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호

여야 ‘소신파’ 2인 유인태·김무성의 ‘상생정치’ 해법

  • 사회·정리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5-02-23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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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인태 “여당은 야당 적대시하는 강경파에 휘둘리지 말아야”
    • 김무성 “야당은 ‘코드’건 ‘낙하산’이건 대통령 인사권부터 존중해야”
    • 각각 상대당으로부터 “말이 통하는 정치인”이라는 평을 듣는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과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2월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머리를 맞대고 최근 파행정국의 속사정과 ‘상생 정치’의 해법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았다.
    여야 ‘소신파’ 2인 유인태·김무성의 ‘상생정치’ 해법
    여야 ‘소신파’ 2인 유인태·김무성의 ‘상생정치’ 해법
    17대 국회도 ‘싸움판’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지난해 말 4대 입법 처리를 둘러싼 몸싸움, 농성, 점거사태는 국민을 더없이 실망시켰다. 싸움을 위한 싸움을 하고, 표류하기 위해 표류하는 느낌이다. 대통령·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놓인 불신의 골은 깊디깊어 보인다. 연중 ‘대선 국면’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상생의 정치’와 ‘선의의 경쟁’은 불가능한 것일까.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대통령정무수석 비서관을 역임한 열린우리당 유인태(柳寅泰·57) 의원, “열린우리당을 벤치마킹하겠다”고 선언한 한나라당의 ‘실세형 사무총장’ 김무성(金武星·54) 의원. 대담에 나선 두 의원은 ‘지향과 철학은 달라도 공존과 협력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회 : 두 분은 사업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김무성 의원 : 제 형과 유인태 의원이 친구 사이입니다. 저와 유 의원은 민주화 운동 경력이 있지요. 1980년대 초반 제가 조그만 건설업을 하고 있었고, 유 의원은 목재 관련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제가 유 의원 회사의 목재를 산 일이 있습니다.

    유인태 의원 : 그 목재 회사는 결국 망했습니다.(웃음)



    “4대 입법으로 또 싸우지 말자”

    사회 : 4대 입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결에 많은 이가 실망했습니다. 속사정이 있었습니까.

    유 : 국가보안법 처리 문제는 사실 여야가 거의 타협했습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일부 인사들은 국가보안법을 철폐해야 한다는 열망이 매우 컸어요. 막판에 이들이 “그렇게 처리할 바엔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그냥 놔두자”고 요구하는 바람에 합의처리하지 못한 것입니다. 저로선 국가보안법 문제는 어느 정도 해법을 찾았다고 봅니다.

    과거사관련법은 해당 상임위 소위에서 합의를 봤는데, 한나라당 지도부의 오해 때문에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사립학교법입니다. 이 문제는 정치적 합의는 가능하겠지만 이해당사자들의 압력이 워낙 거세 쉽지 않아요.

    김 : 4대 입법은 그간 절충한 내용대로 여야가 합의해 털고 넘어가면 좋겠습니다. 국민은 이 문제로 여야가 또다시 싸우는 것을 원하지 않을 테니까요.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이슈가 ‘시리즈’로 등장했다. 유 의원과 김 총장은 이에 대해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유 : 과거사관련법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표와 국민의 생각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친일진상규명법은 박 대표가 한나라당의 중심에 있지 않던 16대 국회에서 제정한 것입니다. 박 대표를 흠집내기 위해 만든다는 주장은 법의 탄생 과정을 보면 맞지 않아요. 과거사법은 기본적으로 ‘민원처리’ 성격이 강합니다. 의문사한 장준하 선생, 최종길 교수, 인혁당 사건 희생자들의 유족들이 끊임없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데, 유족들의 나이도 있고 하니 이제는 국가가 성의를 보여야 할 것 같아 이번에 시작한 것입니다.

    김 : 장준하, 최종길, 인혁당 사건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저도 민주화투쟁 때 이들 사건의 진상규명을 자주 주장했습니다. 이런 일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자는 데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그러나 친일진상규명법은 또 다른 문제지요. 친일진상규명은 역사가에게 맡기면 되는 일인데, 굳이 정치권이 나서는 것은 숨겨진 의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정보부가 KAL기를 격추시켰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는 제가 청와대비서관으로 있을 때 만든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사례로 설명하겠습니다. 당시 수년 전 조사나 수사가 끝난 사안들을 재조사해달라는 민원이 고충처리위로 쇄도했어요. 상당히 많은 인력과 비용을 들여 재조사했지만 거의 모두 당초의 결론 그대로였습니다.

    유 :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최근 이슈들의 경우, 영화를 만든 사람이 현 정권과 연관이 있을 턱이 없습니다. 드라마 조기종영 문제로 논란을 빚은 MBC도 자율적으로 사장을 선임합니다. 대통령은 검찰, 국가정보원 같은 권력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아요. 자율과 분권의 시대입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현판뿐만 아니라 광화문 자체가 잘못됐다. 지금보다 낮춰서 경복궁이 다 보이게끔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더군요.

    김 : 유홍준 청장은 제 고교 선배인데, 제 생각은 그와 다릅니다. 광화문의 위치와 규모가 처음 지을 때와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까. 광화문을 헐고 새로 지어서 거기에 노무현 대통령이 쓴 현판을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경복궁을 복원한 사람인 천하명필 흥선대원군의 글씨로 하던지요. 하필이면 왜 정조대왕입니까. 그것도 집자(集字)까지 해가면서요. 거기엔 분명 의도가 있습니다.

    저도 박 대통령 반대 데모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때도 의혹사건이 많이 벌어졌는데, 왜 현 정권은 박 대통령 때 벌어진 일들만 뒤지는지 의문입니다. 최근 각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박정희 격하 움직임도 우연이 아니며, 숨겨진 의도가 있습니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라도 뜻을 같이하는 무리가 알아서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 :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기간이 긴데다, 그 시기는 암흑 시대여서 진상을 규명해야 할 의혹사건이 많은 것 같습니다. 1980년대 이후 의혹사건도 일부 조사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압니다. 그를 흠집내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화끈한 김 총장’ ‘푸근한 유 수석’

    최근의 정치상황을 보는 유인태 의원과 김무성 총장의 관점은 이처럼 상이하지만, 실제 정치무대에선 상대당의 주장을 잘 받아주는 정치인들로 알려져 있다.

    김 총장은 사무총장이 되기 전에 17대 국회의 재경위원장을 맡았다. 이헌재 경제부총리에게 “경제 활성화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법은 지금 다 갖고 와라. 내가 재경위원장에 있을 때 모두 통과시켜주겠다”고 말했을 정도. 여권이 제출한 한 법률안은 한나라당에서 반대당론을 정하려 했으나 김 총장이 일부 조항을 수정해 통과시켰다.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다르다는 ‘종합부동산세법’을 시행하는 데도 김 총장은 시원스레 협조했다. 실제로 김 총장은 정부와 여당이 제출한 법률안 중 1개를 빼고는 모두 상임위를 통과시켰다. 이런 과정을 거쳐 김 총장은 자연스럽게 여당에 신뢰를 주는 대화상대가 됐다.

    유인태 의원은 정무수석비서관을 사임한 뒤 17대 총선 전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유 의원은 “정무수석비서관직을 다시 만들어 청와대와 국회의 관계를 원활하게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노 대통령은 “적당한 사람을 추천해보라”고 말했는데, 적임자를 찾지는 못했다고 한다. 유 수석은 “정치도 세상살이인 만큼 청와대와 국회 사이에도 정이 흐르는 것이 좋겠다는 뜻에서 건의한 것”이라고 한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가 여당을 컨트롤한다는 오해를 피하고 ‘당정분리’라는 개혁 원칙을 당분간은 지켜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본 듯하다.

    유 의원은 정무수석 시절부터 한나라당의 대화 파트너였다. 홍사덕 당시 한나라당 원내총무와 격의없이 얘기를 나눴다. 노 대통령은 재임 초 상임위원회 별로 여야 국회의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자주 만났다. 청남대에서 삼겹살 파티를 여는 등 여야 대표들과도 여러 번 회동했다. 유 의원이 적극 건의한 결과였다. 유 의원 자신도 야당 인사들을 만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자꾸 만나서 스킨십을 가져야 안 될 것 같은 일도 성사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언제 한번 봅시다”고 말한 뒤엔 반드시 다시 연락해 약속을 잡는다. 이런 이유로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를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중 가장 ‘푸근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김 총장과 유 의원은 국회가 싸우지 않고, 생산적으로 기능하는 해법을 제시했다. 바로 상임위원회를 국회 활동의 중심에 올려놓자는 것이다. 상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해당 법률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인 만큼 이들에게 맡기면 싸울 일도 줄고, 합리적인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초당적 대처’니 ‘당론’이니 하는 것들이야말로 정쟁의 빌미가 되니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상임위를 국회 중심으로

    김 : 당론으로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통제하는 일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합니다. 나머지는 상임위에서 크로스보팅하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여야가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이번 북한 핵보유 문제가 터지자 한나라당이 국회에 북핵특별위원회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제가 반대했습니다. 관련 상임위인 정보, 국방, 외교통상위에서 잘 처리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상임위가 국회의 중심이 돼야 합니다.

    한나라당이 경제회복에 앞장서겠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경제회복에 필요한 법률이라며 통과시켜달라고 하는데 이를 안 들어주면 어떻게 합니까. 이 부총리에게 “부총리가 해달라는 법안을 모두 해줬으니 이제 부총리가 경제를 살릴 차례요”라고 말했습니다.

    재경위를 운영하면서 한나라당에 유리해 보이는 의사진행은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나를 믿더군요(김 총장이 말하는 도중에 재경위 소속 열린우리당 강봉균 의원이 그에게 “저녁때 만나자”며 전화를 걸어왔다). 일부 상임위는 의장석 점거, 농성으로 얼룩졌지만 재경위는 지금까지 정회 한번 없었습니다.

    유 : 당론이고 뭐고 정하지 말고 상임위에 맡겨놓으면 상임위 여야 의원들이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내립니다. 상임위 의원들이 현안에 대해 가장 잘 알기 때문이죠. 멀리서 보는 사람들이 갖는 오해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정국이 꼬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고정관념’도 한몫을 한다. 상대를 부정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 부딪히는 사안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두 의원은 한나라당의 대여(對與)관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대야(對野)관계를 생산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상대의 존재를 무시하는 풍조’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 노무현 정부에 먼저 한마디 하겠습니다. 노 정부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반수의 국민을 의식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을 ‘청산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한나라당을 정치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듯해요. 그래선 정치가 복원될 수 없습니다.

    적어도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관인데, 그런 의미에서 여당과 야당은 공존관계이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DJ 때부터 여야간 불신이 심해졌습니다. DJ 때 청와대와 야당은 전혀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YS 땐 정무장관, 정무수석, 신한국당 실세가 부단하게 야당과 대화했습니다. 제가 그 증인입니다.

    그런데 DJ 정부가 들어오면서 딱 끊어졌습니다. 37명의 의원을 빼가고, 말을 안 들으면 검찰을 동원했습니다. 이런 대화 단절 분위기가 노무현 정부로 이어졌습니다. 노 대통령은 정무수석을 부활시켜야 합니다. 야당과도 자주 만나야 합니다.

    민주화 투사도 청와대에 들어가면 독재자가 됩니다. 구조가 그렇습니다. 대통령에게 결재받으러 가려면 자동차 타고,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경호원이 지키는 철문을 두 개 통과하고, 계단을 숨가쁘게 올라 거울 앞에서 넥타이 고쳐 맨 다음 운동장처럼 넓은 방의 푹신한 양탄자 위를 한참 걸어야 합니다. 대통령을 만날 땐 주눅이 들어버립니다. 지금 한나라당은 원내 소수당이 됐지만, 대통령이 야당을 만나 다른 생각을 들으면서 한결 유연한 사고를 가졌으면 합니다.

    한나라당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나부터도 노 대통령 취임 1년간은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을 향해 말을 함부로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많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유 : 지금은 청와대 김병준 정책실장이 의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이 말을 듣자 김무성 총무는 “나는 김병준 실장 얼굴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한국 정치는 선거 결과를 인정하는 문화가 정착하지 않은 듯합니다. 열린우리당은 야당도 국민의 지지를 받아 원내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여러 면에서 자신과 다른 점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 부분이 미흡합니다. 한나라당을 청산대상으로 본다면 고쳐나가야 합니다.

    노 대통령은 사실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이 있으면 해당 야당 의원을 만나 대화하는 정치를 원했습니다. 재임 초기 상임위 의원들을 자주 부른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런데 제가 사안별로 대통령과 야당 의원의 만남을 주선하려 해도 야당 의원측에서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현재의 정치 풍토상 대통령을 따로 만나고 왔다고 하면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것을 염려한 것 같습니다. 야당 의원이 거리낌없이 대통령과 만나 대화하는 분위기가 야당에서도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여당에서 새로운 리더십 나와야

    김무성 총장은 상대를 인정하는 풍토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실천론으로, 대통령의 인사 문제에 대해선 한나라당이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주문했다. 본인은 그러한 원칙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한다. 김 총장은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도 개방적이다.

    김 : 저는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대해선 절대 말하지 않습니다. 자격이 전혀 없는 사람을 기용한 것이 아니면 대통령이 누구를 쓰든 그것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다만 실적에 따라 인사의 결과를 평가해야 합니다. 이번에 부산상고 출신 공무원을 차관급인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고속 승진시킨 것도 대통령의 결정인 이상 존중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낙하산 인사, 코드 인사를 한다고 한나라당이 많이 비판했는데,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인사를 옆에 두고 함께 일하는 것을 코드인사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낙하산 인사도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오히려 대통령 측근들이 공기업에 내려가면 정말 열심히 일합니다. 개혁을 하고 성과를 낸 사례도 많습니다.

    유 : 현 정부 들어선 공신들에 대한 논공행상식 인사가 이전 정권에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역대정권과 비교해 낙하산식 인사도 가장 적습니다. 코드인사도 실제로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던 분들도 인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정지역 우대 인사는 완전히 사라졌지요. 능력 위주의 공정한 인사가 정착되고 있습니다.

    여야 ‘소신파’ 2인 유인태·김무성의 ‘상생정치’ 해법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과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상생정치를 위해선 지역을 볼모로 한 정치구도가 완전히 해소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인태 의원은 “대야관계가 복원되기 위해선 우선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나라당에 적대감을 보이는 소수 강경론자, 급진적 개혁론자에 휩쓸리지 말고 정책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17대 국회에선 의원 개개인의 독자행보가 너무 강조돼 집권여당이 국민을 불안하게 했지만 이젠 의원 개개인의 자율성과 집권여당으로서의 안정적 정국운영이 조화되는 ‘새 질서’가 열린우리당에 필요하다는 얘기다.

    유 : 그리고 이런 점도 있습니다. 대치정국에선 강한 목소리가 힘을 얻습니다. 야당과 협상할 때 당에서 강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당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의원들도 있어요. 그러나 저는 반드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대쪽도 강한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되고, 양당의 의견이 수렴될 가능성은 줄어듭니다. 일부의 강성기조가 열린우리당 대부분의 시각인 것으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마찬가지로 이철우 의원 색깔론 사례 등에서 보듯, 한나라당에서 나오는 강경한 주장들도 한나라당의 보편적 생각은 아니라고 봐요.

    열린우리당은 차기 주자들이 당을 떠나 입각하고 있어서 4월 전당대회에서 누가 대표가 되든 당의 중심을 잡아나가기에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과거와 같은 1인지배의 통제력도 허용되지 않지요. 이제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질서를 창출해야 합니다. 의원 개개인이 개성을 너무 발현하고 자기 주장을 지나치게 고집해 국민이 불안해합니다. 당은 기본적으로 공동체입니다. 일사불란함이 아닌, 안정적으로 정국을 운영하고 정책을 실현해 나가는 당적 통일성을 갖춰야 합니다. 새로운 질서의 창출은 새롭게 구성되는 지도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김 : 이철우 의원 사태 때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간첩활동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 다소 과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민의 반응이 우리에게 확연히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세상이 변한 것을 느꼈어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생산적 정치를 위한 정치시스템 개혁 문제와 관련, 유인태 의원은 소선거구제를 개편해 지역주의 정치를 완화하고 정치자금법개정을 통해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정치현실에 맞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유 의원은 “선거구제를 개혁해 특정지역을 특정정당이 모두 차지하는 현재의 정치지형을 허물어야 진정한 상생·화합의 정치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한나라당의 부분 또는 전면 해체를 포함, 한나라당이 개혁적 중도보수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감 잡은 것 같아 다행”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가장 많이 대립한 주제는 개혁과잉과 경제위기 논란이다. 이 논란에 대해 양측의 의견접근이 이뤄져야 정쟁은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두 의원의 대화에선 가능성이 비쳤다.

    유 : 어느 정권이 일부러 갈등을 유발하려 하겠습니까. 갈등이 일어나면 지지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다만 우리에겐 개혁을 수행하는 데 국민 다수와 함께 가려는 노력이 더 필요했습니다. 개혁은 반 발짝씩 앞서가야 하는데, 이 정부 들어 많은 개혁 과제를 한꺼번에 어찌해보려다가 어려움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나면서 개혁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선거가 깨끗해졌고 검찰, 국정원, 경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독립성이 커졌습니다. 언론의 부당한 기득권 행사가 상당부분 해소됐고 기업의 회계투명성도 높아졌습니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해지고 권위주의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이 선진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환경을 정비한 셈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나치게 이념지향적’이라는 오해가 생기면서 여야간 갈등과 경제적, 사회적 불안정이 나타난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곁에서 본 대통령은 매우 실용적입니다. 노조가 섭섭해하는 정책도 주저없이 실행에 옮깁니다. 대통령에 대한 이런 오해를 해소하는 것이 상생정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대통령도 경제를 소홀히 다루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놓은 개혁정책들이 경제에 그리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으며, 가진 사람들의 투자의욕을 꺾기도 했습니다. 이젠 개혁이 정상궤도에 오른 만큼 대통령은 각계를 포용하며 경제를 살리는 데 온 힘을 쏟을 것입니다.

    김 : 현 정부가 투자의욕을 꺾으면서 내수경제가 침체에 빠졌습니다. 이 정부가 ‘메인 스트림’을 뒤집어엎으려 하는 것으로 여겨 불안한 나머지 투자를 안 한 것입니다. 개혁은 집권자의 전유물이 아니며, 대통령과 특정그룹이 국민과 함께하지 않은 채 개혁에 나서면 실패합니다. 집권 준비가 덜 된 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이 국가경제를 운영하는 데 감을 잡은 것 같아 다행입니다. 한나라당도 노 대통령의 경제살리기에 협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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