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 데이, 로즈 데이…. 사랑타령이 시작되는 3월이 다가온다. 하지만 ‘하루 평균 490쌍 이혼’ ‘가족해체’ 등 아찔한 말들이 난무하는 것 또한 우리의 현실. 모든 관계의 기본인 사랑을 재론하지 않을 수 없다. 아름다운 성취를 목표로 한다면 사랑도 비즈니스처럼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우리 시대 ‘최고사랑경영자(CLO)’로 꼽히는 5명의 전문가가 사랑경영 비법을 들려준다. [편집자]
“나부터 사랑하라”고 강조하는 리더십 강사 유리타.
홍콩에 거주하는 리더십 교육 전문가, 유리타(한국명 유희준·47)씨. 그를 보고 있으면 ‘어쩌면 저렇게 밝고 긍정적이며 행복할까’ 싶어 질투심이 생길 정도다. 하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그는 남과 자신, 환경과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불만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유란 이유를 다 갖다 붙이며 불행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살았다.
“결국 행복과 불행, 평화와 불안 그 모든 것이 내 안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았어요. 나 스스로 만들어낸 것들이라는 거지요.”
생각이 곧 운명이라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이 말하는 팔자니 운명이니 하는 것의 고향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 10여년 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명상이 깨달음을 주었다.
말이 그렇지, 누군들 자신을 사랑하고 싶지 않으랴. 그 간단한 명제도 누구에게나 적용가능한 방법론이 제시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처음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적용하기 시작했을 때, 방법은 단 하나였어요. 그저 바라보는 것이죠. 내 마음을, 내 생각을, 내 감정을요. 내 생각을 바라보았고 그 생각을 바라보는 내 자신을 바라보았지요. 그 생각이 나를 힘들고 우울하게 할 때는 마음을 비우거나 생각을 바꿨습니다.”
스스로에게 관대하라
그 과정에서 그가 자신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이런 것들이다.
“너는 완벽해! 네가 무슨 일을 해도 그건 실수가 아니야. 실수하면 또 어때? 다음에 하지 않으면 되잖아.”
“다른 사람이 너를 어떻게 평가하든 네 존재에선 아름다운 빛이 흘러나와. 넌 지혜와 자비의 눈빛을 갖췄고, 깬 자의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어.”
효과는 아주 강력했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했다. 자신을 타일렀다. 용서했다. 그리고 놓아주었다.
“너는 잘할 수 있어! 너는 너니까, 누구랑 비교할 필요 없어. 하지만 네가 바라는 역할모델이 있다면 그의 장점을 알아보고 모방해도 좋아.”
그가 제시하는 방법으로 우리도 자신을 사랑하는 길에 들어설 수 있다.
먼저 스스로에게 관대하라.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그가 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그를 인정하는 것이듯, 나를 사랑한다는 것 또한 타고난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나는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왜 이런 말을 할까 하는 편견 없이 무조건 자신을 받아들이세요.”
아집과 편견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켜라.
“깨달은 자들은 말합니다. 이 세상의 어떤 사람도 바꿀 수가 없다고. 내 자식일지라도 바꾸려 하지 말라고. 하지만 내가 먼저 그들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꾼다면 원하지 않아도 그들은 스스로 바뀝니다. 그러면 나와 다른 사람의 관계가 좋아지고 나와 자신과의 관계 또한 편해집니다. 내가 편해지면 나를 사랑하는 일은 더욱 쉬워집니다.”
수시로 자신과 대화하라.
“사회적인 규범의 수준이 아닌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의 기준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마음에 안 드는 스스로의 말과 행동을 꼬집어내며 책망하는 일을 당장 그만두세요. 그리고 스스로를 타일러보세요. 괜찮아, 다 괜찮아, 이렇게요.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말하든 모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하는 일은 모두 모래성이다. 어른이라면 누구나 안다. 물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쉽지 않기에 그것을 이룬 사람에게는 많은 것이 돌아간다. 승자의 몫은 얼마나 크던가.
작가 김낭“‘독’ 되는 사랑과 ‘득’ 되는 사랑은 한끝 차이”
“제대로 사랑하기”를 설파하는 작가 김낭.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면서 수도 없이 혀를 차고 분노했던 건 무작정 남자에게 목을 매는 여자들의 몽매한 사랑 때문이었다. 왜 그들은 그토록 자신을 헌신짝처럼 버리면서 남자를 사랑해야만 하는지, 왜 사랑을 각자의 인생에 독이 되게 만드는지 안타까웠다.
“흔히 남자와 여자는 바람과 사자로 비유됩니다. 남자의 사랑은 바람과 같아서 언제나 새로운 곳을 찾아 떠돌지만, 여자의 사랑은 사자와 같아서 머물 곳이 필요하다는 거죠. 사랑에 집착하는 것이 어찌 여자뿐이겠습니까만, 유독 여자만 그런 것처럼 비쳐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겁니다.”
사랑의 방법에 있어 남녀간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남자는 사랑을 통해 자신을 완성해가지만, 여자는 사랑을 통해 상대를 완성하려 한다. 그 상대를 거울삼아 자신을 보려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명확한 근거를 들어 해명할 수는 없지만 모든 여자가 침묵 속에 공감하는 심리적 기저라고 작가는 짐작한다. 독이 되는 사랑과 득이 되는 사랑은 한끝 차이. 도대체 어떻게 다를까.
“독이 되는 사랑이나 득이 되는 사랑이나 그 시작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관계가 진행됨에 따라 그 간격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벌어지지요. 득이 되는 사랑의 불꽃은 서로에게 입김을 불어넣어 상생의 길을 열지만, 독이 되는 사랑의 불길은 나를 소진시키고 상대에게 지독한 화상을 입힙니다.”
상생과 화상
보다 큰 차이는 그 사랑 속에 자리하고 있는 나의 존재 여부다. 사랑이 지극한 경지에 오르면 우리는 나와 상대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어떤 잣대로도 가늠할 수 없는 절대적 순간이다. 그러나 그 순간 자아해체라는 매우 위험한 상황을 겪는다. 이 놀라운 경험을 성숙하게 확대하면 득이 되는 사랑을 얻고, 자아를 잃고 새로운 경험에만 집착하면 독이 되는 사랑의 나락에 빠지는 것이다.
김낭씨는 결혼을 앞둔 후배들에게 늘 같은 조언을 건넨다. “결혼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사회에서 맡은 프로젝트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성실하고 완벽하게 달성해내는 여자가 의외로 ‘가정의 유지’라는 중요 과제는 쉽게 포기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뜨거운 사랑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초기의 격앙된 각성상태가 사그라들게 마련이다. 뜨겁던 열정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 남는 건 책임과 노력, 인내다. 미칠 듯이 희구하던 것을 가졌고 그 극치를 맛보았다면 그 대가를 아주 천천히, 그리고 지독하게 치러야 하는 것이다.
성교육 전문가 배정원“자존감과 위안을 주는 섹스는 만병통치약”
“사랑과 섹스는 운명적으로 함께한다”고 말하는 성교육 전문가 배정원.
그러나 성교육 전문가 배정원(43·행복한 성문화연구소 소장)씨는 우리가 원래 몸과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 만큼 사랑과 섹스는 운명적으로 함께한다고 말한다. 정신적인 사랑만으론 부족하고 섹스만으론 허전하다고 여기기에,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충만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섹스는 심리적인 위안과 함께 감각적 즐거움을 안겨주는 행위예요. 그래서 몸만도 마음만도 아닌 것이죠.”
섹스를 제대로 하려면 자신과 파트너의 성 건강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긍정적인 가치관이 있어야 하고, 수평적인 관계에서 비롯한 솔직한 대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사람들은 섹스를 할 때 ‘나는 사랑받을 만한 귀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으며 자존감의 성취를 경험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살에서 받는 위안으로 그 어떤 방법보다 강력하고 뿌리칠 수 없는 유혹입니다. 내가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죠.”
우리는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침대나 벽에 기대어 몸을 웅크리고 얼굴을 무릎에 묻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하는 건 피부끼리 접촉하는 면적이 넓을수록 심리적으로 위안을 받기 때문이란다.
“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무릎을 감싸 안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받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한다는 건 도대체 얼마나 큰 위안이겠어요?”
배 소장은 “남과 살을 비비고 입을 맞추며 쓰다듬고 포옹하는 섹스가 주는 위안이란 참으로 대단하며 경이적이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여기에 사랑한다는 고백이 더해진다면 섹스란 환상적인 감흥이 될 것이다. 그래서 섹스를 자주 하는 부부는 젊어 보이고 아름다운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의 섹스는 갖은 통증과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신진대사를 촉진합니다. 따라서 피부가 고와지고 윤기가 흐르며 월경주기도 정확해집니다. 사랑하는 이와의 섹스는 남성의 전립선 기능을 보호하고 여성의 질내 건강을 유지해줍니다.”
권태기 날리는 스킨십
섹스 테라피. 몸이 찌뿌드드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파트너와 만족스러운 섹스를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개운한 경험. 이것이 섹스가 주는 치유의 효과다.
마음이 먼저건 몸이 먼저건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면 무엇이 문제랴. 그러나 사랑한다는 말은커녕 서로 눈길을 나누는 일조차 현격히 줄어든 오랜 연인이나 부부에게 섹스가 포함된 스킨십-섹스 테라피는 요즘 말로 ‘강추’ 아이템이다. 배 소장은 그런 커플이야말로 더욱 자주 스킨십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랑이 시작되던 초기의 열정은 사라졌어도, 서로의 온기를 전하는 스킨십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끔 만듭니다. 이는 곧 ‘성숙한 사랑하기’로 진화합니다.”
그의 주장대로 이젠 업그레이드된 섹스를 즐겨보자. 섹스의 횟수나 시간을 늘리거나 테크닉을 개발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그가 나로 인하여 더 행복하기를 바라는 배려의 마음이 있어야 진정으로 업그레이드된 섹스를 경험할 수 있다.
‘젝시인러브’ 운영자 정현경“사랑은 배울수록 늘어나는 지적 자산”
“사랑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젝시인러브’ 운영자 정현경.
“사랑하기 위해 미리 무언가를 배우고 준비하기보다 사랑을 하면서 배워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핑크빛 사랑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실제로는 사랑하는 만큼 욕심이 생기고 상대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아집니다. 소유욕이 커지면서 상대의 숨통을 죄기도 하지요. 이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 사랑하는 자의 기본기와 사랑에 빠진 자의 처세술입니다.”
대학입시나 취직시험은 수년 혹은 십수 년간 준비해서 도전한다. 한 번 해서 안 되면 두 번, 세 번….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도한다. ‘운전면허시험에도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들이는데 정작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준비는 너무 소홀하지 않은가’ 하는 게 정 사장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사랑을 위해서 무엇을 배워야 하나. 무엇보다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정 사장은 말한다. 상대방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방치하면서 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여성이 많다. 하지만 스스로 망가지고 다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내가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를 사랑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사랑하라.
사랑과 집착, 구속의 차이를 배워라. 사랑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면 상대에 대한 지나친 바람과 욕심 때문에 힘겨워하는 경우가 많다. ‘늘 함께 있어야 하고, 늘 당신만 바라봐야 하고, 당신의 뜻에 맞추어야 하고….’ 이런 게 사랑이라면 차라리 말 잘 듣는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는 게 나을지 모른다. 라즈니시의 독설처럼 노예를 사랑하거나. 우리는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할 일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다. 각자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한 몫을 해내며 사랑을 알뜰히 가꾸어 나가는 것이 훨씬 더 전도유망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배워라. 그는 남자고 나는 여자다. 이처럼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도 왜 나처럼 생각하지 않고 나처럼 행동하지 않느냐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일 수 있겠는가. 뇌의 구조부터 행동방식 사고방식까지 남자와 여자는 전혀 다르다. 여기에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성격도 취향도 다르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르다는 것부터 인정하라. 다르기에 배울 점이 있고 다르기에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라는 것을 떠올려라. 그리고 냉정하게 생각해보라. 당신은 당신과 똑같은 남자 혹은 여자를 사랑하고 싶을 만큼 자신이 만족스러운가?
용서와 이해의 차이를 배워라. 상대와 나의 가치관이 달라서 싸움이 생길 경우, 싸움을 끝내는 방법으로 흔히 상대에게 져주거나 상대를 용서하는 방법을 택하는데 이러한 행동의 밑바탕에는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그릇된 생각이 깔려 있다. 이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덮어두는 것일 뿐 언젠가는 더 큰 분쟁의 씨앗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생긴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다른 것은 상대를 온전히 인정하는 것이고, 틀린 것은 상대를 고치거나 내가 져주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나와 성격이나 생각이 다른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상대와 나는 다를 뿐이지 누가 옳고 그른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밀고 당기기’의 기술
가까울수록 지켜야 하는 예의를 배워라. 날 사랑한다면 이런 것쯤 이해해야 하는 거 아냐? 사랑하는데 이런 투정 좀 받아주면 안 되나? 화 좀 냈기로 저렇게 오랫동안 삐쳐 있다니! 연애를 하는 남녀 모두가 적어도 한 번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기에 상대에게 함부로 하거나 무조건적으로 바라는 것은 가장 잘못된 연애다.
반대로 생각해보라.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상대는 더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지금 그가 토라져 있다면 당장 전화하고 화해하라.
밀고 당기기를 배워라. 사랑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정으로 모든 것을 다 바쳐도 아깝지 않은 것이지만 연애할 때는 모든 것을 다 주어서도, 자존심을 너무 세워서도 안 된다. 한 방향으로 기울거나 칼자루를 쥔 사람이 일방적으로 힘을 휘둘러서는 제대로 된 연애가 진행되지 않는다. 안타까움과 설렘, 아픔과 슬픔을 함께 겪어나가야 연애의 재미와 사랑의 행복을 맛볼 수 있다. 눈물도 사랑의 묘약이다.
“이제 사랑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대략 감이 잡히실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여전히 난감하죠? 한국의 학교 교육에 ‘사랑학’이란 건 존재하지도 않으니까요. 정자가 난자를 찾아가는 동영상을 단체 관람했던 게 고작 아닙니까. 사랑을 배운다는 표현조차 생경할 겁니다.”
사랑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사회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배울 곳이 없다. 고작해야 친구나 선배로부터 조언을 듣는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책이나 인터넷, 관련 업체의 오프라인 강좌, 사랑의 전화, 유료 사랑상담실, 정신과 상담 등 사랑을 학습할 다양한 방법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의사 이유명호“여자의 몸은 ‘명품’,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여자의 몸이 행복해야 사회도 즐겁다”고 말하는 한의사 이유명호.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운영위원으로, 여성정치인 경호운동본부의 회원으로, 여성장애인연합회 이사로 활동하고 월경 페스티벌 등 각종 여성행사에도 빠지지 않는 등 열성을 보인다. 그러나 그는 페미니스트보다 휴머니스트로 불리길 원한다.
그는 1주일에 두어 번 전국 각지를 돌며 여성의 건강과 양성평등을 주제로 한 강의를 펼치고 있다. 주된 테마는 여자의 몸과 행위에 대해 새롭게 정의하고 명명하는 것.
가령 그에게 여자의 폐경(閉經)은 할일을 다 하고 휴식기에 접어든다는 의미의 완경(完經)이다. 여자의 몸은 오장육부가 아니라 자궁을 포함한 육장육부다. 유산도 엄연한 출산이며 섹스는 남성 주도의 삽입이 아니라 여자가 결정하고 여자가 흡입하는 여성 주도의 행위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정자와 난자의 합동작전’이란다. 여자의 삶과 몸에 관한 그의 사전은 이처럼 파격적이다.
“수정도 난자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난자는 태아의 살이 되고 피가 되지만 정자는 약간의 유전정보만 전달할 뿐이죠. 난자가 정자를 받아들일 때도 바른 정자, 힘센 정자가 아니라 수많은 정자 중에 쓸 만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선택해 착상하지요.”
실제로 난자가 정자보다 10만배나 더 큰 데도 그 크기에 주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건 그의 또다른 불만이다.
그동안 여자의 몸에 대한 적나라한 이야기는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인내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유명호 원장에게 듣는 여자의 몸 이야기는 단순한 미화가 아니라 ‘명품보고서’다. 메이드 인 헤븐의.
그에게 생리혈은 인류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혈이요, 인간을 생존하게 하는 피의 또 다른 표현이다. 여자가 한평생 흘리는 생리혈의 양은 40ℓ. 이는 8명의 피의 양에 해당한다. 자연분만할 때는 500cc의 피를 흘리고 제왕절개를 할 때는 두 배쯤 더 흘린다.
임신을 하면 피가 태아에게 몰리고 젖도 젖샘 아래 혈관에서 영양을 받아야 분비된다. 그에게 여자의 피는 사랑이요 생존이다. 여자의 피는 사랑의 본성이다. 그럼에도 아이가 태어나면 아버지의 성(姓)을 갖는다. 호주제가 그에겐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그녀가 호주제 폐지운동에 뛰어든 것도 ‘사랑은 피’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여자의 몸과 생리현상에 대한 담론 또한 벌건 대낮에 담담한 표정으로 나눠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일 남자가 생리를 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그들은 아마 TV에 나와 서로 ‘내 생리혈이 더 붉다, 더 많다’ 혹은 ‘내가 생리기간이 더 길다’며 떠벌리고 자랑하고 나설 걸요.”
남자가 출산을 한다면 출산의 고통을 지금껏 이렇게 심하게 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파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2001년 ‘살에게 말을 걸어봐’, 지난해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이라는 꽤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냈다. 이 책에서 그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를 강조했고 생명을 잉태하는 여자의 몸이 얼마나 소중하고 경이로운지를 설명했다. 여성이 자신의 몸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실행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여자여, 당신 몸을 사랑하라, 애무하라, 그러면 행복해진다.”
이것이 이유명호의 사랑전략이자 방법론이다. 여자가 행복해야 남자가 행복하고 사회가 행복하다는 거시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얘기다. 몸 구석구석에 사랑의 손길을 뻗어 애무하란 얘기는 ‘자신의 몸을 제대로 알고 아껴라’는 주문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 해답은 사랑이다. 한 포기 식물도 사랑에 남다르게 반응하거늘, 하물며 민감하디 민감한 여자의 몸에 있어서랴.
“질병은 몸이 내게 보내는 메시지예요. 치유는 자신의 몸에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왜 엄마손이 약손이겠어요. 만져주고 칭찬해주고 다독여주면 우리 몸에 내장된 자연치유프로그램이 스스로 돌아 낫는 거죠.”
여자의 몸을 사랑하는 구체적인 애무법을 들어보자.
*난소 어혈 풀어주기 : 양쪽 골반뼈 앞쪽으로 장 뒤편 우묵한 곳에 난소가 있다. 이곳에 따뜻한 팥팩을 해주거나 손을 대고 수시로 사랑과 감사의 에너지를 보낸다. 허리 뒤편 골반 쪽으로도 따뜻한 기운을 보낸다.
*혈압 조절하기 : 옆구리 갈비뼈 하단에서 뒤로 더 돌아서 척추 양쪽 조금 위에 신장과 부신이 붙어 있다. 등뒤로 손을 뻗어 허리 위쪽 갈비뼈 사이를 시원하게 싹싹 비빈다.
*뭉친 가슴 풀어주기 : 가슴을 양 손 바닥으로 넓게 잡아서 부드럽게 주무른다. 우선 반대쪽 손으로 팔 안쪽에서부터 겨드랑이를 거쳐 가슴까지 크게 잡아서 주무른다. 겨드랑이에는 림프 결절이 많으므로 열심히 주무르고 탁탁 두들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