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톈안먼 사태 이후 내려진 중국에 대한 무기금수조치를 해제하자니 미국의 반발이 거세고, 그렇다고 최대의 무기시장인 중국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EU와 미국의 미묘한 갈등을 틈타 중국은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군사대국화를 꿈꾸고 있다.
유럽연합 호세 마뉴엘 바로소 의장(오른쪽)이 2005년 7월14일 중국을 방문해 원자바오 총리를 만나고 있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점이 있다면 비민주적 일당정치체제 아래 불완전한 시장경제체제가 산출하는 잉여자산을 바탕으로 군비증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여느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볼 수 있는 창의적인 기업 활동은 불허하면서 통제적 독점 국영기업을 육성하고 있는 것이 군사대국화의 배경이다.
중국의 군사적 용틀임은 공교롭게도 9·11사태 이후인 2001년 후반부터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이 주체 못할 국부(國富)를 바탕으로 한 첨단무기 획득사업과 전략적 가치가 있는 사업체라면 주저 없이 인수하는 국가 차원의 공격적 ‘기업사냥’에서 잘 나타난다.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잠재력과 그것이 가져올 여파에 대해 우려하는 반면, 무기금수조치 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EU는 중국의 군사대국화를 오히려 부추기는 양상이다. 이는 중국에 군수물자 수출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미국과 그것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EU간의 극명한 시각차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거기에는 중국을 둘러싼 EU와 미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中, 새로운 대미 전쟁전략 구상
중국의 일차적 가상 적국은 대만이다. 대만과의 무력충돌은 미국의 자동개입을 불러오게 돼 있지만 중국은 2002년 이후부터 대만의 전력(戰力)을 압도할 새로운 전략개발을 모색했다. 그 하나가 단거리 미사일이다. 중국은 해마다 평균 50기의 미사일을 추가 배치, 2005년 현재 대만을 겨냥한 미사일은 500기에 육박한다. 2020년 중국의 국방예산이 올해의 300억달러보다 3~4배 이상 증가한다면 대만을 겨냥한 미사일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1990년대 말까지도 중국군의 상륙작전 능력을 회의적으로 평가하던 미 국방부는 중국이 2년 뒤인 2007년이면 대만 공격에 필요한 상륙작전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중국 군부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2005년 7월 중국 인민해방군 주청후 장군은 “대만을 공격하려는 중국의 계획에 미국이 개입한다면 중국은 핵을 사용해 미국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했다. 주 장군의 발언이 중국 정부나 중국군의 견해는 아니라고 하지만 중국의 군사대국화를 알리는 신호탄처럼 해석된다. 실제로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 중국에 60대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미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중국군 참모부는 군 전력 면에서 미국에 비해 상대적 열세에 있다는 현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기습과 기만작전을 통한 새로운 전략을 구상한다면 미군을 격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군 참모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작전계획도 세워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움직임 중의 하나가 미국이 우주궤도에 띄워놓은 통신체계와 정찰시스템을 파괴할 수 있는 대(對)인공위성 공격무기의 개발이다. 이는 미국과 무력충돌이 일어난 개전 초기에 군사기술적으로 열세에 있는 요소들을 우선적으로 제거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
중국 공군도 2004년부터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방공망 구축을 우선으로 하던 과거와 달리 가상 적국에 대한 원거리 공격시스템을 체계화하는 등 전략적 변화가 나타난 것. 현재 중국군이 보유한 전투기는 J-10, Su-30 MKK, FC-1이다. 이들 전투기는 적진 후방 침투, 장거리 공대지 능력, 그리고 함정공격 능력을 갖춘 다목적 전투기다. 중국 공군은 여기에 입체작전을 뒷받침할 공중급유기 IL-78, 조기경보기 A-50, 대규모 특수부대 전략수송기 IL-76도 조만간 보유할 계획이다.
공격적 기업사냥 나선 중국
군사대국화를 위해서는 전략물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의 전략물자가 석탄과 철강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석유, 천연가스, 철강이다. 에너지 부문만 석탄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로 바뀌었다.
중국은 최근 전략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해외기업 인수와 합작투자에 나섰다. 올 6월말 중국 국영석유회사 CNOOC는 미국 유노칼(Unocal)에 대한 인수입찰에 참가, 185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중국 공식 국방비의 50%가 넘는 액수다. 유노칼은 미국 9위의 석유·천연가스 회사일 뿐 아니라 순항미사일과 스마트폭탄 제조에 필요한 희귀광물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최대 제철회사 바오산제철은 2004년부터 호주, 브라질과 합작을 시작했다.
에너지와 철강이 1차적 전략물자라면 2차적 전략물자는 항공우주산업, 정보산업과 같은 첨단분야의 장비와 기술력이다. 특히 이라크전 이후 네트워크 센트릭전(Network Centric Warfare·전자전) 수행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항공센서, 데이터 분석장치, 정보시스템 같은 관련 군사장비의 획득은 군 현대화에 필수적이다.
만일 중국이 이런 첨단 장비와 기술력을 확보한다면 명실상부한 군사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EU의 무기체계(상자기사 참조)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면서 이를 확보하기 위해 EU의 도움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중국은 군 장비의 현대화를 위해서라도 EU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수호이27, 수호이30 같은 전투기, 잠수함, 소프레메니급 구축함 등 90억달러 어치의 무기를 수입한 바 있다. 중국은 무기 수입의 80%를 러시아에 의존해왔다. 중국은 이제 다양한 공급선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무장 다변화’를 꾀하려 한다.
중국은 더는 러시아 항공전자장비에 흥미를 갖지 않는다. 인도와 말레이시아가 러시아의 수호이30 전투기 구입조건으로 플랫폼만 러시아 것으로 하고, 전자장비와 핵심 데이터링크와 관련된 컴포넌트는 프랑스 것으로 한 사실을 보면 중국이 유럽의 항공전자장비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중국은 프랑스와의 군사교류를 통해 대만의 미라지-2000 전투기에 대한 기체특징을 파악하고 공중전 능력 향상과 방공무기체계의 개선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U, 對中 금수 해제는 시간문제
그렇다면 중국이 과연 EU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EU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사태 이후 중국에 대해 무기금수조치를 취해왔다. 하지만 냉전 후 유럽 각국의 방위예산이 축소되고 국제무기시장은 갈수록 위축되는 상황에서, 유럽의 방위산업체들이 최대의 무기 수입국인 중국시장을 마냥 방치할 리 없다. 더구나 경쟁자인 미국이 쉽게 뛰어들 수 없는 시장이라는 점도 유럽 업체엔 큰 매력이다.
EU 회원국 중 일부는 비살상 군수장비를 이미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영국은 중국공군의 JH-7 폭격기에 쓰이는 중고 스페이(Spey) 제트엔진 90대를 판매했고, 독일은 수송차량용과 잠수함용 디젤엔진을 중국에 수출했다.
유로콥터의 중국 진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로콥터의 모기업인 EADS는 2003년 중국항공산업주식회사(AVIC II)의 주식 지분 5%를 사들인 데 이어 2004년 10월에는 7t 무게의 EC175 헬기 공동개발에 합의했다. EC175 헬기는 2010년부터 일반용과 군용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유로콥터는 2004년부터 하얼빈에서 EC120 경헬기 생산에 들어갔고, 중국 현지에 계열사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EU에선 중국 무기금수조치를 푸느냐 마느냐의 ‘적법성 문제’가 아니라 언제 풀어주느냐의 ‘시간문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특히 EU의 최대 경제국인 독일과 독자적인 군수산업 역량을 키워온 프랑스가 2004년 12월 헤이그에서 열린 EU·중국 정상회담에서 부분적인 금수조치 해제를 위한 기본 원칙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견도 만만치 않다. 유럽의회는 2004년 11월, 대중(對中) 금수조치 해제 반대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반대의 주된 이유는 중국의 인권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데다 수출된 무기가 반정부단체 탄압용이나 대만을 향해 사용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2005년 5월, 대만이 독립을 선언할 경우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를 공식적으로 승인한 중국의 ‘반탈퇴법안(Anti-Recession Law)’은 EU가 좀더 관망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를 제공했다.
EU가 중국에 대한 무기금수조치를 해제하려는 궁극적인 이유는 중국이 단기적으로 독자적 무기생산 능력을 구축하기보다 완제품 구입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이전과 라이선스 제작을 요구하는 일반적인 국제 무기거래와는 달리 판매자에게 이윤을 더 많이 보장해주는 거래다. 유럽 방산(防産) 전문가들에 따르면 통신, 자동화, 정보산업관련 장비와 무인정찰기, 훈련기와 공격용 경헬기 등 중국이 유럽에서 수입할 규모는 단기적으로 1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잉과 에어버스의 ‘중국 혈투’
여기에 EU가 추가로 노리는 것은 중국의 일반상품시장이다. 1980년대에 중국은 EU의 25번째 교역대상국이었지만 2004년 교역량이 1423억유로에 달하면서 가장 큰 무역상대국이 됐다. 그러면서도 같은 해 EU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700억유로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때문에 EU는 무기금수 해제라는 선물을 중국에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중국에서 유럽 기업이 미국 기업보다 더 유리한 사업여건을 확보해 무역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일례로 항공기 시장을 보자. 영국·프랑스·독일 3국이 공동 투자한 에어버스사는 2003년 이래로 민간항공부문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미국 보잉사를 앞질렀지만, 중국시장에서만은 보잉이 여전히 우위를 지키고 있다. 중국 최대의 항공사인 ‘에어차이나’가 가동 중인 138대의 항공기 중 에어버스 기종은 20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118대는 보잉 기종이다.
그런데 중국의 3대 국영항공사는 지난 6월 현재, 155억달러를 쏟아부어 에어버스, 보잉 그리고 브라질 엠프레사로부터 155대의 항공기를 구입했다. 이만하면 세계 최대의 신형 항공기 시장이다. 에어버스는 중국 항공사들이 2023년까지 무려 2300억달러를 투입해 새 항공기 1800대를 사들일 것으로 전망한다. 보잉은 한걸음 더 나아가 2025년까지 2300대의 항공기가 중국시장에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만일 에어버스가 초대형 항공기 A380 100∼125대를 중국에 판다면 적어도 중국의 연간 국방예산에 맞먹는 30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그 현실화 여부는 EU가 어떻게 하는가에 달렸다. 2005년 1월, 중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항공사인 ‘차이나 동방항공(China Southern)’은 대당 14억달러 상당의 A380 5대를 주문했다. 또한 6월17일자 ‘차이나 데일리’지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A380을 에어차이나, 차이나 이스턴항공, 하이난항공에 판매하기 위한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엑스포에 대비한 원활한 승객 수송을 위해 추가구매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정확한 대수는 보도되지 않고 있다. 이와 별도로 7월22일 에어차이나는 에어버스와 A330-200 기종 20대 주문계약을 체결해 2006년 5월에 인도받기로 했다. 이처럼 에어버스의 발빠른 중국 진출은 보잉에 위협적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실리를 챙기기 위해 이 과정에서 보잉과 에어버스의 경쟁관계를 적절하게 활용할 것이 뻔하다. 곰곰이 따져보면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따라 에어버스가 금수조치 해제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고, 이런 예상은 바로 EU에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미국도 EU의 이 같은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진전시키고 있다. 2001년 9·11 사태 이후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 아래 미중 관계는 호전되기 시작했다. 같은 명분으로 소수민족의 반발과 소요를 제압할 수 있는 중국과, 불량국가와 테러집단에 대해 무력행사가 가능한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결국 양국의 관계는 종전의 전략적 경쟁관계자(strategic competitors)에서 전략적 동반(strategic partnership) 관계로 탈바꿈했다.
실제로 미국은 9·11 이후 중국의 인권 문제나 대만 문제에 대한 거론을 자제해왔다. 미사일 문제도 마찬가지. 미국은 미사일 방어체제(TMD) 개발의 필요성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 때문이라고 역설하면서도, 이보다 더 위협적인 중국의 탄도미사일 제작능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처럼 호전된 양국관계는 경제교류와 현지 투자 기회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제너럴모터스는 싱가포르에 있던 아시아지역본사를 상하이로 옮겼고, 페덱스도 필리핀 수비크만에 있던 아시아지역본사를 광저우로 이전했다. 모토롤라는 중국에 10억달러를 투자하며 생산기반을 조성했다.
미국이 이렇듯 중국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EU의 대중 무기금수조치 철회 문제는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EU가 금수조치를 해제하면 중국시장에서 미국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릴 것도 우려스럽거니와, 안보 측면에서는 EU의 첨단군수장비와 기술이 중국의 군사적 위상을 올려놓음으로써 동아시아 안보균형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상자기사 참조).
美, “EU와 안보관계 재검토” 으름장
2005년 7월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합동 통상위원회 회의에서 양국 대표단이 통상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여기서 EU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미국 방산업체가 유럽 전체 무기시장의 4배 크기인 내수시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연 400억달러 규모의 세계무기시장에서 절반의 몫을 챙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 EU의 무기 내수시장은 매우 빈약하다. BAE 시스템스와 탈레스 수익의 70% 이상이 영국과 프랑스 밖에서 얻어진다. 또 프랑스·독일·스페인 3개국 컨소시엄인 EADS의 계열기업 유로콥터는 매출의 3분의 2를 국제시장에서 올리고, 스웨덴 사브도 매출의 절반 이상을 국외시장에 의존한다.
미국은 지난 5월 EU가 금수조치를 해제한다면 나토지상정찰(AGS·Alliance Ground Surverllance) 프로젝트에서 핵심기술을 유럽의 나토 회원국에 넘기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핵심기술이란 노스롭 그럼맨의 RQ-4B 글로벌 호크 무인정찰기와 AGS 플랫폼에 장착하는 기본 센서장치인 대서양 협력 레이더(TCAR·Transatlantic Cooperative Radar)를 말한다. AGS 프로젝트는 5대의 에어버스 A321과 TCAR를 장착한 7대의 글로벌 호크 무인정찰기(RQ-4B) 획득사업으로 2010년 초기 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동아시아 안보에 부정적 요소
EU로서는 미국의 반발이 여간 고민스러운 게 아니다. EU에 가장 바람직한 것은 미국의 양해 아래 중국에 무기 수출을 재개하는 것이지만, 중국과 대만의 무력 충돌시 대만편에 서야 하는 미국의 처지를 감안할 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 EU는 금수조치 해제 문제에 있어 모든 회원국의 동의를 구하지 못했을 뿐이지, 회원국의 개별거래까지 법적으로 막지는 않고 있다. 다시 말해 EU가 공동으로 개발한 무기에 대해서는 금수조치를 발동해야 하지만, 국가별로 개발된 무기에 대해서까지 수출을 금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론 금수조치가 해제된다고 해서 모든 군수품이 중국에 수출되는 것은 아니다. 전투기와 잠수함 같은 살상공격무기의 완제품은 중국 수출에 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중국은 유로파이터, 라팔 같은 전투기 완제품을 수입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들 전투기에 장착된 전자장비와 무장체계를 본떠서 자국의 기존 전투기에 적용할 수는 있다. 같은 맥락에서 독일이나 영국제 첨단 잠수함의 직수입은 불가능하더라도 유럽 모델을 모방하거나 기술을 입수해 엔진이나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은 배가시킬 수 있는 것.
결국 무기수출금지조치가 해제되면 중국군 현대화의 필요성과 EU의 새로운 무기시장 개척 필요성이 맞물려 다극화된 새로운 국제관계를 형성할 전망이다. 이럴 경우 EU에서 도입한 첨단 군수장비에 힘입어 중국군 전력은 비약적으로 향상할 것이며, 중국의 군사대국화는 동아시아 안보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또 EU와 중국의 관계개선은 장기적으로 국제 권력질서에서 미국과 세력균형을 이루는 ‘전략적 지렛대’ 구실을 할 가능성이 높다.