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마운틴 정상에서 내려다본 케이프타운 시가지. 바다와 육지의 경계 너머로 언뜻 희망봉이 보인다.
국회의사당과 남아프리카 박물관 등 도심에도 볼거리가 많지만 케이프타운을 찾는 이가 가장 먼저 방문하는 곳은 도시의 상징인 테이블마운틴이다. 해발 1067m의 이 산은 정상이 마치 테이블처럼 평평하다. 도심 인근의 공원이지만 돌아보는 데 꼬박 서너 시간이 걸릴 정도로 넓고, 사슴과 사향고양이, 케이프망구스와 원숭이 등 다양한 야생동물과 식물이 서식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들 동식물은 일부러 찾아 나서지 않아도 산책로를 걷다 보면 쉽게 만날 수 있다.
도이커 섬에서 휴식을 취하는 물개떼.
수천 마리 물개와 펭귄
케이프타운에서 남쪽으로 펼쳐진 해안선을 따라 달리다 보면 펭귄, 물개, 고래, 희귀한 조류가 그려진 이색적인 표지판이 자주 나타난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흥미로운 곳은 호우트 항구와 볼더스 비치다.
우선 호우트 항구에선 서너 마리씩 떼지어 이동하는 물개를 코앞에서 볼 수 있다. 의욕 넘치는 관광객이라면 유람선을 타고 30분쯤 이동해 물개의 보금자리인 도이커 섬을 찾아도 좋을 것이다. 커다란 바위에 가까운 이 작은 섬에는 엄청난 수의 물개가 떼지어 휴식을 취하거나 이곳 저곳을 누비며 수영을 즐겨 장관을 이룬다. 그 위를 비행하는 바다새들의 시원스러운 날갯짓도 놓칠 수 없는 풍경. 도이커 섬에 서식하는 물개는 5000여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케이프타운의 항구. 멀리 탁자처럼 평평한 테이블마운틴이 보인다.
볼더스 비치에서 남쪽으로 30분쯤 더 이동하면 희망봉 국립공원이 나온다. 수에즈 운하가 건설되기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와 유럽 사이를 오갈 때면 반드시 지나가야 했던 희망봉(Cape Good Hope)과 케이프포인트(Cape Point)도 지금은 국립공원지역 내에 있다. 약 7000㏊에 이르는 국립공원에는 독특한 모양과 색상의 에리카라는 식물을 중심으로 원숭이, 사슴, 망구스, 타조 등 150여종에 이르는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방문객의 발길을 끌어 모으는 케이프포인트에는 인도양과 대서양을 넘나들던 바다 사나이들에게 빛을 비춰주던 등대가 서 있다. 이곳 전망대에 서면 희망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케이프포인트가 주변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라면 희망봉은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해발 87m의 낮은 봉우리에 불과하지만 방문객들이 반드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가는 곳이다.
어딜 가도 후회는 없다
케이프타운 지역을 둘러보다 보면 마치 스위스를 옮겨놓은 것이 아닐까 착각할 만큼 아름다운 포도농장을 만나게 된다. 직접 생산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 파는 이 지역의 몇몇 대형농장에서는 포도를 이용한 온천욕이나 100% 유기농 재료를 이용해 만든 메뉴, 다양한 문화행사 등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와인농장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종류의 빵과 양념, 직접 가꾼 갖가지 야채.
호텔 종업원이 와인 온천욕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케이프타운 지역의 모든 농장이 이 같은 호텔 시설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어디서든 직접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의 상큼함과 남아프리카의 풍요로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진정한 휴식과 여가를 즐기기에는 소박한 농장이 더 나을 수도 있을 듯하다.
이 가운데 어느 곳을 방문해도 후회가 남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케이프타운의 가장 깊은 매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