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대통령정무수석 비서관을 역임한 열린우리당 유인태(柳寅泰·57) 의원, “열린우리당을 벤치마킹하겠다”고 선언한 한나라당의 ‘실세형 사무총장’ 김무성(金武星·54) 의원. 대담에 나선 두 의원은 ‘지향과 철학은 달라도 공존과 협력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회 : 두 분은 사업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김무성 의원 : 제 형과 유인태 의원이 친구 사이입니다. 저와 유 의원은 민주화 운동 경력이 있지요. 1980년대 초반 제가 조그만 건설업을 하고 있었고, 유 의원은 목재 관련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제가 유 의원 회사의 목재를 산 일이 있습니다.
유인태 의원 : 그 목재 회사는 결국 망했습니다.(웃음)
“4대 입법으로 또 싸우지 말자”
사회 : 4대 입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결에 많은 이가 실망했습니다. 속사정이 있었습니까.
유 : 국가보안법 처리 문제는 사실 여야가 거의 타협했습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일부 인사들은 국가보안법을 철폐해야 한다는 열망이 매우 컸어요. 막판에 이들이 “그렇게 처리할 바엔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그냥 놔두자”고 요구하는 바람에 합의처리하지 못한 것입니다. 저로선 국가보안법 문제는 어느 정도 해법을 찾았다고 봅니다.
과거사관련법은 해당 상임위 소위에서 합의를 봤는데, 한나라당 지도부의 오해 때문에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사립학교법입니다. 이 문제는 정치적 합의는 가능하겠지만 이해당사자들의 압력이 워낙 거세 쉽지 않아요.
김 : 4대 입법은 그간 절충한 내용대로 여야가 합의해 털고 넘어가면 좋겠습니다. 국민은 이 문제로 여야가 또다시 싸우는 것을 원하지 않을 테니까요.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이슈가 ‘시리즈’로 등장했다. 유 의원과 김 총장은 이에 대해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유 : 과거사관련법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표와 국민의 생각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친일진상규명법은 박 대표가 한나라당의 중심에 있지 않던 16대 국회에서 제정한 것입니다. 박 대표를 흠집내기 위해 만든다는 주장은 법의 탄생 과정을 보면 맞지 않아요. 과거사법은 기본적으로 ‘민원처리’ 성격이 강합니다. 의문사한 장준하 선생, 최종길 교수, 인혁당 사건 희생자들의 유족들이 끊임없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데, 유족들의 나이도 있고 하니 이제는 국가가 성의를 보여야 할 것 같아 이번에 시작한 것입니다.
김 : 장준하, 최종길, 인혁당 사건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저도 민주화투쟁 때 이들 사건의 진상규명을 자주 주장했습니다. 이런 일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자는 데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그러나 친일진상규명법은 또 다른 문제지요. 친일진상규명은 역사가에게 맡기면 되는 일인데, 굳이 정치권이 나서는 것은 숨겨진 의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정보부가 KAL기를 격추시켰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는 제가 청와대비서관으로 있을 때 만든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사례로 설명하겠습니다. 당시 수년 전 조사나 수사가 끝난 사안들을 재조사해달라는 민원이 고충처리위로 쇄도했어요. 상당히 많은 인력과 비용을 들여 재조사했지만 거의 모두 당초의 결론 그대로였습니다.
유 :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최근 이슈들의 경우, 영화를 만든 사람이 현 정권과 연관이 있을 턱이 없습니다. 드라마 조기종영 문제로 논란을 빚은 MBC도 자율적으로 사장을 선임합니다. 대통령은 검찰, 국가정보원 같은 권력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아요. 자율과 분권의 시대입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현판뿐만 아니라 광화문 자체가 잘못됐다. 지금보다 낮춰서 경복궁이 다 보이게끔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