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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메리칸 드림, 유러피언 드림, 그리고 코리안 드림 ‘유러피언 드림’

  •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bluesail@yonsei.ac.kr

아메리칸 드림, 유러피언 드림, 그리고 코리안 드림 ‘유러피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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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몇 가지를 추가한다면 지난 세기 대서양 노예무역에 대한 유럽 일부 국가들의 전향적 자세(사과 및 보상. 영국과 프랑스는 제외)와 미국정부가 취하고 있는 태도의 차이,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 등 군비증강과 관련한 유럽과 미국의 갈등, 문화다양성 기구의 설립과 관련한 유럽과 미국의 대립, 국제형사재판소 설립과 관련한 유럽과 미국의 입장 차이, 유전자변형식품과 관련한 유럽과 미국의 시각차이, 항공우주기술을 비롯한 각종 기술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럽과 미국의 표준선점경쟁, 국가주권문제와 관련해 합의에 의한 ‘포스트모던’적 제국을 추구하는 유럽과 힘에 의한 ‘모더니티’의 완성으로써 제국을 추구하는 미국, 그리고 최근 중동문제를 둘러싼 유럽과 미국의 반목 등이 있다.

21세기 변화의 화두는 ‘유럽’

리프킨은 문명사적 변환기에 처해 혼돈을 느끼는 세계인에게 그런 혼돈을 해석하고 대처할 수 있는 문명비판적 혜안을 제공해왔다. 2004년 시점에서 리프킨이 잡아낸 문명사적 변화의 화두는 결국 ‘유럽’인 셈이다. 이 책에서 리프킨은 그동안 다뤄온 화두들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보다 큰 정치적 표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것은 단일헌법의 비준을 앞둔 새로운 ‘유럽합중국’의 출현이 가지는 문명사적 의미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리프킨은 유러피언 드림이 아메리칸 드림을 대체하고 있다고 본다. 그의 저서에 대한 공감의 폭은 그동안 일방적으로 아메리칸 드림의 연장선에 놓여 있던 코리안 드림에 대한 반성의 여유를 제공한다.

얼마 전 미시건대에서 조사한 세계가치조사는 그동안의 끈끈했던 한미관계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타이완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근본적인 가치표준이 미국보다 유럽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향후 유럽과 동아시아의 교류와 협력이 증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관측과 아울러 한국과 유럽의 관계를 일본과 유럽의 관계와 비교해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로 한국과 유럽의 관계는 비정상적 단절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일본과 유럽의 관계는 달랐다. 난학(蘭學)의 예에서 보듯 유럽은 미국에 앞서 일본의 서구화(서유럽화)를 초래했다. 그런가 하면 일본 회화가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듯 일본 역시 서유럽의 변화를 야기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프랑스인 신부의 참형과 뒤이은 프랑스 함대의 강화도 침략, 독일 상인 E. J. 오페르트의 남연군(대원군의 친부) 묘 도굴사건 등으로 유럽과의 관계 모색에 어려움을 겪었고, 일본의 외교권 박탈 이후엔 완전히 단절됐다. 일본은 이후에도 유럽과 다양한 교류를 지속한 데 비해 한국인에게 유럽은 너무나 먼 곳이었다.

코리안 드림 위한 문명론적 묵시록

그러다가 광복과 미군정, 6·25 전쟁 등을 겪으면서 미국이 한국적 근대의 유일한 모델로 자리잡았다. 유럽적 대안에 대한 지적인 모색은 동베를린사건과 최종길 교수사건 등을 통해 ‘삼제(芟除)’됐다. 하지만 냉전이 끝나면서 유럽은 우리에게 급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시각에서 유럽을 탐구하려는 노력은 더 이상 냉전시대와 같은 미국의 전략적 배려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과 맞물리며 더욱 증폭됐다.

그러나 진정으로 유러피언 드림이 코리안 드림이 될 수 있을까. 유러피언 드림을 꿈꿀 수 있는 경제적 수준이 되기까지 한국적 근대를 추동해온 아메리칸 드림은 이제 정녕 폐기의 대상일까. 유러피언 드림과 유사하게 포스트모던 파라다이스를 추구하는 동북아드림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이런 의미에서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은 결코 머나먼 나라의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급변하는 문명사적 전환의 현실에 비춰 한국의 생존전략을 되돌아보게 하는 문명론적 묵시록이다.

신동아 2005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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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bluesai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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