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전2권)<br>모리스 마이스너 지음/김수영 옮김/ 이산/각권 416쪽/각권 1만9000원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의 저자 모리스 마이스너는 ‘인간은 자신의 생각에 따라 행동하며, 혁명의 성공을 위해서는 객관적 역량뿐 아니라 주관적인 역량도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마오쩌둥을 중심으로 중국 현대사를 쓰면서, 결과 이상으로 의도를 중요시하는 역사적 평가를 내린다.
이 책은 다양한 중국학의 성과를 읽기 쉽게 정리했다. 예컨대 중화인민공화국 초기 10여년에 대한 그의 설명은 기존의 견해와 큰 차이가 없지만 명쾌하다.
혁명을 통해 정권을 잡은 중국공산당은 군사력과 경찰력을 이용해 국가 질서를 급속히 확립했다. 토지개혁을 통해 사회혁명을 완수했고 농업 부문의 잉여를 산업화에 투자했으며, 도시에서는 관료에 의지한 ‘국가 자본주의’를 실시했다. 그러나 공업화로 도농(都農)간 격차가 더욱 심해졌고 공산당원은 대중과 유리된 관료로 변해갔다.
그 과정에서 마오는 죽어가는 사회주의의 목표와 혁명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대다수 농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급진적인 집단화를 추진했다. 이에 중국공산당은 공업의 근대적 발전에서 사회주의의 미래를 찾는 도시화된 당 지도자들과, 자신을 농민 대중과 동일시하면서 농촌의 사회주의적 개조에 더 큰 기대를 거는 ‘마오주의자’들로 분열됐다.
마오에 대한 새로운 시각
저자의 장점은 사실 설명과 원인 분석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감각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덩샤오핑 시대가 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대약진운동은 마오의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경제정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엄청난 경제적 재앙을 불러왔으며, 문화대혁명은 마오의 불타는 권력욕과 정치적 암투가 야기한 사회와 인간 파괴의 비극이었다는 것이다. 즉 근대적 산업화를 거스르는 시기였던 마오쩌둥의 시대는 극복과 거부의 대상일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런 생각은 ‘패왕별희’나 ‘인생’ 같은 영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러나 저자는 이와 대조적으로 마오의 날카로운 현실감각과 합리성에 눈길을 돌린다. 마오는 국내 자본이 극도로 빈약한 상황에서 소련의 원조마저 끊기자, 인간의 의식과 의지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혁명적 변혁을 추구하는 대약진운동을 선택했다. 이러한 노동력 위주의 경제 정책은 중공업에 투자하는 자본을 줄이지 않고 농촌과 경공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현실적 방안이었다.
그런 대약진운동이 1959년에 발생한 경제위기와 대기근으로 중단된 후, 류사오치가 일선에서 후퇴한 마오를 대신해 경제를 회복시키기는 했지만 동시에 당과 국가의 관료화를 가져왔다. 이에 마오는 관료화된 당 기구가 사회주의의 성취를 방해하는 보수적인 장애물이 됐다고 확신하고 사회주의를 실현하고자 다시 혁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도 문화대혁명이 폭력과 보복의 끝없는 악순환을 가져왔다는 비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문화대혁명의 의도와 그것을 왜곡시킨 상황을 분리하는 것, 그리고 그토록 비이성적인 운동이 어떻게 그 많은 중국인을 움직일 수 있었는가에 있다.
이에 대한 그의 분석은 남다르다. 마오는 당 관료들이 혁명동지였기 때문에 그들을 개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비폭력적인 개혁운동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점점 더 커가는 사회적 불평등, 사회주의 비전의 점차적인 소멸, 새로운 관료 엘리트의 공고화, 특히 관료의 특권에 대한 대중의 불만 팽배 등으로 인해 엄청난 폭력이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관료가 지배하는 중국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마오와 중국혁명으로 인해 야기된 폭력에 대한 평가다. 저자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전에 경험한 우파의 반혁명 테러로 인한 고통이 토지개혁 시기의 혁명적 테러를 야기했다고 본다. 또 대약진운동으로 인해 수천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했지만 이는 마오가 의도하지 않은 것일 뿐 아니라 예측하지 못했던 정치적 행위기에 히틀러나 스탈린의 계획적이고 고의적인 대량 학살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