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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화성 여대생 살인사건 수사 풀 스토리

용의자 3700명 DNA, 청바지 정액과 대조… 2인 이상 면식범, 보름달 아래 옷 벗겼다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화성 여대생 살인사건 수사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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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27일 밤 11시. 화성경찰서 태안지구대로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딸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노양 어머니 김모(44)씨의 걱정스러운 호소였다.

“오후 7시에 수영 강습을 받으러 간 딸이 아직 안 돌아왔어요. 오후 8시25분 넘어서 ‘집에 곧 들어가겠다’고 동생에게 전화도 했는데…. 오후 9시5분엔 제가 직접 전화를 걸었는데, ‘전원이 꺼져 있다’는 음성만 나와요. 우리 딸 좀 찾아주세요.”

태안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노양의 어머니와 함께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집 근처를 수색했지만, 사라진 여대생은 찾지 못했다.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그냥 잠든 건 아닐까. 휴대전화 배터리가 떨어져 전화를 받지 못한 건 아닐까. 가족들은 그에게 별 일 없을 거라는 한 줄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K대 관광학부 2학년인 노양은 믿음직스럽고 성실한 맏딸이었다. 고등학교 땐 학생회장을 지낼 만큼 책임감이 강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중국에 관심을 갖고 6개월 동안 중국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일찍 귀가해 가족과 함께 지내는 걸 동아리 활동보다 더 좋아했다. 두 동생을 끔찍이도 챙기던 착한 언니고, 누나였다.

친구들은 노양에 대해 “얄미울 정도로 자기 일을 똑부러지게 잘하던 아이”라고 기억했다. 노양의 아버지는 “우리 딸은 수영을 마치고 귀가할 때 꼭 화성지역을 표시하는 번호 ‘57’이 표기된 택시만 골라 탈 만큼 빈틈없는 아이였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가족에 충실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던 노양이 기별도 없이 귀가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노양의 가족은 밤새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도로변에 흩뿌려진 유류품

수차례 시도 끝에 여대생의 휴대전화와 연결된 것은 10월28일 오전 7시40분. 그러나 전화에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은 노양이 아닌 40대 중년 남성이었다.

“저 이 동네 신문 배달하는 사람입니다. 협성대 근처 식당 앞 커피자판기 옆에 놓인 휴대전화를 주웠는데 주인이십니까?”

노양의 소지품이 처음 발견된 순간이었다. 신문배달원이 내민 노양의 휴대전화는 흠집 하나 없었다. 경찰은 휴대전화가 발견된 지역을 중심으로 샅샅이 수색해 나갔다. 휴대전화는 신호탄에 불과했다.

범인은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듯, 노양의 유류품들을 인근 도로변에 흩뿌려놓았다. 이날 수색에선 노양의 청바지와 티셔츠, 브래지어, 왼쪽 운동화와 양말 등 유류품이 집으로 향하는 도로에서 200~300m 간격으로 발견됐다. 30일에는 노씨 집에서 2km 가량 떨어진 정남면 보통리 저수지 둑에서 또 다른 속옷과 면 티셔츠, 가방, 화장품 등을 추가로 수거했다. 31일에는 보통리 저수지에서 정남면사무소 방향 1.2km 거리의 도로변에서 노양의 수영복과 수영모자 등이 나왔다. 노양의 팬티를 제외한 모든 소지품이 3일간의 경찰 수색에서 발견됐다.

공교롭게도 유류품들은 도로의 한쪽 방향에 버려져 있었다. 차를 타고 도망가던 범인이 숨진 노양의 소지품들을 하나씩 차창밖으로 던진 모양새였다. 경찰은 2인 이상의 남성이 노양을 차량으로 납치했다고 판단했다. 혼자 운전하면서 유류품을 조수석 차창 밖으로 던지는 일은 쉽지 않다고 여겼다.

경찰은 이후 유류품이 발견된 곳을 중심으로 매일 400~500명의 기동대원을 동원해 집중 수색했다. 경찰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것일까, 성적 쾌감에 도취돼 저지른 행동일까, 그것도 아니면 ‘잡아볼 테면 잡아봐라’는 자만심의 표현일까. 유류품을 길가에 버린 범인의 심리를 두고 수사본부 관계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범인의 대담한 ‘도전’에 형사들은 독이 오를 대로 올랐다. 뒤늦게 노양의 시신을 발견한 경찰은 실종 당일부터 찬찬히 노양의 행적을 짚어나갔다.

화성 여대생 살인사건 수사 풀 스토리
엇갈리는 목격자 진술

10월27일, 노양은 마지막 중간고사를 치렀다. 오전 10시 중국어 시험을 보고, 오후 3시경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왔다. 두 동생과 근처 분식집에서 사온 떡볶이와 김밥을 나눠먹으며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시험공부 때문에 며칠 건너뛴 수영 강습을 위해 집을 나선 것이 오후 6시 무렵이었다.

오후 7시, 노양은 초급반 수영 강습을 받았다. 남자 강사의 지도로 한창 자유형을 배우던 중이었다. 평소 노양의 어머니는 그를 집에서 복지관까지 승용차로 태워다주고 수영이 끝나면 다시 승용차로 데려오곤 했다. 수영을 마치고 혼자 귀가할 경우엔 버스와 택시를 이용했다. 그날 따라 노양의 어머니는 집안 일로 외출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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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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