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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초점

60조원, 가정용 로봇 시장을 잡아라!

청소 로봇 본격 상용화, ‘바이센테니얼 맨’ 시대 코앞에

  • 박창신 과학 칼럼니스트·한국외국어대 박사과정(신문방송학) parkchangshin@hanmail.net

60조원, 가정용 로봇 시장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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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선진국 일본에선 가정용 애완 로봇이 이미 상용화되었다. 1995년 소니는 일본어로 ‘친구’라는 뜻의 강아지 로봇 ‘아이보(AIBO)’를 내놓았다. 최근 일본의 가정용 로봇산업은 확연히 진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해 12월 일명 ‘파트너 로봇’으로 불리는 가정용 로봇에 대한 의견을 복수 응답토록 한 결과 일본 소비자들은 로봇이 집안경비(71%), 청소·운반 등 가사보조(65%), 노인·장애인 간병(52%) 등 실용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했다. 그리고 이런 몫을 해내기 위한 기능으로 개인식별(62%), 회화와 커뮤니케이션(53%), 힘이 필요한 간단한 작업능력(50%)을 꼽았다.

애완용 로봇에서 가사, 간호, 육아, 교육 등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생활 로봇으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기업은 이런 변화에 발맞추고 있고 일본 경제산업성도 최근 ‘로봇정책연구회’를 발족시켜 가정용 로봇 등 생활 로봇에 대한 안전기준 지침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소니는 지난해 10월 ‘아이보’에 집안 경비 기능을 추가했다. 이제 아이보는 재롱도 떨면서 집도 지키는 강아지가 된 것이다. 아이보는 기쁨, 슬픔, 화남, 놀람, 두려움, 싫어함의 6가지 감정과 사랑, 탐색, 운동, 배고픔의 4가지 본능을 갖고 있다. 환경을 익히고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능력도 지녔다.

한편 혼다가 20여년에 걸쳐 3000억원을 들여 개발해 2000년 11월 발표한 2족 보행 로봇 ‘아시모(ASIMO)’의 손목에는 최근 센서가 추가됐다. 사람과 악수를 나누고 물건을 건네주는 기능을 갖게 된 것이다. 아시모는 걷기는 물론, 계단을 오르거나 뛰는 자세로 빨리 걷는 능력도 있다. 후지쓰도 최근 일본어를 이해하고 구사하면서 가사노동을 돕는 획기적인 인간형 로봇을 내놓았다. 손님 안내하기, 어린이의 얼굴과 음성을 인식하면서 대화하기, 쓰레기통 비우기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생활 로봇이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한국의 경우 가정용 로봇의 발단은 청소 로봇이 될 듯하다. 2003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청소 로봇은 2005년 들어 본격적인 대중화 시대를 맞아 외국산 제품이 장악했던 시장에 속속 국산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국산 제품의 기능도 몰라보게 향상됐다. 무엇보다 ‘가격경쟁력’을 갖게 됐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청소 후 스스로 달려가 충전

청소 로봇의 원리는 무인운반차와 진공청소기를 합친 것이다. 기계가 스스로 실내의 각종 장애물을 피하면서 바닥의 찌꺼기를 빨아들이는데, 로봇의 몸통엔 여러 개의 감지센서와 통제장치가 달려있다. 청소 로봇은 우선 초음파를 이용해 벽면과 자신과의 거리를 감지한다. 광센서와 달리 초음파 센서는 유리벽 등 투명하거나 경사가 진 벽과의 거리도 감지할 수 있다. 청소 로봇이 청소하는 방법은 제품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먼저 벽면을 따라 방이나 거실을 한 바퀴 돌아 너비를 기억한다. 그 뒤 차근차근 앞뒤로 이동하면서 전진하는 방식으로 실내 공간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먼지를 빨아들인다.

청소 로봇은 높이가 10cm대로 납작한 편이다. 소파와 침대 밑을 훑기 위해서다. 모양은 대개 원형이다. 이 또한 벽면이나 가구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함인데 범퍼로 싸여 있다. 청소 로봇이 자기 위치를 인식하는 원리는 자이로스코프에 있다. 일정한 축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전하는 원형물체인 자이로스코프를 내장해 진로가 수시로 바뀌어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방향 감각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납작한 원형 청소 로봇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미국 아이로봇사가 내놓은 ‘룸바’ 시리즈다. ‘룸바’를 국내에 독점 수입, 판매하는 코스모양행은 “지난 1월 초까지 국내 시장에서 1만대를 팔았다”고 밝혔다. 2003년 5월부터 룸바를 판매했는데, 2004년에는 월 평균 1000대씩 팔렸다고 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더 똑똑해진 ‘룸바 디스커버리’를 출시했다. 청소가 끝나면 자동으로 제 자리로 돌아가 스스로 충전하는 제품인데, 판매가격은 59만8000원.

아이로봇의 ‘룸바’는 로봇 청소기 시장을 연 세계적 히트상품이다. ‘룸바’는 당초 시장조사기관들의 예측을 뛰어넘어 출시 18개월 만에 판매대수 100만대를 기록했다. 2003년 당시 미국 조사기관들은 2003~06년 미국의 진공청소기 로봇 시장을 대략 40만대 규모로 예측했다.

1년 반 만에 100만대 판매

‘룸바’ 한국 출시 당시 스웨덴 일렉트로룩스가 만든 ‘트릴로바이트’, 한국 LG전자의 로봇 청소기 ‘로보킹’이 경쟁에 나섰지만, 이 두 제품의 판매가격이 200만원대여서 40만~50만원대의 ‘룸바’를 이기는 어려웠다. 지난 1월 아이로봇의 그레고리 화이트 부사장은 한국을 방문, “지난해 12월 출시한 2세대 로봇 청소기 ‘룸바 디스커버리’가 미국에서 6주 만에 20만대가 팔렸다”고 말했다. 그는 “스팀 기능을 갖춘 로봇 청소기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주부들은 전통적으로 거실과 안방 바닥을 쓸 뿐만 아니라 닦기도 하는데, 청소 로봇에 닦는 기능까지 추가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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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신 과학 칼럼니스트·한국외국어대 박사과정(신문방송학) parkchangsh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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