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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범 족집게’ 20대 특수부 여검사 김희경

“검사의 사명은 ‘악의 징벌’… 교과서대로 살고 싶다”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마약사범 족집게’ 20대 특수부 여검사 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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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7억대 필로폰 사범 60명 검거, 현대차 노조 취업비리 실마리 풀어
  • 포커페이스 잃지 않는 원칙주의자
  • 이상형은 ‘현빈의 보조개, 박신양의 목소리’ 가진 남자
  •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조희진 부장검사 존경
  • “조사 받느라 수고하셨습니다”
  • 검도와 마라톤 매력에 푹 빠져
‘마약사범 족집게’ 20대 특수부 여검사 김희경
실루엣이고운 보랏빛 원피스를 입었다. 커다란 눈망울을 깜빡이며 소탈하게 웃는 모습이 언뜻 배우 문소리와 닮았다. ‘조폭 잡는’ 여검사도 이리 예쁜 옷을 입을까.

“이렇게 화려한 색의 옷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입어요. 보통은 짙은 계열의 바지 정장을 입죠. 원래 좋아하는 스타일은 단아하고 여성적인 건데…. 솔직히 (오늘은) ‘사진용’으로 입은 거예요.”

예상을 뒤엎는 파격은 신선한 즐거움을 준다. 1년 365일 중 300일 넘게 강력범들과 씨름하는 그의 여성다운 옷차림이 외려 반가운 것도 그 때문이다. ‘특수부 여검사는 터프하고 거칠 것’이라는 편견도, ‘여검사는 마음이 여릴 것’이란 예단도 그의 앞에서 모두 무너지고 만다. 낭랑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검사의 사명을 단호히 말하는 그의 모습은, 차갑지만 정열에 넘치고 부드럽지만 서릿발처럼 강하다.

울산지방검찰청 김희경(金希京·29) 검사. 그가 세간에 알려진 것은 지난 2월, 여검사로서는 최초로 특수부의 마약·조직 범죄 수사를 담당하게 되면서다. 그로부터 5개월이 흐른 7월 중순, 그는 또 한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월부터 필로폰 사범 단속에 들어가 5개월 동안 무려 47억원 상당의 필로폰 공급·판매·투약 사범 60명을 검거하는 개가를 올린 것. ‘금녀(禁女)의 벽’을 깨뜨리고 범죄 현장을 누비는 20대 여검사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의 여검사는 100여 명, 그중에서 강력업무를 담당하는 여검사는 김 검사가 유일하다. 어느 에로영화 감독은 “여검사, 여의사, 여기자는 남자들의 무의식을 자극하는 3대 배역”이라고도 했다(듣는 여성으로선 불쾌할 수도 있는 얘기지만).

“교과서가 가르쳐준 대로 살고 싶어 법조인이 됐다”는 김 검사의 삶을 한번 조망해보자.



‘진짜 나쁜 놈’ 잡는 특수부

한여름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던 8월5일 오후. 울산지검 417호 김희경 검사실은 듣던 바와는 달리 한산한 분위기였다. 늘 조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던 피의자와 참고인이 넘쳐나던 그의 방에 잠시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그는 인터뷰를 위해 수사 일정을 조금 미뤄놓았다.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그는 쉼없이 네 시간을 이야기했다.

미리 보낸 질문지에 꼼꼼히 답변을 써 혹시 저지를지 모를 실수를 방지하려는 그의 태도는 영락없는 모범생의 그것이다. “~습니까” “~합니다”로 끝나는 말투는 업무를 처리하면서 밴 오랜 습관인 듯했다. 한두 시간이 흐르고 자리가 좀 편안해질 무렵에야 그의 말투가 ‘~해요’체로 바뀌었다.

사법시험 41회 출신인 김 검사는 2002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곧바로 수원지검 형사부로 발령받았다. 2004년 2월엔 두 번째 근무지인 울산지검으로 옮겨 민원과 가정폭력을 담당하는 형사2부와 공판을 맡는 형사1부에서 일했다. 이후 올해 2월 울산지검 특수부로 옮기면서 그의 이름 앞엔 ‘개척자’란 타이틀이 붙었다.

그가 특수부 마약·조직폭력 수사를 전담하기로 결심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먼저 ‘여검사니까 주로 여성범죄 수사를 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깨뜨리고 싶었다. 자신도 모르게 느슨해지는 삶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발전을 꾀하고도 싶었다. 형사부와 달리 특수부에서는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기획하고, 사회적 파장이 큰 수사를 해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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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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