장의 30% 가량만 직영하고 나머지는 주문진의 화주에게 빌려준다고 했다.

    명태 값은 오르는데 황태 값은 떨어져

    “명태 값은 해마다 오르는데 황태 값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떨어져요. 아시다시피 지방태는 구경하기도 어려울 만큼 귀해졌고, 우리나라 배가 직접 원양에 나가서 잡아오는 양도 적은데다 수입 쿼터까지 줄어들어 원양태 값이 점차 비싸지고요. 거기에다 지금은 횡계나 용대리에서 덕장을 하던 사람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직접 황태덕장을 운영합니다. 중국은 인건비가 엄청나게 싸잖아요. 몇 해 전에는 러시아 사람들이 여기까지 와서 덕장 만드는 방법을 보고 갔습니다. 동태만 팔게 아니라 직접 황태를 만들어 팔겠다는 생각인가 봐요. 그렇게 해서 값싼 황태가 수입되니 해가 갈수록 이 일도 어렵습니다.”

    해발 700m 눈밭의 진미 평창 황태

    황태덕장은 겨울철 평균기온이 영하 10℃를 유지해야 할 정도로 기후조건이 까다롭다. 3월 중순부터 거둬들인 황태는 황태찜이나 황태국(오른쪽 아래)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유혹한다.

    덕장의 3분의 1만 채우는데도 한 해 수억 원의 목돈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데도 명태를 황태로 만들어서 얻는 이익은 20% 정도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박한 편이다. 그래도 유씨는 ‘대한민국 최고의 황태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남달라 보였다. 더군다나 이 일을 하면서 신문, 잡지나 방송 등에 얼굴 사진이 나간 덕택에 6·25전쟁 때에 함께 피란을 내려왔다가 헤어진 뒤로 수십 년 동안이나 만나지 못했던 동생을 찾는 행운도 찾아왔다.

    요즘 들어 황태는 여러 가지 명태 중에서도 윗자리를 차지할 만큼 귀물(貴物)이 됐다. 하지만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황태는 ‘망태’라 불리며 북어처럼 홀대를 받았다고 한다. 명태를 바닷가에서 한 달 가량 말린 북어는 겉모양이 막대기처럼 딱딱하고 몸 빛깔도 거무튀튀하다. 게다가 국을 끓이면 황태처럼 진하고도 깊은 맛이 나질 않는다.

    반면에 황태는 산간지방의 눈과 바람, 그리고 햇볕을 맞으며 숙성, 건조된 것이다. 기온이 영하 15℃ 이하로 내려가는 밤에는 꽁꽁 얼어붙었다가 낮에는 따스한 햇볕과 맑은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녹는다. 이렇게 한겨울부터 이른봄까지 서너 달 동안이나 얼고 녹기를 되풀이하다보면, 속살이 노랗게 변하고 솜방망이처럼 연하게 부풀어오른 황태가 만들어진다.

    황태는 최종 건조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건조기간 내내 날씨가 너무 추워서 색깔이 하얗게 된 것은 ‘백태’, 반대로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색깔이 검어진 것은 ‘먹태(흑태)’ 또는 찐태라고 한다. 몸통이나 머리에 흠집이 생기거나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은 ‘파태’, 아예 머리가 없어진 것은 ‘무두태’로 불린다. 그리고 내장이 미처 제거되지 않은 것은 ‘봉태’, 덕장에 널려 있다가 땅에 떨어진 것은 ‘낙태’라고도 한다.

    제대로 건조된 황태는 꼬리 부분을 손으로 꺾으면 ‘딱’하는 소리를 내며 부러진다. 물론 좋은 황태를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다. ‘황태는 하늘과 사람이 7대3으로 동업한다’고 할 만큼 기후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겨울철 내내 따뜻한 날이 계속되면 수분이 모두 빠져서 ‘깡태’가 되고, 날씨가 도와주기만 하면 황태 가운데서도 최상품으로 치는 ‘노랑태’가 된다.

    황태의 맛은 북어나 명태와 사뭇 다르다. 더욱이 콜레스테롤이 거의 없고, 간을 보호하는 아미노산 등의 유익한 성분이 함유돼 있어 숙취해소의 효과가 탁월하다. 특히 황태는 단백질 함량은 56%로 높고 지방은 2%에 불과한 ‘고단백 저지방 영양식품’이다. 또한 산에서 캔 더덕과 육질이 비슷하고 약효가 좋다고 해서 ‘더덕북어’라고도 불린다.

    ‘더덕북어’로 불리기도

    황태는 대체로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 사이에 덕장에서 거둬들여 원래 모양을 그대로 살린 통황태, 납작하게 펼친 황태포, 노란 속살을 잘게 찢어놓은 황태채 등으로 포장된다. 싸리나무 줄기로 통황태의 코를 꿰는 작업을 ‘관태’라고 하는데, 몸집이 큰 것은 10마리, 작은 것은 20마리씩 꿴다. 횡계리의 농특산물직매장이나 건어물 상점을 찾아가면 각종 황태 제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황태덕장을 찾았으니 본고장의 황태요리를 맛보지 않을 수가 없다. 마침 횡계리에는 황태회관(033-335-5795), 송천회관(033-335-5943) 등 전국적으로 소문난 황태요리 전문점이 몇 군데 있다. 대개 황태는 구이나 찜, 해장국으로 조리된다. 물에 알맞게 불린 황태에다 갖은 양념을 해서 구우면 고들고들한 황태구이가 되고 황태와 콩나물, 버섯 등에다 갖은 양념을 해서 쪄내면 쫄깃하고 담백한 맛의 황태찜이 된다. 그리고 뽀얀 국물에다 솜처럼 부푼 황태살을 넣고 끓인 황태국은 술꾼들의 속풀이에 그만이다.

    맛 좋고 영양가 높은 황태국과 황태찜을 맛보고 나면, 횡계리의 모진 삭풍조차 맑고 상쾌하게 느껴진다. 속이 따뜻하니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도 죄다 그림 같다. 그래도 눈의 고장 횡계리만의 독특한 정취를 보여주는 풍경은 역시 눈 덮인 황태덕장이다.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도 겨울날의 스산함과 매서운 추위가 잊혀질 만큼 서정적이다.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아득한 시절에 즐겨 부르던 가곡 ‘명태’(양명문 시, 변훈 작곡)의 노랫말이 입안에 맴돌았다.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중략)…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 늦게 시를 쓰다가 쐬주를 마실 때/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짜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