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호

전통 가마 속 「불의 魂」이 펼치는 유백색 마술

  • 글: 서광수/ 도예가 사진: 김성남 차장

    입력2005-02-23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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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가마 속 「불의 魂」이 펼치는 유백색 마술

    도예가 서광수씨의 작업장 한도요(韓陶窯)의 전통 가마. 2∼3개월에 1번씩 불을 땔 때마다 200여점의 도자기를 굽는데, 이중 살아남는 것은 40여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가차없이 깨부순다.

    전통 가마 속 「불의 魂」이 펼치는 유백색 마술
    1300℃로 타오르는 불빛은 물처럼 투명하다. 새벽 어스름처럼, 봄날 아지랑이처럼 아름답게 타는 불이 어머니의 젖빛인 유백색(乳白色) 무지백자를 만들어낸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가스 가마가 많아진 요즘도 전통 가마를 고집하는 것은 이 빛깔 때문이다. 은은한 멋이 배어나는 이 색감을 얻기 위해 가마에 소나무 장작을 넣은 뒤 꼬박 30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불의 혼이 담기지 않은 작품은 아무리 공들여 만들었어도 다시 흙으로 돌려보낸다.

    천편일률의 문양과 색감을 내는 가스 가마와 달리 전통 가마에선 다양한 변화가 나타난다. 같은 흙과 유약을 쓰고 같은 가마에 넣었어도 불을 어느 방향에서 얼마나 받았느냐에 따라 빛깔이 다르고 무늬가 달라진다. 불은 대나무 잎사귀를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로 만든다. 그래서 매번 가마를 열 때마다 나는 불의 마술에 마음이 설렌다.

    전통 도자기의 고장 이천에서 태어나 열네 살 어린 나이에 흙과 인연을 맺은 후 평생을 가마 앞에서 살아왔다. 얼굴이 검게 그을고 눈물을 쏟을 만큼 눈이 매워도 가마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불 때문이다. 불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길이자 남은 삶을 이끌어갈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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