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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과 관상, 그 오묘한 만남

음양오행 ‘철학’ 품은 성형 ‘의학’의 속살

  • 한동균 성형외과 전문의 www.bestps.co.kr

음양오행 ‘철학’ 품은 성형 ‘의학’의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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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몸무게가 무려 75kg에 육박했던 가수 옥주현은 데뷔 초에도 통통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오랜 다이어트로 지금과 같은 날씬한 몸매를 갖게 됐고, 이로 인해 데뷔 이후 가장 예뻐진 연예인이라고 하면 자연스레 그녀를 꼽게 됐다. 한때 옥주현의 중학교 시절 사진은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순위 1위를 달렸다. 감색 교복에 단발머리, 둥그런 얼굴에 쌍꺼풀 없는 눈두덩을 한 평범한 10대였기에 그녀는 네티즌의 비아냥거림을 참아내야 했다.

그녀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인내력, 그리고 체계적인 시스템 덕분’에 건강미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핑클 멤버로 활동하던 당시 눈과 코를 성형했다고 실토한 바 있고, 언론매체에서도 그러한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성격이 매력적으로 비쳐져 오히려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그녀가 성형수술로만 예뻐진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잘 타고난 명과 운 덕일 수도 있고 체력관리 등 특유의 노력 덕일 수도 있다.

성형은 ‘치유의 미학’

성형을 전공한 의사 자격으로 연예인의 얼굴을 하나씩 살펴보면 한 가지 법칙을 발견하게 된다. 찡그리건 웃건 간에 그들의 얼굴은 사랑스럽다. 이토록 사랑스러우니 대중이 미워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것이 과연 그들의 진짜 인상(人相)일까.

‘인상’ ‘관상’은 매우 낯익은 단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속에 담긴 참뜻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을까. 얼굴은 인상의 근본이 되는 것이므로 매우 중요하다. 성형수술이 유행하는 이유도 인상의 변화를 바라는 인간의 욕망 때문이다. 좋은 인상, 나쁜 인상을 빚어내는 신의 참뜻이 선천적인 명과 운이라면 후천적 노력과 배려를 할 수 있는 제한된 영역이 바로 성형수술이다.



필자는 의대 재학 시절 전공과목을 선택할 때 정신과와 성형외과 사이에서 크게 고민했다. 얼른 보면 상반되는 진로다. 정신과는 전혀 피를 볼 일이 없는 과이고, 성형외과는 수시로 피를 봐야 하는 과이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인턴과정 중 진로를 굳혔다. 주변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지만 성형외과를 고집했다. 시련과 절망이 목표를 흔들 때마다 기필코 하고 말리라고 스스로에게 배수진을 쳤다. 왜 미치도록 성형외과 의사가 되고 싶었는지 스스로도 모를 일이었다.

레지던트 생활은 성형의학에 대한 필자의 어설픈 의지를 확고히 해준 과정이었다. 실제로 환자를 만나 수백 가지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성형의학이 갖는 치유의 힘에 매료되는 동시에 절망도 한 시기였다.

언청이나 선천성 구개열(태어나면서부터 입천장이 벌어져서 반드시 수술해야 함) 환자를 밤새 치료하던 일, 중환자실에 있던 선천성 기형 환자가 숨쉬기 곤란할 정도로 얼굴뼈가 조각나서 애태우던 일, 환자 대부분이 너무나 가난해서 사회재단이나 독지가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수술을 받는데, 그나마 돈이 모자라 수술을 미루고 있을 때 그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없어 안타까웠던 일, 교통사고로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얼굴이 망가진 환자들, 중환자실 환자들의 절망과 가족의 한숨소리….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대개 성형외과라고 하면 정상인의 얼굴을 예쁘게 만드는 과목으로 인식하지만, 실제 대학병원 성형외과에서 이뤄지는 의술은 대부분 화상이나 기형 등으로 상상할 수 없이 힘겨워하는 환자에 대한 치료다. 미용수술은 성형외과 시술 중 아주 작은 부분이다. 기형이든 정상이든 모두 똑같이 환자이고 외형의 개선을 바란다. 얼굴에 난 상처에서 피가 조금이라도 나면 거의 모든 환자가 절망하며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신에게 의지하고, 의사에게 흉터 없는 상처 치유를 부탁한다.

가령 한 여성이 사고로 얼굴에 상처를 입었다고 하자. 원래 아주 명랑한 사람이었다 해도 사고 이후 그의 성격은 크게 변할 것이다. 상처를 입은 직후와 흉터를 안고 살아가는 5년, 10년 후의 인상은 아주 달라질 것이다. 처음엔 슬퍼하고 한탄하다가 차츰 초조와 분노가, 그리고 일종의 체념에 의한 관조적인 인상으로 바뀔 것이다. 굳이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인상이 얼굴 상처에 의해 지배받는 단적인 예다.

이처럼 성형은 신체 어느 한 부분의 치료에 그치지 않고 환자의 상처받은 마음까지 치유하는 능력이 있기에 전문의로서 절대적인 책임감을 갖게 된다.

인상, 그 사람의 모든 것

인상이란 말은 얼굴뿐 아니라 그 사람의 용모와 성격, 운세나 걸음걸이, 목소리, 잠자는 버릇, 심지어는 섹스의 형태, 눈을 껌벅이는 횟수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필자는 관상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관상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라 할 수는 없다. 항상 관찰하고 보듬는 게 얼굴이고 사람의 체형과 골상이다 보니 저절로 익혀지는 생활철학으로서의 관상(인상)을 보는 안목이 생겼다. 인상을 볼 때 얼굴의 이목구비, 머리, 이마, 목, 골상을 보는 것은 수박 겉핥기이다. 이것만으로는 성격과 운세를 판단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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