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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박주영, 아! 박주영

  • 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부장 mars@donga.com

박주영, 박주영, 아! 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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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호는 넓고 고수는 밤하늘의 별처럼 많았다.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고, 나는 자 위에 밑도 끝도 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이 있었다. 경기에 나갈 때마다 골을 넣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스페인 진출 1년 반이 지나도록 아직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만약 그의 말대로라면 지금쯤 20골은 넣었어야 했다. 이천수는 끝내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누만시아로 임대되고 말았다. 이천수는 지난 2월9일 독일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인 쿠웨이트전에서도 그리 눈에 띄는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후반에 교체됐다.



최성국(22)은 2002 한일월드컵 견습생 자격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히딩크의 ‘꼬마 제자’. 팬들은 그를 ‘리틀 마라도나’라고 불렀다. 개인기가 좋아 상대 수비 두세 명쯤은 쉽게 따돌렸다. 한국의 2002년 10월 카타르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과 2004 아테네올림픽 8강을 이끌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팬들은 최성국이 볼을 잡으면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곧바로 패스를 해야 할 타임에 볼을 끌다가 볼을 빼앗기거나 정작 개인 돌파해야 할 때는 패스를 서두르다가 볼을 내주고 말았다. “도대체 골을 넣는 게 목적인지 아니면 볼 다루는 게 목적인지를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기의 큰 흐름을 읽는 데 결정적인 취약점이 드러난 것이다. 본프레레 감독도 2월9일 월드컵 최종예선 쿠웨이트와의 첫 대전 엔트리에서 그를 제외했다.

정조국(21)은 대신고 2학년 때 7개 대회에 출전해 5개 대회 득점왕을 휩쓸었을 정도로 대단한 천재였다. 박주영이 청구고 3학년 때 7개 대회에 나가 4개 대회 득점왕에 오른 것보다 더 좋은 기록이다. 그래서 정조국도 최성국과 함께 2002년 히딩크의 ‘꼬마 제자’가 될 수 있었다. 골 에어리어에서의 움직임, 골 결정력, 호쾌한 논스톱 발리슛에 대해 칭찬이 자자했다.



그는 2002년 10월 카타르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골을 터뜨려 1-0 승리를 이끌었다. 2003년엔 K리그에서 신인왕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 후엔 그의 플레이가 시름시름 맥이 빠지더니 2004년엔 아테네올림픽 대표팀에서도 탈락했다. 팀 내에서도 점점 벤치에 앉아 있는 일이 많아졌다.

박주영이 고종수보다 ‘상대 문전 앞 프리킥’을 잘할 수 있을까. 박주영도 좌우로 휘어 차는 킥은 훌륭하다. 그러나 뚝 떨어지는 각도는 고종수의 킥보다 훨씬 밋밋하다. 그래서 박주영의 프리킥은 골대에 잘 맞는다. 소위 감아 차는 오른쪽 발목의 스냅이 고종수의 왼쪽 발목 스냅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창호의 바둑처럼

박주영의 몸싸움 능력은 어떨까. 상대 골에어리어에서 이동국만큼 해낼 수 있을까. 유럽의 산 같고 바위 같은 수비수들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정면으로 맞붙으면 이동국만큼은커녕 번번이 나가떨어질 것이다.

박주영은 이동국같이 대포알 슛을 날릴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19일 독일과의 평가전과 지난 2월9일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에서 이동국이 날린 고감각 터닝슛을 날릴 수 있을까.

이천수의 그라운드를 휘젓는 능력과 최성국의 드리블 능력, 정조국의 돌고래 같은 호쾌한 슈팅력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한마디로 박주영이 모든 면에서 못 미친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박주영이 이들을 훨씬 능가하는 천재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박주영은 왜 천재인가.

박주영은 결코 소리가 나지 않는다. 무형검(無形劍)이다. 마치 바둑의 이창호처럼 강하되 화려하지 않다. 언뜻 보면 평범하다. 체격도 본프레레 감독이 말한 것처럼 ‘훅 불면 날아갈 것’ 같다. 그런데도 골만 잘 넣는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바둑을 뒀다 하면 이기는 이창호 같다.

박주영은 공을 쉽게 찬다. 물 흐르듯이 툭툭 편하게 찬다. 최성국처럼 볼을 질질 끌지 않는다. 소풍이나 나온 것처럼 자신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 투~욱 볼을 패스해준다. 경기 흐름을 명확하게 꿰뚫고 그 흐름에 몸을 맡긴다. 결코 그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다.

그래서 박주영은 보통 땐 텔레비전 중계화면에 잘 잡히지 않는다. 잠깐잠깐 볼을 터치할 때 스치듯이 지나갈 뿐이다. 그는 볼을 죽이지 않는다. 볼은 ‘생물’이다. 그는 볼이 그대로 살아나가도록 놔둔 채 방향만 살짝살짝 바꿔준다. 골 에어리어 안에서도 무리하게 슛하는 법이 없다. 자신의 위치가 나쁘면 가장 좋은 곳에 있는 동료에게 슛 찬스를 내준다.

스스로 골 만들어내는 골잡이

골잡이는 두 종류가 있다. 펠레, 마라도나, 호나우두, 앙리처럼 스스로 슛 찬스를 만들어 골을 넣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 현재 독일대표팀 감독인 클린스만이나 폴란드의 올리사데베, 최용수·이동국 등 한국의 대부분 골잡이들처럼 동료의 패스를 받아 골을 넣는 유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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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부장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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