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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代 정권 대북협상 주역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충격 특강

“미국은 남북관계 호전될 때마다 북핵의혹 제기, 부시 정부는 협상 아닌 항복 얻으려 6자회담 열었다”

  •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3代 정권 대북협상 주역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충격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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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代 정권 대북협상 주역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충격 특강

2002년 10월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정세현 장관(왼쪽)이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북한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이날 면담은 예정에 없던 일이다.

이렇게 잘 돌아가는데 갑자기 미국이 “북한에 핵개발 의혹이 있다” “북한이 뭔가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걸 풀어야 한다”면서 북핵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고는 북한에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 압력을 넣는 동시에 남북간에 ‘비핵화선언합의서’가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노태우 정부는 남북간 기본합의서를 만드는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이라는 합의서를 만드는 작업을 병행했고, 급기야 합의서에 가서명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IAEA가 “사찰 결과 북한이 신고한 것과 차이가 많이 난다. 특별사찰이 필요하다. (1993년) 3월25일까지 받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북한에 계속 압력을 넣었다. 결국 3월12일 북한은 “NPT 자체를 탈퇴하겠다”는 강수를 둔다.

2002년 북핵문제도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한 뒤 남북간에 장관급 회담이 6차까지 진행됐고, 그해 9월에는 북한의 인민무력부장이 제주도까지 와서 남북간 국방장관회담을 할 정도로 남북이 가까워진 상태에서 터졌다.

요컨대, 북한이 남한의 대북지원이나 체제인정만으로는 모자라서 더욱 강력한 미국으로부터 체제안전과 경제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미국의 문제제기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문제를 확대한 것인지, 아니면 미국이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지렛대나 첩보 조절용으로 북핵문제를 제기한 것인지는 우리가 앞으로 실증 연구를 해봐야 할 것이다. 또 북한과 미국의 정치적 수요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그야말로 ‘카드’인지도 모른다.

오비이락처럼 벌어지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지, 관점과 방침이 정리돼야 우리의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결론은 내리지 않고 문제제기만 하겠다.



한국 정부도 북한 붕괴 준비했다

1993년 북핵문제가 처음 제기된 이후 2002년 다시 북핵문제가 불거질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 상황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1993년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고위급회담을 수용했다. 그렇게 비난하면서도 결국 북한이 하자는 대로 한 것이다. 그리고 1994년 10월21일 소위 제네바합의가 이뤄진다. 합의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북한이 현재 또는 미래의 플루토늄(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면 미국은 플루토늄 추출이 불가능한 100만kW급(경수로) 원자력 발전소 2개를 지어주기로 했다. 다만 발전소가 다 지어지면 북한은 과거의 핵까지 소급해서 사찰을 받기로 했다.

미국은 또 북한이 5000kW를 생산할 수 있는 5MW급 흑연감속로를 폐기하는 조건으로 매년 50만t의 중유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사실 5MW급은 전력생산을 위한 발전소로서는 별 의미가 없는데 당시 북한은 전기가 모자라서 그것을 재가동하겠다고 협박했다.

중유 50만t은 북한으로서 아주 큰 규모이다. 현재 남한이 1년에 1억8000만t 정도의 석유를 수입해 쓴다. 그런데 미국이 50만t을 주기로 할 당시 북한의 연간 석유 수입량은 100만t이 채 안 됐다. 우리의 100분의 1 수준이다. 북한의 석유사정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2003년 말부터 중유 공급을 중단했다. 요즘 북한이 저렇게 춥고 어두운 것도 다 그 때문이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석유만도 43만t이다. 북한은 그것부터 땐다. 나머지 가지고 모두가 살아야 하니까, 웬만큼 높은 사람도 걸어 다닐 수밖에 없다.

북한의 연형묵 총리가 “수령님께서 걸어다니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해서 사무실과 집을 가깝게 배치하고 걸어다닌다. 차 없는 것도 수령님의 은덕”이라고 자랑삼아 말한 적 있는데, 나에겐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미국은 또 합의서 서명 3개월 이내에 경제제재를 완화하겠다고 북한에 약속했다. 통신과 금융을 포함한 무역 및 투자제한을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큰 것을 받아낸 셈이다. 이후 미국과 북한은 실무자급 협의를 통해서 영사문제와 양국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고, 상호 관심사항에 대해 진전이 이뤄지면 대사급 수교를 맺는다는 것까지 약속했다.

그런데 그때 미국의 기본전제에 문제가 있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은 곧 망한다. 붕괴한다. 따라서 후하게 약속하고 안 지켜도 될 것이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 우리 정부 내부에서도 북한 붕괴에 대해 상당히 준비를 했다. 동서독에 사람을 보내서 남북한 흡수통일에 대해 연구하고 통일비용까지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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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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