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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테마여행

예수의 지상 마지막 일주일, 그 발자취를 따라서

예루살렘, 또다시 메시아를 기다리는 2000년 古都

  • 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예수의 지상 마지막 일주일, 그 발자취를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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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지상 마지막 일주일, 그 발자취를 따라서

올리브 등 과일나무와 꽃들이 무성한 겟세마네 동산. 입구에 서 있는 건물이 겟세마네 교회다.

다음날인 4월3일 월요일, 예수는 또다시 예루살렘에 나타났다. 이날은 뭔가 할 일이 있는 듯 지체 없이 예루살렘 성전으로 향했다. 성전은 기원전 965년 솔로몬 왕이 지은 원래의 것이 아니었다. 바빌로니아제국의 느부갓네살 대왕이 쳐들어와 파괴한 것을 재건하고 증축한 것이었다. 때문에 제사장과 율법학자, 장로, 장사꾼 등 유대인들은 성전 뜰을 조심스레 걸어다녔다. 행여나 옛 지성소(至聖所) 자리를 밟을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지성소는 성전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으로 대제사장들도 일년에 단 한 번 속죄일에만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다.

나귀에서 내린 예수는 제자들과 함께 성전 뜰을 거닐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모두가 유월절을 준비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그러자 예수는 즉시 장사꾼과 환전상과 비둘기 파는 자들의 의자를 둘러엎고는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고 외쳤다. 마치 심판자 같았다.

그때 누군가가 군중들을 향해 “이 사람은 누구냐”고 묻자 군중들은 “이 사람은 갈릴리에서 오신 선지자, 나사렛 예수이시다”라고 대답했다. 때맞춰 아이들은 “다윗의 자손에게 호산나!”라며 노래했다.

메시아가 돌아올 ‘황금의 문’

성전의 장사꾼들은 대제사장과 한통속이었다. 장사꾼은 제사장의 묵인과 보호 아래 성전에서 장사를 하며 폭리를 취했고, 이익의 상당부분을 대제사장에게 바쳤던 것이다. 때문에 이날 예수의 행동은 대제사장의 권위를 부정하고 돈줄을 틀어막는 일과 다를 바 없었다. 그들에게 예수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무조건 잡아들일 수도 없었다. 대제사장 가야바는 그를 체포할 방안을 궁리했으나 별다른 묘책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사실 이날 예수의 행동은 유대인의 낡은 전통을 파괴함으로써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자 한 것이었다. 잘못된 전통과의 단절을 통한 새로운 질서의 창조, 바로 그것이 예수가 생각한 자신의 시대적 소명이었다. 그로 인하여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기원전과 기원후라는 시대 구분, ‘구약’과 ‘신약’이란 성경 구분이 그로부터 나온 것이다. 성전에서 나온 예수는 다시 감람산을 거쳐 베다니로 돌아갔다.

4월4일 화요일에도 그는 예루살렘 성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예수는 이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새로운 시대란 하나님의 나라를 뜻했다. 하나님의 나라, 즉 신국(神國)은 이 땅 위에 하나님의 통치권이 미치는 것으로 지상의 나라, 즉 왕국과는 분명 다른 것이었다. 그날도 예수는 다시 베다니로 돌아갔다. 예수는 날이 어두워지면 베다니로 돌아가고, 날이 밝으면 다시 예루살렘을 찾은 셈이다.

그 다음날인 수요일 예수는 예루살렘을 찾지 않고 베다니에서 조용히 지냈다. 목요일, 다시 예루살렘에 온 예수는 시온산의 다락방에서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나눈 후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다 체포된다. 그리고 빌라도의 법정으로 끌려가 밤새 심문을 당한다.

그때 예수가 통행한 ‘황금의 문’은 최후의 심판 날에 메시아가 왕림할 것이라는 이유로 지금은 막혀 있다. 필자는 그곳에서 제일 가까운 스데반 문을 통해 성안으로 들어갔다. 스데반은 기독교 최초의 순교자다. 벽면에는 사자의 모습이 새겨져 있는데, 그것은 오스만 제국의 술레이만 대왕이 자신의 꿈에 나타나 ‘예루살렘의 성벽을 복구하라’는 명령을 내린 사자의 모습을 성벽을 재건하면서 새긴 것으로 전해진다.

필자는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마가의 다락방’부터 찾기로 하고 동쪽 유대인 지구로 향했다. 성은 네 개의 지구로 나뉘어져 있다. 성전과 다마스쿠스 문이 있는 무슬림 지구, 통곡의 벽에서 시온문에 이르는 유대인 지구, 예루살렘 성의 정문인 야파문 일대의 아르메니아 지구, 마지막으로 골고다 언덕 주위의 기독교도 지구다. 아르메니아는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세계 최초의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3000년 역사 간직한 좁다란 길

성내의 길은 매우 좁고 꼬불꼬불했다. 가장 넓은 길이라야 소형 차량이 겨우 통과할 정도였고, 대개는 나귀와 등짐 진 사람들이나 간신히 통행할 수 있을 만큼 좁았다.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은 물론 길바닥까지 온통 돌 천지였다.

길이 넓으면 모든 게 빠른 속도로 변화해 세월을 이기고 살아남을 게 얼마 되지 않겠지만, 예루살렘 구시가지는 특유의 좁고 꼬불꼬불한 길 덕분에 3000년의 역사를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모든 게 제 무게를 갖고 몸을 감추고 있는 이곳에선 천년도 찰나처럼 느껴진다. 이런 길을 지나다 보니 2000년 전 예수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 얼마나 재미있고 다행스런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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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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