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산업 부재, 과도한 규제로 ‘낙후도 전국 2위’
- 동해 북평산업단지 30년 방치,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 제2영동고속도로 건설 안 하면 동계올림픽 못 치른다
- 행정수도기능 이전, 현 수도권과 충청권 중심의 ‘연담도시권’ 형성 우려
- 정부와 정치권, 강원도 여론 정책화 점수 60점
● 1946년 강원 동해 출생<br>● 동국대 행정학과 졸업<br>● 1974년 제15회 행정고시 합격<br>● 영월군수, 강릉시장, 경기 부천시장, 강원도 행정부지사<br>● 1998~ 강원지사
하지만 재정자립도는 2004년 기준 27.5%로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14위. 평창군이 2014년 동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지정됐다지만, 도내 다른 시·군의 경제현실에는 여러 모로 모자란 부분이 많다. 그래서 강원도엔 ‘오지’ ‘변방’이라는 반갑잖은 닉네임이 아직껏 따라붙는다.
2월1일, 김진선(金振·59) 강원지사를 만나 지역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직도 머나먼’ 강원
-전국적으로 경제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데, 강원도는 어떻습니까.
“제 최대 고민거리가 민심일 정도로 좋지 않아요. ‘강원도’ 하면 그 관광지를 떠올리게 마련인데, 요즘 상가는 물론 몇몇 대형 리조트를 빼곤 숙박업소조차 ‘개점휴업’ 상태예요. 교통편이 편리해지니까 관광객들이 먹을 것 싸들고 와서 좀체 지갑을 열지 않아요. 어촌 사정은 더해요. 어장 축소, 수산자원 감소, 어업인 고령화로 1년에 한두 번씩 구휼을 해야 할 형편입니다.”
-지역내총생산(GRDP) 등 경제지표를 보면 강원도가 전국 최하위권이더군요.
“제조업 부문이 미약한 지역경제의 특성 때문이에요. 지역경제를 선도할 기간산업도 취약하고. 승부산업이랄 수 있는 관광산업이 성장세이긴 하지만, 핵심 기간산업으로 자리잡기엔 연계효과나 부가가치 효과 면에서 미약하죠. 게다가 아직 충분한 연구되지 않은 부문이라 통계청의 소득추계에 적절히 반영되지 않는 점도 있어요.
다행히 최근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산업경제지표들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어요. 2004년 기준으로 도내 실업률이 2.3%(전국 3.7%)로 낮고, 수출규모도 1997년의 5억8800만달러에서 2004년엔 7억2600만달러로 23.8% 증가했습니다. 도산 기업도 2003년 42개였는데 2004년엔 20개로 52% 감소했죠.
또한 강원도가 수도권 외곽이다 보니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 중 3분의 1을 유치할 수 있었어요. 2000∼04년까지 562개 기업이 강원도로 이전했죠. 강원도를 흔히 기업과 연관이 없는 곳으로 예단하기 쉽지만, 이런 사례는 기업하기 좋은 곳이란 사실의 방증이죠. 열악한 교통망이 점차 확충되면 향후 5∼6년 내에 수도권과 1시간 남짓한 거리가 되면서 기업 이전이 가속화할 거라 봅니다.”
-그래도 외지인에겐 ‘강원=낙후지’란 등식이 아직 익숙한데요.
“과거 강원도는 ‘자원도’라 불렸어요. 석탄·시멘트·발전 산업이 주력이었죠. 그 가운데 석탄산업은 완전히 사양화됐죠. 한때 160개가 넘던 탄광이 지금은 8개만 남았어요. 탄광지역 인구도 44만명에서 20만명이 채 안 될 만큼 줄었고요.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시멘트산업도 중국의 번성으로 영향을 받고 있고, 수력발전 비중도 급격히 낮아졌어요. 이런 요인들이 낙후의 결정적 계기가 된 거죠. 도내에 환경·군사시설이 많아 이에 대한 규제가 심한 것도 한 원인입니다. 전국 낙후도 조사를 보면 전남에 이어 전국 2위예요.”
-21세기는 지역경쟁시대라고들 합니다. 강원도의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은 어떤 것이 있나요?
“대내외적 여건이 급변하는 지금이 발전의 기회이자 전환점입니다. 다행히도 환경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패러다임으로 변화하면서 강원도의 가치가 점점 상승하고 있어요.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도정의 큰 틀에서 보면, 청정환경을 기반으로 한 ‘생명·건강산업수도’ 육성, ‘동아시아의 관광허브지대’ 조성, ‘환동해권 물류중심지’ 조성, ‘광역순환교통망’ 조기 확충, 폐광지역 및 접경지역(DMZ) 개발 등 5가지로 집약할 수 있습니다. 모두 2020년을 목표로 한 개발전략입니다.
하지만 이들 비전의 실현은 지자체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고, 중앙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정부의 지원을 적극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환경수도’로 자리매김할 터
-공해 없는 환경은 강원도의 큰 자산인데, 이를 적극 활용할 방안은 있습니까.
“앞으론 참살이(웰빙) 차원에서 산소(O2) 장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아시겠지만, 강원도는 공기 중 산소 비율이 전국 최고예요. 따라서 도내의 많은 숲을 활용한 자연탐방, 삼림욕 등 관련상품을 적극 개발할 겁니다. 강원도가 ‘환경수도’로 자리매김하는 게 궁극적 목표입니다.”
-서울 강남과 50분 거리인 원주에 5만평 규모의 외국인 전용공단을 조성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어려움은 없습니까.
“원주 동화지방산업단지 내에 조성할 계획입니다. 원주는 국토 중심부에 있고 수도권과 인접해 입지조건이 탁월합니다. 게다가 의료기기 클러스터 조성지입니다. 여기에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큰 메이저급 외국인 의료기기업체와 기타 제조업체를 유치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도시로 추진하면 100% 성공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와 관련한 타당성 용역도 이미 마쳤고요. 이와 관련해 저는 2월2∼12일 영국·독일·스위스를 방문해 기업유치 세일즈와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을 벌일 예정입니다.”
-동해안 일대를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해 장기적으로 북한, 일본, 중국 동북3성과 교류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아는데, 실현 가능성은 있습니까.
“동해항 옆에 북평산업단지가 있습니다. 1975년 정부가 항구와 산업단지가 어우러진 국가산업단지로 만들겠다고 했던 곳이죠. 그렇게 전략적으로 지정해놓고는 30년이 지나도록 방치해뒀어요. 이런 곳이 대한민국에 또 있나요? 정부에 개발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워요. 강원도는 그 동안 북평산업단지를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해달라는 건의를 10여차례 했는데, 정부는 이젠 정말 책임을 지고 북평산업단지 활성화 대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지난해 관광산업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앞으로 전망은 어떻습니까.
“관광산업은 도내 지역내총생산(GRDP)의 36.5%를 차지하는 승부산업입니다. 도내 농림어업의 4배 규모죠. 해마다 관광객이 점증하고 있는데, 지난해 내국인 관광객은 7039만명으로 관광소득은 2조6570억원쯤 됩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143만명으로 전년도보다 40.4%나 늘었어요. ‘강원 방문의 해’ ‘한류’ 등의 영향이 컸다고 봅니다. 주5일 근무제 실시, 참살이 트렌드 등 호재가 많아 앞으로 전망도 좋을 듯해요. 2006년까지 내국인 관광객 8000만명, 외국인 관광객 200만명 유치가 목표입니다.”
관광산업이 강원 먹여살려
-평창이 2014년 동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결정됐는데, 만일 올림픽 유치에 성공할 경우 강원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는 어느 정도인가요?
“우리나라에서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곳은 평창뿐입니다. 4개월간 스키장을 운영할 수 있는 국내 최적의 기후에다 설질(雪質)과 슬로프도 우수해요. 경기시설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공식 인정 받았고요. 지금은 올림픽 유치를 위해 ‘무(無)’에서 출발하는 각오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유치시 기대효과에 대해 지난해 9월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는데, 그에 따르면 총 생산유발효과가 11조5166억원, 부가가치 유발액이 5조1366억원, 고용증대 효과 14만3976명으로 나타났어요.
이와 관련해, 정부가 반드시 지원해줘야 할 것이 경기도 광주~서울~원주, 인천국제공항까지 연결하는 제2영동고속도로의 건설입니다. 서울~원주를 잇는 지금의 영동고속도로만으로는 올림픽을 치를 수 없어요. 현재 제2영동고속도로의 민자사업 조기확정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데, 이게 실현되면 올림픽 유치시 최소 6조원의 부가가치를 더 얻을 수 있어요.”
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북도 동참해야
-전북도는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평창을 후보지로 지정한 것과 관련,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 밝힌 바 있는데요.
“전북도민의 심정은 이해됩니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는 KOC의 입장에 따라 정리돼야 할 것이며, 후보지 선정은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추진됐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스키연맹(FIS) 규정에 명시된 내용에 따라 국제전문가의 검증을 거쳤습니다. 후보지 지정 결과에 대해선 아무도 이견을 달 수 없을뿐더러, 그 결과에 승복키로 사전에 양 도(道)가 각서를 작성해 KOC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젠 ‘2014 동계올림픽 한국 유치’를 위한 국제경쟁에 전국민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전북도민도 동참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강원도가 수도권과 인접해 있는데도 도민들 사이에 ‘강원도 홀대론’ ‘강원도 변방론’이 퍼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그간의 정부 정책을 보면, 대(對)중국관계를 우선 고려해서인지 L자형 국토개발정책을 취해 서·남해안 개발에 중점을 뒀어요. 또한 한반도를 X축 개념에서 보면 서울-부산 축 위주로 개발했습니다. 그 때문에 결국 개발이 미흡해진 지역이 240㎞의 긴 해안선을 지닌 동해안이에요. 145㎞에 달하는 접경지역(DMZ)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나 이젠 정부가 동해안 개발을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입니다. 동해는 일본의 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동북3성, 북한 등과 연접한 바다예요. 이 주변국들이 적극적인 동해진출 전략을 세우고 있는 데 비해 우리 정부는 대응책이 거의 없다시피 해요. 게다가 동해안 개발은 강원도에만 그칠 문제가 아녜요. 그래서 강원·경북·울산 3개 시·도가 협력체제를 구축해 산업·관광·휴양 클러스터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정부가 동해안 개발에 등한할수록 강원도는 더욱 변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동안 ‘강원도만은 보존돼야 한다’는 이율배반적인 국민의식이 미개발을 강요한 감도 있습니다. 이런 여건이 남긴 아픔을 지금 누가 기억해줍니까.”
-각급 요직 인사, 예산 편성, 지역현안 해결 등에서 타 시도에 비해 강원이 후순위로 밀린다고 보는지요? 참여정부엔 강원 출신 장관이 한 명도 없는데요.
“정부 요직에 강원 출신 인사가 적은 것은 정부의 배려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강원도 자체의 맨파워가 부족한 것도 한 원인입니다. 따라서 인재양성의 필요성이 제기되지요. 무(無)장관 시대가 이어지고 있으나 곧 해소되리라 기대합니다. 행정부를 제외한 다른 분야엔 강원 출신이 적지 않아요. 대표적인 인사가 최종영 대법원장(강릉), 김종환 합참의장(원주), 고영구 국정원장(정선) 등입니다.”
-도민 사기진작을 위한 방안이라면?
“그 동안 강원도민은 개발에서 소외되고 각종 규제로 인해 침체돼 있었는데 최근 지속되는 경기불황으로 더욱 위축돼 있어요. 그래서 요즘 제가 주창하는 캐치프레이즈가 ‘강원도 중심론’ ‘강원도 세상론’입니다. 이것은 희망사항이 아니라 마땅히 이뤄내야 할 당위로서, 도민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강원도 중심론’은 희망사항 아닌 당위
-3년 연속 이어진 수해 복구엔 어려움이 없습니까.
“2002년 태풍 ‘라마순’ ‘루사’와 집중호우, 2003년 태풍 ‘매미’, 지난해 태풍 ‘메기’ 등이 잇따라 덮쳐 인명피해와 총 3조5099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했어요. 워낙 엄청난 피해여서 항구적 복구에 많은 시간이 걸리다 보니 재피해를 당하는 지역도 생겨났어요. 총 복구액이 4조9434억원에 이르는데, 이 때문에 빚을 많이 졌죠.
2002∼04년 강원도 지방채 발행액이 1485억원인데, 모두 재해 때문입니다. 정부 지원도 많았지만, 피해가 너무 커 빚을 지지 않을 수 없었어요.
하다못해 피해가 너무 크니 정부가 강원도를 특수지역으로 간주해 빚 일부를 대신 좀 갚아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만, 잘 안 되고 있어요. 그래서 재정적 어려움이 큽니다.”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바람직한 역할분담은 어떤 것이라고 봅니까. 지사께선 전국 시·도 지방분권특별위원회 간사장을 맡고 있는데요.
“국가 발전의 양대 축은 마땅히 중앙정부와 지자체죠. 국가 없는 지방 없고, 지방 없는 국가도 없어요. 문제는 중앙과 지방이 그 역할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분담하느냐인데, 시대 흐름으로 보면 현행 국가주도형 발전방식은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따라서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중앙과 지방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합니다. 즉 단순히 ‘지방 권한의 강화 차원’이 아니라 ‘중앙과 지방간 업무시스템의 효율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거죠. 이에 대해 저는 대통령이나 관계부처 장관과 대화할 때 누차 강조해왔습니다.”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적어도 가닥은 제대로 잡고 추진해왔다고 봐요. 접근방식 면에서 볼 때 지방의 자생력과 성장동력을 키우는 자립형 지방화에 초점을 맞췄고, 내용 면에서도 지역전략산업 육성,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도입,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신활력사업 추진, 특구 지정 등 강력한 추진력을 갖췄어요.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위헌결정으로 이와 연관된 일부 과제가 다소 주춤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정책의지가 확고하고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정책이 국민의 피부에 와 닿게 추진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선 국가균형발전과 관련된 과제들에 대한 실행력을 갖추어야 하고, 과제 추진에 속도를 내서 조기에 가시화해야 합니다. 머뭇거릴 시간도,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행정수도기능 상당수가 충남 공주·연기로 이전되면 강원도로선 수도권이 서울보다 더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요?
“정부가 마련중인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이 어떤 형태로 결정되든 강원도에 많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강원도민은 정부부처 이전 입지인 충남 연기·공주가 현 수도권보다 멀다는 점, 물류의 흐름이 정부부처 이전입지를 중심으로 새롭게 집중되고 기존 수도권과 충청권이 연결되는 거대한 ‘연담도시권(連膽都市圈)’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정부기관 이전과 연계해서 수도권 과밀억제를 위한 현 규제책이 대폭 완화될 경우 강원도는 정부부처 이전으로 인해 이중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점 등입니다.
따라서 후속대책은 여타 지역에 소외와 불균형을 가져와선 안 된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전제한 상태에서 신중히 추진돼야 합니다.”
-교통망 확충이 시급한 현안일 텐데, 강원도민에게 이른바 ‘동서고속전철’에 대한 미련도 남아 있습니까.
“교통망 확충은 강원 발전을 위한 필수 선결과제입니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교통망의 고속화·광역화·첨단화를 추진해왔어요. 그 결과 ‘정(井)’자형 광역순환교통망이 구축돼 도내 2시간대 생활권이 가시화됐어요. ‘동서고속철도’는 과거 노태우 정권의 선거공약으로, 정부가 해결할 과제입니다. 관련해서, KTX 노선이 없는 지역은 강원도뿐이란 사실을 강조할까 합니다. 동계올림픽 유치 등에 대비해 서울∼강릉간 KTX 노선을 건설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월20일 강원의 영월군과 평창군, 충북 제천시와 단양군 등 중부내륙 4개 시·군의 5개 시민단체가 “낙후와 저발전으로 고통받고 있어 정부 차원의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공공기관 이전, 충청∼강원 연결 고속도로 건설 등을 요구했는데요.
“강원 남부(원주, 영월, 횡성, 평창), 충북 북부, 경북 북부 등 중부내륙지역은 1999년까지도 ‘제4차 국토종합계획’상 광역권 개발계획에서 제외돼 있었어요. 지리적으로 국토의 중심지인데도 개발정책에서 소외돼온 겁니다. 이에 따라 1999년 3월 강원도 주관으로 ‘중부내륙권 3도 협력회’를 구성해 이 지역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투자촉진을 건의해서 2000년 1월 국토종합계획에 중부내륙권을 ‘10대 광역권’으로 반영하고, 2004년 9월엔 ‘중부내륙광역권 개발계획’을 마련해 정부계획에 반영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관련 시·군을 중심으로 지난해 12월9일 영월·평창·제천·단양·영주 5개 시·군이 ‘중부내륙중심권행정협력회’를 구성해서 지난 1월20일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거죠. 두 단체가 추구하는 방향은 거의 같습니다.”
-지사께선 강원도 토박이에다 1년간 경기 부천시장을 지낸 것을 제외하면 줄곧 강원도에서 행정통으로 활동했는데, 혹 도민들의 성정에서도 낙후의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요? ‘2% 부족하다’ 싶은 건 없습니까.
“제가 지사가 될 당시 주창한 것이 ‘새로운 도민정신 창조’입니다. 알다시피 강원도 사람은 참 순박해요. 그래서 소극적이고 남 앞에 잘 나서지 못하죠. 응집력도 떨어지고,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도 느립니다. 게다가 매번 언론에서 강원도를 언급할 때 ‘무대접’ ‘푸대접’ 같은 용어를 사용하다 보니 도민들이 더욱더 상실감과 패배의식에 빠지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이런 타성을 깨지 않으면 강원 발전이 요원하겠다 싶어 진취적 기상, 단합, 적극적 자세 등을 새로운 도민정신으로 주창해왔어요. 강원도민이 153만명인데, 출향도민도 그쯤 됩니다. 강원도와 관련된 모든 인적 자원을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네트워크화했더니 큰 변화가 생겼어요. 강원도가 자체 기획한 ‘99 국제관광엑스포’를 속초에서 개최했는데, 그 행사를 계기로 강원도가 세계에 알려지면서 도민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강원 출신 의원들로 협의회 구성
-정부와 정치권이 강원도민의 목소리에 자주 귀기울인다고 봅니까.
“도지사 7년차로서 솔직한 심정을 말하면, 전혀 도외시해왔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원도의 목소리에 정책으로 응답해준 건 100점 만점에 60점을 넘기 어렵다고 봅니다.”
-평창의 발전에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까.
“평창은 오래 전부터 동계올림픽 호스트시티를 표방해온 만큼 그에 걸맞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거죠. 이 의원도 국회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의원들도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사실 강원도의 경우 인구와 국회의원 수가 적은 데서 오는, 그리고 각 지역별로 특수한 여건이 많은 데서 오는 힘겨운 점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 지역구 의원 8명과 강원 출신으로서 타 지역에서 당선된 현역의원 15명이 ‘강원도정 국회의원협의회’를 구성해 강원 발전을 위한 응원체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김 지사의 좌우명은 ‘심지기위의(心之起爲意, 마음이 일어나면 뜻이 된다).’ 그가 얼마나 뜻을 일으켜 ‘강원도의 힘’을 제대로 보여줄지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